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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최근 국회청문회와 특검 수사를 지켜보며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인 최순실은 물론이고 이 일에 연루된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 대학 교수, 재벌 총수, 그 밖의 수많은 주변인물들이 마치 얼굴에 철판을 깐 듯 거짓으로 일관된 주장이나 증언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관련 증거나 증언들을 통해 속속 거짓으로 판명되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어 준엄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거짓 주장과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기 자신과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신망 받는 정신과 의사이자 영적 상담자인 스캇 펙 박사는 그의 저서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악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악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의 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죄의 난해성, 완고성, 경직성에 있다. 악한 사람들의 핵심적인 결함은 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죄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마음에 있다. 정치적 권력을 통해 자신의 제약된 힘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 히틀러처럼 몇몇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범죄’는 은폐와 위장을 통해 가려져 있어서 내놓고 범죄로 지명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는 오랫동안 교도소에서 범죄자들을 상대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들을 겪으면서 그들이 악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직한 범인인 까닭에 잡혀 온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다. 악한 사람들과 일반적인 범죄자들 사이의 구분과 함께 나는 또한 인격 특성으로서의 악과 악한 행동 사이에도 뚜렷한 구분을 짓는다. 다시 말하면 행동이 악하다고 해서 사람도 악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도덕적 붕괴를 막아주는 것은 곧 자신의 죄성에 대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악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나 입장을 거스르는 수고를 감내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들이 악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수고를 감내하지 않으려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악한 사람들의 행동에서 가장 지배적인 특징은 남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책임 전가다. 그들은 마음속으로부터 스스로를 비난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까닭에 자연히 자신을 비난하는 상대에게 손가락을 겨누게 된다. 악한 사람들은 밑바닥에서부터 자신들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혹시 무슨 갈등이라도 생기면 그 갈등을 일관되게 세상 탓으로 돌리는데 그들에게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불가피한 것이다.

악이란 한마디로 공개적이거나 은폐적인 강압을 통하여 자신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악한 사람들이 파괴적인 이유는 종종 그들이 악을 퇴치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자신의 죄 된 부분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런 극단의 자기방어는 언제나 자신보다는 남을 희생시키게 마련이다. 자신을 미워할 줄 모르는 것, 자신을 거스르지 못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악하다고 부르는 책임 전가 행위의 뿌리요, 핵심적인 죄라고 생각된다. 악한 사람들의 도덕성을 이해하는 데는 ‘이미지’, ‘외형상’,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말들이 퍽 중요하다. 그들의 ‘선함’이란 모두 가식과 위선의 수준에서 선함일 뿐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거짓이다. 그들이 ‘거짓의 사람들’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짓 행위에는 아무리 덜 발달된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양심이 선행된다. 그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오직 특정한 고통 하나뿐이다. 바로 자신의 양심을 직시하는 고통, 자신의 죄성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고통이다. 내가 보기에 인간의 악에서 가장 본질적인 심리 문제는 바로 여러 가지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는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시즘 또는 자아도취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서 에리히 프롬이 ‘악성 나르시시즘’이라고 불렀던 한 특정한 병적 변이 형태에 대해 살펴보자. 악성 나르시시즘의 특징은 복종할 줄 모르는 자기 의지에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 양심의 요구에 스스로를 굴복시킨다. 그러나 악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죄책감과 자기 의지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때, 사라져야 하는 것은 언제나 죄책감이고 끝내 이기고 마는 것은 언제나 자기 의지다. 히틀러의 의지가 자기 자신의 의지였던 반면 예수의 의지는 그의 아버지의 의지였다. 이 두 의지의 결정적인 차이는 ‘고집의 의지’냐 ‘순종의 의지’냐 하는 데 있다. 이 복종할 줄 모르는 고집의 의지가 바로 악성 나르시시즘의 특성이다. 프롬은 인간 악의 기원을 하나의 발달 과정으로 보고 있다. 즉, 우리는 악하게 지음 받았거나 어쩔 수 없이 악해져 가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선택들을 통해 오랜 시간 서서히 악해져 간다는 것이다.


최근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일부 인사들의 거짓된 증언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경악과 함께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야당 인사를 지지한 문화예술인들을 좌편향된 사람들로 분류하여 명단을 작성하고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는 악행을 저질러온 사람들, 그들은 이것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 정당한 일이라며 스스로 악성 나르시시즘에 빠져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에게 고통을 주어왔다. 이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중대한 범죄이다. 관련자들은 이제라도 스스로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진실을 말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온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 엄중하게 죄를 물음으로써 대한민국에 다시는 이러한 거짓과 악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되기를 온 국민과 함께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 중에서
(스캇 펙 지음 / 비전과리더십 / 511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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