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고달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다가올 미래에 대해 점점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던 30대 남자가 자신이 거주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러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올 들어서만 4번째 발생한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명 연예인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고달픈 삶을 비관하여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굳이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삶은 참으로 고달프다. 비록 경기가 좋을 때라도 그리고 경제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는 사람에게도 누구에게나 인생은 고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유명한 정신과의사인 스캇 펙 박사는 그가 저술한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인생이 고해임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더 이상 고달프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삶은 고해(苦海)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진리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삶은 더 이상 고해가 아니다. 다시 말해,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될 때, 삶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삶이 고해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의 문제에 대해 그 해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이 어렵다는 이 쉬운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삶이란 대수롭지 않으며 쉬운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문제와 어려움이 가혹하다고 불평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문제만 가장 특별하다고 믿으며, 왜 다른 사람들은 당하지 않는데 자신과 자신의 가족,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만 이같이 고통스런 문제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분개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삶의 승패는 그 문제들을 얼마나 잘 해결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문제들은 우리에게 용기와 지혜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없던 용기와 지혜를 만들어 내게까지 한다. 우리는 문제를 통해서만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현명하지 못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고통을 두려워하고, 가능한 한 문제들을 피하려고 한다. 문제를 질질 끌면서 저절로 없어지기를 바라거나 문제를 무시하고 잊어버리려 하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기려 한다. 심지어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약물을 먹고 자신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다가온 일시적인 고통과 삶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극복해나가려 하지 않고 절망하고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러나 자신에게 다가온 절망적인 상황이나 문제를 용기와 지혜로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활화산 가와이젠에서 유황을 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TV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53세의 수무르 씨는 가와이젠에서 36년째 목숨을 걸고 유황을 캐고 있다. 그는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4시에 일어나 4Km가 넘는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을 걸어 유독성 연기가 분출되는 활화산으로 올라가 유황을 캐낸 뒤 100Kg에 가까운 유황 덩어리를 어깨에 메고 산길을 내려온다. 목숨을 건 이 위험한 작업의 대가로 그가 받는 돈은 우리 돈 2,000원 남짓이다. 그는 이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며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행복해 한다. 수무르 씨에게 가와이젠 화산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땅이고 고난의 땅인 동시에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는 축복의 땅이듯,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역시 위험과 고난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축복의 땅이 될 수 있다. 고통과 고난은 가치중립적이다. 우리가 고통과 고난의 앞에 무너져 내릴 것인지 아니면 이를 정신적, 영적으로 더욱 성숙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을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들 자신에게 달려 있다.

스캇 펙은 성격장애와 신경증을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성격장애자는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회피하며 모두 세상 탓이나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 반면 신경증 환자는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고통스러운 문제나 고난이 다가왔을 때 세상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 모두 건강한 삶의 태도가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용기를 내 문제를 직시하고 지혜롭게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사람의 자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정을 추구하지만, 영적 성숙도가 높은 사람은 미래에 다가올 축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에 처하는 모험을 과감하게 택한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이처럼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는 성숙한 삶의 자세를 지닐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많은 어려움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곳이 될 것이다. 수무르 씨가 유황을 캐러 가와이젠을 오르며 부르는 노래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가진 것은 없어도 나의 행복 찾아서 오늘도 나는 떠나네. 모든 풍파 이기고 꿋꿋하게 살리라 아무리 힘들어도♬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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