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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남편한테 무시나 폭행을 당하는 피해 여성들이 도움을 청하러 오면, 나는 간단히 묻는다. “남편이 왜 당신을 함부로 대할까요?” 답은 ‘그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평소에 하던 행동이 통한다 싶으면 대개 바뀌지 않는다. 여간해서 변하지 않는 이러한 현상을 정신신경학적 용어로 ‘기능성 고착’이라고 한다. 어떤 여자들은 남편을 잃을까봐 두려워 ‘긁어 부스럼’을 원하지 않는다. 부스럼이 암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을 때도 말이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의 형편없는 행동을 그냥 참고 사는 아내를 결코 존중하지 않는다.

켄이 다이에나에게 “당신을 걱정해주는 마음은 있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던 날, 이 부부의 위기는 시작되었다. 그보다 3개월 전 그들은 딸 힐러리가 자해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의사는 딸에게 우울증 진단을 내렸다. 그래서 켄의 충격적인 발언을 듣고도 다이애나는 일단은 중요한 것부터 먼저 챙기기로 했다. “켄, 당신이 지금 떠나면 힐러리는 견뎌내지 못할지도 몰라요. 당분간은 힐러리를 위해서라도 당신은 집을 떠날 수 없어요.” 켄도 동의했지만 그들은 같은 집에 살며 같은 침대를 쓰면서도 마음으로는 남남이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켄의 애정이 식어지는 데는 그녀 자신도 한몫 했다. 그해 초 회사의 컴퓨터 서버에 생긴 에러로 그녀가 자료들을 모두 복구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그녀는 직장에서 늦게까지 있었고 집에까지 일을 가져왔다. 그런데 드디어 일이 해결되던 날, 딸이 실연의 고통을 잊으려고 약을 먹었다. 다이애나는 망연자실했다. 그리곤 모든 모성 본능이 들끓어 올랐다. 그녀는 부부간의 섹스를 끊다시피 했다. 켄이 육체적인 친밀함을 청해 올 때마다 그녀는 딸 생각이 나서 도저히 반응이 되지 않았다.

딴 여자는 없다는 말에 다이애나는 안도했으나, 불행히도 불과 몇 주 후 그것은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어찌할 바를 몰랐던 다이애나는 하나님께 누구를 통해서든 자신의 결혼생활을 구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통로가 바로 ‘딴 여자’의 어머니일 줄이야. 바로 그날, 어떤 여자가 전화를 걸어와 말했다. “댁의 남편이 내 딸과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나스카(자동차 경주) 채팅방에서 매일 만나 사진까지 교환하더니 이번 독립기념일에는 데이트까지 하려고 한다구요.” 그리고 이어서 결정타가 날아왔다. “내 딸은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가 둘이나 있는 애예요!”

다이애나는 자신의 귀가 믿어지지 않았지만 서글프게도 그간 정황이 모두 앞뒤가 맞아들어 갔다. 켄은 자기가 연휴에 ‘출장’을 가는 동안 그녀에게 친정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 켄은 정말 두 가정을 파탄 내려는 것일까? 그것도 딸아이에게 아빠가 가장 필요한 이때에 말이다. 다이애나가 조치를 취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날 저녁 식사를 끝낸 후 그녀는 켄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왜?” “셔릴의 어머니가 전화했었어요.” 켄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그녀는 비난이나 불같은 감정 없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좋아요, 셔릴에 대해 말해 보세요.” 그녀는 그렇게 시작했다. 켄은 인터넷으로 셔릴을 만나게 된 경위를 천천히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똑같이 나스카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그럴 계획이었음을 켄은 시인했다. 미래를 함께할 가능성까지 얘기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힐러리에게는 아빠가 돼줄 수 없는데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이 두 다른 아이에게는 아빠가 돼 줄 거라고, 그렇게 힐러리에게 말하겠다는 건가요?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 때문에 19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다니, 진심은 아니겠죠?”

켄이 예상했던 욕설과 폭언은 거기에 없었다. 나중에 켄은 그때 만약 그랬다면 자기는 튕겨나갔을 거라고 털어놓았다. 대신 그는 다이애나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를 보았다. 그것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했다. 다이애나는 그때를 이렇게 회고한다. “실망과 슬픔은 여전히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분노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켄이 결혼생활을 지속하기로 선택한다면 결국 우리의 결혼생활이 전보다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고 켄도 따라 웃었다. 저녁 내내 그랬다. 이튿날 켄은 셔릴과의 관계를 끝냈다고 말했다. 결국 켄은 제자리로 돌아와 주었고, 다이애나의 확신은 현실이 되었다. 이후로 다이애나는 켄과의 친밀감 회복에 힘썼다. 그리고 그의 세계 속에 들어가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사실, 여러 해 동안 이 부부는 관심사와 취미가 각기 달라 거의 공통분모가 없었다. 켄은 나스카의 열광적인 팬이지만, 다이애나는 그게 뭐가 좋다는 건지 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다이애나는 나스카를 즐기기까지 한다.

인터넷 외도가 발각된 지 두 달 후, 켄은 드디어 다이애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다이애나와 켄은 더 강하고 더 지혜롭다. 가정도 하나로 남았다. 그들은 또한 다른 부부들에게 희망과 치유를 주고 있다. 갈등의 한복판에서 자기들이 과연 어떻게 해낼지 막막해 하는 부부들에게 말이다.

- 『부부학교』 중에서
(게리 토마스 지음 / CUP / 37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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