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영양이 같이 걷는 것은 다른 영양의 눈에 들어간 먼지를 불어주기 위해서이다.”

이 아프리카 속담은 분별을 돕는 영성지도자의 역할을 잘 설명해 준다. 그들은 질문과 도전 혹은 단순한 기도를 통해 우리 눈에서 먼지를 불어주어 우리 안에서 인도하시는 성령님을 깨닫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들은 종종 우리의 생각을 통찰함으로 우리의 시야를 선명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분별을 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일들은 오롯이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다.

문자적으로는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분별은 거짓된 환상을 가려내는 것, 즉 무엇이 실제인가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바울은 다음과 같은 말로 분별에 대해 일깨운다. “그것은 감추어진 지혜로, 하나님께서는 성령의 계시로 그것을 드러내신다. 성령은 모든 일의 깊음을, 심지어 하나님의 깊음까지도 탐색하게 하신다”(고전 2:7-10).

그러므로 분별의 목적은 모든 것과 모든 일 가운데 계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사랑으로 우리를 꾸준히 인도하시며,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므로 하나님의 그 사랑에 동참하도록 우리를 부르신다는 것을 확실히 알 때 분별이 일어난다. 우리는 지극히 사랑받는 자들이고 무엇보다도 사랑 가운데 거하는 존재들로서, 바로 이 정체성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기 원한다. 그러나 때로는 이를 잊어버린 채 “내가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지? 올바른 결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과 사람들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수나 실패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사람이나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결코 완벽한 확신을 얻지 못한다. 우리의 행동이 갖는 동기는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불확실성과 모호함 가운데서 하나님께로 우리 자신을 열어드리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충동을 변화시켜 사랑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에 우리 자신을 열 때마다 이러한 내적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 변화의 과정에서도 망설임은 따라다닌다. 그분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는 일과 스스로 발견해야만 할 것 같은 열띤 추구 사이에서 무수한 갈등이 일어난다. 그러나 신뢰함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 펼쳐지기를 기다릴 수 있다. 그러면서 하나님과 함께하는 우리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다. “지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답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보이기 시작할 것임을 또한 믿을 수 있다.

이런 태도로 보면 분별은 마치 춤과 같다. 오랜 연인들처럼 서로의 매력을 알고 흠모하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남성의 팔은 밀거나 잡아당기는 일이 없을 것이고 여성은 상대 남성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분별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게 될 때 영성지도자는 우리로 하여금 눈을 하나님께 고정시키게 하고, 즐겁게 춤추는 일을 방해하는 우리 자신의 억압된 태도를 벗어버리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열띤 추구의 자세를 취할 때, 분별은 숨바꼭질 놀이로 전락해버린다. 이 경우 우리는 영성지도자에게 숨겨진 곳이 어딘지 알려달라고 요구하게 되고, 영성지도자는 열심히 우리를 도와 답을 찾게 되는 덫에 걸릴 수 있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에 대해 물을 때면, 나는 그들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모든 열심을 다 했다. 그러나 알고자 하는 열정은 사랑의 빛을 쇠하게 하고 신뢰가 설 자리를 없애버렸다. 최근 나는 그 시절 알고 지내던 한 여성과의 만남을 통해 그때를 기억할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의 영성지도 시간 동안 그녀는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로즈마리,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요?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는 것인가요? 전에 당신은 분명히 말해주곤 했잖아요.”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하나님으로부터가 아니라 이기심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긴 침묵 끝에 나는 가까스로 진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모르겠네요. 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더욱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때론 내 안에서 진정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는 전부는 내가 안다고 생각할 때보다 모른다고 생각할 때 더욱 하나님께 의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이 언제나 나를 편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이군요.”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이 무지의 자리에 대해 감사를 올렸다. 그리고 그녀도 함께 그곳에 있어주길 원했다. 그러나 그 또한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었다. 남겨진 것이라고는 하나님을 신뢰함과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는 것 같이 행동하는 일뿐이었다.

- 『그룹 영성지도』 중에서
(로즈마리 도어티 지음 / 로뎀 / 228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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