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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해지기를 배우라
자폐증과 발달지체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 딸 킴은 미세운동 기능도 약하고 동작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말도 잘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킴은 항상 너무 일찍 일어났다. 새벽 4시쯤 위층에서 킴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내는 나더러 조용히 좀 시켜달라고 소리지른다. 아내가 그럴 만도 한 것이, 킴의 발자국 소리가 어찌나 심한지 꼭 조깅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소리를 질러 아이를 저지시킨다. 자폐증 분야에서는 딸아이의 증상을 상동증(반복 행동)이라고 한다. 하도 심해져서 신경과 의사와 상담하고 약을 먹여 보았지만 아이의 체중만 늘어서 약을 끊고 다시 소리 지르기로 돌아갔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야 우리 부부가 킴의 이 증상을 놓고 기도한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나의 무력함을 절실히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무력함을 깨닫는 데 선수지만 어른들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금방 잊어버린다. 나만 하더라도 무력함이라면 질색이다. 무슨 수나 방도를 구하거나, 하다못해 나의 문제를 들어 줄 친구를 원한다. 이것이 내가 본능적으로 매사를 대하는 방식이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도란 당신의 무력함을 하나님 앞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토머스 머튼의 말처럼 “기도는 우리의 실상의 표출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부족함이고 결핍이다. 성취를 부르짖는 덧없는 무력한 존재다.” 그러나 그 무력함이 우리를 기도하게 만들며, 또한 우리가 무력하기 때문에 기도가 통한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 살 수 없다.

우리가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가기가 어려운 것은 우리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가 그 상태로 무력하게 하나님께 나올 수 있도록 도우시는 분이다. 하늘 아버지께 무력하게 의존하셨던 자신의 삶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것이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람은 자기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점점 더 절감한다. 역설적이지만 자신이 덜 거룩하다고 느껴질 때 당신은 더 거룩해진다.

내 힘으로는 자녀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을 나는 17년이 걸려서야 깨달았다. 대단한 영적인 통찰은 아니었고 그냥 현실적인 자각이었다. 나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었다. 막막했다. 기도하는 것조차도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내가 자녀들을 위해 꾸준히 기도하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하나님께서 그 아이들 마음속에서 일하셨다. 한 예로, 내가 맏아들 존이 더 겸손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시작했는데, 6개월쯤 지난 어느 날 존이 내게 말했다. “아빠, 요즘 제게 겸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도가 내 최고의 자녀 양육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들에게는 말을 줄이고 하나님께 말을 많이 했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내 힘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도를 중시하지 않는다. 기도 없는 삶은 항상 뭔가 훈련이 부족하다든지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은 어떻게든 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에게 기도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그러므로 기도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고난이 매우 중요하다. 고난은 인생이 정말 어떤 것인지 보여 주시려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얼마 전에 킴이 다시 새벽에 방 안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내가 침대에서 나오려는데 아내가 반쯤 잠든 상태로 물었다. “킴한테 소리치려고요?” “아니, 그건 10년 동안이나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으니 이제 아이와 함께 기도하려고!” 나는 아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킴의 방으로 올라갔다. 조용히 아이를 침대로 데리고 가서 이불 위에 손을 얹고 아이를 가라앉혀 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셨다. 킴은 잠들었고 그날 아침에는 다시 왔다 갔다 하지 않았다.

기도를 시작하면서 난데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킴도 혼자서 기도할 수 있고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데, 여태 내가 과소평가했구나.’ 킴을 보는 나의 시각이 너무 좁아 단지 장애인으로만 본 것이다. 내 마음속에 아이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킴이 자기 팔뚝을 물어뜯으면 그 문제로 아이와 함께 기도할 수 있다. 부르튼 팔뚝에 기름을 발라 주면서 말이다. 이제 나는 아이의 문제에 분노로 맞서 싸우기보다 아이가 기도를 배울 수 있다는 새로운 비전에 집중한다.

그 후로도 킴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은 계속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겨우 자리에서 기어 나와 아이와 함께 기도했다. 그러다 4개월 후쯤 이사를 해야 할 일이 생겨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킴의 그런 행동이 완전히 없어졌다. 자폐증 때문에 소음에 과민한 줄은 알았지만, 전에 살던 집의 길 건너에 있던 공장의 트럭들과 도로의 차 소리 때문에 아이가 자꾸 깬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새로 이사 온 집은 도로에서 떨어져 있어 훨씬 조용하다. 그렇게 하나님은 킴을 위한 나의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

- 『일상기도』 중에서
(폴 밀러 지음 / CUP / 36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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