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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샘물
인간의 삶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다. 산고 뒤에 새 생명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리는 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에 대한 찬미가 아프리카에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태석 신부가 처음 보게 된 아프리카의 고통은 성장과 성숙을 위한 단련이 아니라, 그 자체에 매몰되고 마는 암담한 현실 그 자체였다.

수많은 내전을 치르는 동안, 이태석 신부가 활동했던 남수단의 톤즈는 특히 그 피해를 많이 입은 곳이었다. 긴급구호 전문가인 한비야 씨도 자신이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최악이었던 곳을 이곳으로 꼽았다. 톤즈 사람들은 20년 넘게 내전과 부족 간의 세력 다툼에 시달리면서 몸과 영혼이 메마를 대로 메말라 있었다. 문명사회로부터 소외된, 인간적인 삶의 기초적인 혜택조차도 어려운 곳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있었고, 폐렴과 말라리아, 한센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그리고 매년 1~3월쯤에는 홍역이 번지는데, 한 번 병마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면 사오십 명씩 아무런 대책 없이 죽어갔다. 이태석 신부는 백신 한 번 맞아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백신만 있어도 아이들 생명을 구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백신을 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백신은 저온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냉장고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런데 냉장고를 어디서 구한다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그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한 은인의 도움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서 전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붕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하고 진료소의 전구에 불이 들어오던 날, 이 신부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냉장고도 구했고, 백신도 구했다. 이후로는 홍역 때문에 죽는 아이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 은인의 관심이 매년 홍역으로 죽어갈 수많은 아이들을 살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콜레라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서너 명에 불과했지만 나날이 그 숫자가 늘어나서 일주일 만에 병원 마당이 100명이 넘는 환자들로 가득 찼다. 이때를 회상하며 이태석 신부는 미국에서 가진 강연에서 “초를 다투는 시간과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한 사람의 의사만 더 있어도, 아니 한 명의 간호사만 더 있어도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고등학생 여섯 명을 불렀다.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으니 함께 그들을 살려내자고 부탁했다. 여섯 명 중에 두 명은 전염될 것이 두려워 도망갔지만, 나머지 네 명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태석 신부는 이들 네 명의 학생들과 함께 본격적인 진료에 나섰다. 한 명은 소독기를 가지고 병원 안팎을 계속 소독하게 했고, 나머지 세 명에게는 수액주사 놓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틀이 지나자 아이들의 솜씨는 숙련된 간호사만큼이나 능숙해졌다. 이 아이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몇 명이라도 더 살릴 수가 있었다.

병원이 조금씩 자리를 잡게 되자, 이태석 신부는 틈틈이 약과 진료 도구를 들고 마을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특히 한센병 환자들에게 주목했다. 이들은 외롭게 병마와 싸우며, 모든 고통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는 부활절을 맞아 이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맞는 신발이 없어 고름이 흐르는 맨발로 흙바닥을 걸어 다녀야 하는 고충을 알고 있던 터라, 그들의 일그러진 발 모양을 일일이 그려 폐타이어로 맞춤 신발을 만들어주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신발을 선물로 받은 한센병 환자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그가 무안해할 정도로 크게 감사를 표했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을 보며 그는 뭉클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수고에도 불구하고, 수단 톤즈의 삶 가까이에는 항상 죽음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어느 날 톤즈의 저녁기도 시간, 이태석 신부는 자신의 고통을 하느님께 봉헌했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려 “목마르다”고 하신 예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진정한 목마름을 묵상했다. 이때 이태석 신부는 놀라운 현상을 경험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생기가 돋아나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한국으로 보낸 그의 편지에는 톤즈에서 갖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발견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편지에서 ‘하느님은 참으로 욕심이 많으신 분’이라고 썼다. 자신을 자꾸만 충동질해서 이곳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말도 자주 썼다. 톤즈의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그는 그들의 머리 위에 내린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거기에 매달렸던 것이다. 편지의 끝머리에는 늘 이런 글을 적었다.

하느님 사랑에 반했어요!

-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중에서
(우광호 지음 / 여백 / 240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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