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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서로 가깝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자신이 베일 속에 은폐하고 있는 약점이나 숨겼던 민낯을 보여주는 데서부터 진실과 사랑이 시작됩니다. 누구나 극한 상황에 처할 때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참모습을 알게 됩니다. 인간들의 의식 속에 마지막 남은 한 꺼풀. 소설 <파이 이야기>가 바로 그렇습니다. 배가 침몰하고 227일 동안이나 작은 구명보트 위에서 벵골 호랑이와 공생하면서 살아나온 인도 소년 파이의 극한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자신도 모르게 깊숙이 숨어 있는 생명의 진실한 민얼굴을 보게 됩니다.

이 이야기의 원제목은 ‘Life of Pi’예요. 파이의 생명, 라이프의 진짜 얼굴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 테마입니다. 우선 파이가 227일 동안 벵골 호랑이와 생사를 걸고 표류하는 그 배가 ‘라이프보트’, 직역하면 ‘생명보트’, ‘생명의 조각배’지요. 그리고 ‘파이’ 하면 무엇이 연상되세요? 피타고라스가 절망한 것처럼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 그게 생명이고 우주이며 신의 세계입니다. 3.141592… 그 영원히 풀리지 않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라이프 오브 파이’입니다. 그렇다고 과학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과학은 우리를 적어도 근사치에까지는 데려갑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1퍼센트, 그것을 뚫고 갈 수 있느냐는 극한 상황에 닥쳐봐야 합니다.

마치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보듯이 우리는 <파이 이야기>를 통해 신의 세계, 영원의 세계가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게 라이프입니다. ‘라이프’는 ‘데스Death’의 반대말이지만, 죽음 없는 라이프 없고 라이프 없는 죽음이 없습니다. 이 둘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고, 서로 중첩되어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살아서는 알지 못해요. 신학도 로고스로 미처 설명할 수 없는 한계를 소설이나 시, 예술로밖에는 메꿀 수 없습니다. 그나마 감성과 이성과 영성을 통합할 수 있는 인간이 가진 유일한 수단은 바로 예술 언어라는 것이지요.

<파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인도의 정치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사업에 위기감을 느낀 파이의 아버지는 동물원 문을 닫고 캐나다로 이주하기로 결정합니다. ‘침춤호’라는 배에 동물들을 잔뜩 싣고 출항하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태풍을 만나 난파합니다. 결국 아버지, 어머니, 형, 식구들이 다 죽고 파이만 겨우 구명보트에 오릅니다. 구명보트에는 벵골 호랑이 한 마리와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이 있었는데, 얼룩말과 오랑우탄이 차례로 하이에나에게 잡아먹히고, 하이에나도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렇게 해서 열여섯 살 소년과 커다란 벵골 호랑이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파이는 구명보트 안의 많지 않은 식량과 장비, 생존 매뉴얼을 총동원해 태평양 한가운데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입니다.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물고기를 낚아 호랑이에게 던져 주면서, 태평양의 모든 공포와 신비를 호랑이와 함께 겪습니다. 생명의 목마름 속에서 끝없이 신을 갈구하는 인도 소년 파이의 맑은 영혼, 우리는 그 영성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모험담이나 표류기가 아니라는 것은 소설 첫머리에 이미 암시되어 있어요. 소설 쓸 거리를 찾아 인도의 폰디체리로 온 작가가 노신사를 만나 파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장면에서 노신사가 한 말이 바로 그것이지요. “내 이야기를 들으면, 젊은이는 신을 믿게 될 거요.” 작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고 비웃죠. 그러나 결국 노신사의 예언대로 그는 신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신비한 생명의 힘, 먹고 먹히는 비정한 생존 속에 뜻하지 않게 드러나는 아름답고 질긴 생명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죠.

죽음과 삶은 꼭 붙어 다닙니다. 이 모든 삶의 긍정이 결국은 파이의 생입니다. 그러나 이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죽음보다 한발 앞서간 227일 표류의 고통 속에서, 생명의 밑바닥 극한에서 얻어지는 지혜겠지요. ‘생명애’란 인간에게 이익을 주는 존재로서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긍정하는 것이에요. 자연은 벵골 호랑이의 이빨과 발톱을 가지고 있어서 끝없이 우리를 위협합니다. 조금만 한눈팔면 잡아먹힙니다. 하지만 그 호랑이의 야성 가운데 한없이 부드럽고 끝없이 향상시키는 생명애가 있어요. 그 속에 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신은 자비로울 뿐 아니라, 인간들이 보기에는 부조리하고 야속하고 파괴적이기도 하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도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치셨던 거죠.

이 이야기는 소년이 어른이 되는 이야기, 폰디체리 사람이 토론토 사람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힌두 세계에서 기독교 세계로 건너가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 227일 동안 구명보트의 극한 체험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절대로 힌두교가 예수교를 알 수 없어요. 신이 인간이 되고, 인간의 죄성을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생명의 피를 흘리고, 부활하는 역설의 극치, 사랑의 극치, 이게 영성의 세계입니다.

-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중에서
(이어령 지음 / 포이에마 / 360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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