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말 영국의 BBC 방송이 여론조사를 통해 지난 1000년간 위대한 탐험가 10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1위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2위가 세계지도의 1/3을 그렸다고 평가받고 있는 제임스 쿡, 3위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 4위가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 그리고 5위가 어니스트 섀클턴이었다. 많은 탐험가들이 성공을 통해 위대한 탐험가로 평가받고 있는 데 반해 섀클턴은 탐험에서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탐험가로 존경받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위대한 성공으로 바꾼 탁월한 리더였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행복하고 보람을 느낄 때도 많지만 한편으로 수많은 고난과 시련에 직면하기도 한다. 고난과 시련에 직면할 때 어떤 사람들은 좌절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오히려 그 고난을 기회로 전환시켜 더 큰 성공을 일구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처럼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끌어낸 사람들을 우리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존경한다.

1997년 발발된 IMF 위기로 우리나라의 모든 개인과 기업들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힘겹게 IMF의 파고를 넘고 있던 2000년 말 출판사로부터 『새클턴의 파워 리더십』의 번역을 의뢰받았다. 당시 필자 역시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 책을 번역하면서 많은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그 후 섀클턴에 완전히 매료되어 『섀클턴의 자서전 SOUTH』, 그리고 『새클턴 평전』을 추가로 번역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새클턴의 파워 리더십』의 저자 퍼킨스 박사의 연구소에서 새클턴 리더십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처음 『새클턴의 파워 리더십』을 번역했을 때는 ‘이처럼 강인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은 원래 타고난 뭔가가 있을 거야. 보통사람과는 뭐가 달라도 다를 거야’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새클턴의 일생을 다룬 후속 두 작품을 번역하다 보니 새클턴 역시 약점이나 단점도 많아 ‘나와 다를 게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극한 상황에서 보여준 탁월한 리더십은 지금까지도 필자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으며 늘 많은 힘과 용기를 준다.

1874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섀클턴은 남극정복에 두 번이나 도전하지만 실패한다. 그 후 1911년 노르웨이의 로알드 아문젠이 남극을 정복하자 섀클턴은 남극 대륙을 육로로 횡단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1914년 탐험에 나선다. 그러나 남극대륙을 90Km 앞에 두고 탐험선 인듀어런스호가 얼음에 갇혀 결국 난파되어 27명의 대원들과 함께 차가운 남극바다의 얼음판 위에 내려앉게 된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새클턴은 634일 동안 탁월한 리더십으로 온갖 고난과 장애물을 극복하고 마침내 27명의 대원 모두를 기적적으로 구해낸다.

『새클턴의 파워 리더십』의 저자 데니스 퍼킨스 박사는 섀클턴의 탁월한 리더십의 핵심요소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비전 제시. 탐험선 인듀어런스가 침몰하자 섀클턴은 전원 무사귀환이라는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대원들과 함께 공유했다. 둘째, 상징과 솔선수범. 얼음판을 행군하기 위해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섀클턴은 자신의 금장식물을 눈 속에 던지는 등 상징적인 행동과 시각적인 리드를 통해 대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셋째, 낙천성. 섀클턴은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파티를 열고 축하할 일을 찾아 늘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넷째, 팀 메시지의 강화. 섀클턴은 이제 자신들의 생존은 탁월한 팀워크에 달려있다는 인식을 전 대원이 공유하게 만들어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의 정체성을 확립했고 대원들 간의 갈등의 싹을 조기에 진화했다. 다섯째, 모험과 창의적 사고. 섀클턴은 불필요한 모험은 단 한 순간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신중했지만 주어진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과감하게 모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장애물과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창의적 사고로 해결해나갔다.

최근 고유가와 경제 불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IMF 때보다 더 큰 위기가 다가올지 모른다고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100년 전 섀클턴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 다가온다 할지라도 그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능히 극복할 수 있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남극의 얼음판 위에 내려 앉아 혹한과 식량 부족 등의 악조건에 시달리며 27명의 대원들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섀클턴이 처했던 상황보다는 절박하지 않을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섀클턴의 인내와 용기로 무장하여 모든 사람들이 다가올 험난한 파도를 넘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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