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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버지의 생각
(표정훈 지음/마음산책/284쪽/11,000원)

열아홉 살에 쓴 데뷔작 <뱀에게 피어싱>으로 스바루 문학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가네하라 히토미는 지독한 문제아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등교를 거부했고, 중학교 때는 손목을 그어 정신치료를 받았으며, 고등학교 때는 남자친구와 동거하면서 빠찡꼬 가게에서 살다시피했다. 그런 그가 작가로 성장하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무척 컸다.

가네하라 히토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호세이대학 교수며 번역가이기도 한 아버지 가네하라 미즈히토를 따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년을 살았다. 당시 아버지는 일본 소설을 잔뜩 사왔는데, 히토미에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 놔둘 테니, 혹시 흥미 있는 책이 있으면 읽어보렴." 히토미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한다. "강제로 읽으라고 했다면 안 읽었겠지만, 그냥 놔두고 가시길래 한번 읽어봤더니 아주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 가출하여 학교도 가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내던 중 아버지가 대학의 창작 세미나에 참가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고, 히토미는 아버지의 세미나에서 글을 발표했다. 아버지는 히토미의 글에 대해 세세한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고 일단 교정을 봐준 뒤 '아직 멀었네'라는 말만 건넸다. 아버지 가네하라 교수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히토미는 집밖을 전전하며 지내던 때에도 무언가를 쓰는 일은 계속했고, 쓴 것들이 모이면 아버지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러면 아버지는 빨간 펜으로 교정을 봐서 원고를 돌려주었다.

이 범상치 않은 부녀에 관해 읽고 나서 문득 잠이 든 딸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녀석인데, '저 녀석이 자라서 히토미처럼 군다면?' 하는 '보통 아버지'다운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그저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젓고 말았다. 가네하라 교수가 딸이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놓아두거나 창작 세미나 참석을 권하거나 원고 교정을 봐주거나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딸이 진작부터 흥미를 느끼던 일, 현재의 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는 단 하나의 일, 딸이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을 통해 딸을 말없이 응원하거나 신뢰를 보낸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네하라 히토미와 달리 범생이 중의 범생이었던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명문 윈체스터의 장학시험을 치르기 전에 무척이나 긴장했던 모양이다. 첫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고 이듬해에도 입학을 하지 못한 터라 사실상 3년째 도전하는 셈이었다. 모든 게 그 시험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 시험 날짜가 확정되었을 때 토인비의 중압감은 극에 달했다. 그때 이렇게 말한 그의 아버지는 현명했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이상의 일은 아무도 할 수 없지. 아마 윈체스터의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건 무리일지도 몰라. 영국의 모든 예비학교에서 모인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니까. 윈체스터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이 세상이 끝나는 건 절대 아니란다. 메기 아주머니가 여사감으로 있는 북부의 학교를 알고 있지? 거기는 장학금 없이도 널 보낼 수 있고, 더구나 그 학교는 훌륭한 학교란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지 말거라."

토인비는 결국 3등으로 합격했다. 토인비의 아버지는 자식이 느끼는 중압감을 덜어주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올리게 할 목적으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부모된 입장에서 솔직한 심정이었으리라. 나 역시 애처로운 심정에 할 수만 있다면 자식이 느끼는 중압감을 내가 대신 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토인비의 아버지처럼 자식에게 솔직하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폴 매카트니는 부모의 각별한 사랑 속에 자라나 영국 리버풀 명문으로 손꼽히던 학교에 입학해 우수한 학교 생활을 했다. 그러나 열다섯 살이 되던 해 그가 사랑하던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로는 학교 생활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비틀즈 멤버로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늘 그의 마음속 깊이 사무쳤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쳐와 지쳐 있던 시기에 그는 현몽을 경험하게 된다. 꿈에 어머니를 보자 너무나 기뻤던 것은 물론, 새로운 힘이 솟아났다고 한다. 힘든 시기에 꿈속에 찾아온 어머니 메리.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이 '보통 아버지'는 생각하게 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나의 자식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현몽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어려운 시기에 잠깐이라도 나를 떠올리며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는 할까? 오디세우스가 전쟁을 하러 트로이로 떠난 사이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스승이자 조언자이자 아버지 구실을 하면서 잘 돌본 멘토르.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자식들이 떠올리는 나에 관한 기억이 그들에게 멘토르가 되어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적어도 현재로서는 자신이 없다.

- 『탐서주의자의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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