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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화해하기②
(조이스 허기트 지음/사랑플러스/352쪽/11,000원)

나는 과거의 상처가 그동안의 비합리적인 태도의 뿌리였음을 확신했기 때문에, 이것만 치유된다면 하룻밤 사이에 변화되어 남편 데이비드의 여비서를 온화하고 솔직하고 사랑스럽게 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뿔싸! 기억에 대한 치유가 성숙함에 이르는 지름길이지만, 즉시 자유를 얻기 위한 공식은 아니었다. 그것은 의미심장한 출발은 될 수 있지만, 하나님이 바라시는 건 우리의 온전함이지, 신속한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사랑하는 커플이 벤치에 앉아 애정 행위를 하고 있거나 내가 보는 영화나 연극에서 사랑의 행위를 시작하면 움츠러들곤 했는데, 그런 것이 없어졌다. 어느 날 설거지를 하면서 부엌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을 때 장미 숲 벤치에서 젊은 남녀가 키스를 하고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때 같으면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나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감탄했다.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지만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시기심의 문제는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녔다. 성숙하지 못한 행동 방식에 사로잡혔고, 그것은 계속 남편과 그의 여비서,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에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일 년이 지나고, 그 비서는 떠났다. 나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알았다. 내 감정도 혼란스러웠다. 마침내 가정은 제자리를 찾은 듯한 안도감이 들었으나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남편의 일을 도와주러 왔지만, 남편이 여자들과 같이 일을 할 때마다 버림받은 느낌과 거절감이 활활 타올랐다. 문제의 본질은 내가 그의 인생과 사랑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있었다.

그 즈음 유아 발달에 관한 강의를 듣던 중 정신과 의사인 프랭크 레이크가 고안한 모델이 내 관심을 끌었다. 그것은 특히 인생의 첫 9개월 동안 아기가 엄마하고 맺는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모델이었다. 아기가 태 속에서 신체적, 정서적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 엄마에게 의존하듯이, 태어난 직후에도 무조건적인 인정을 통한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 엄마한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데, 이 인정은 '시각이라는 탯줄'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된다고 그는 말하고 있었다.

"아기의 존재는 엄마의 얼굴빛에 의해 유지된다. 엄마의 눈에서 벗어나면 서서히 죽음에 이른다. 엄마가 돌아오면, 그의 인생길은 다시 열린다. 엄마의 눈빛과 목소리에 의해 생명이 좌우되는 것이다."

엄마의 풍성한 사랑이 아기에게로 흘러들어 갈 때 아기는 자신의 가치와 의미와 행복감을 발견한다. 동시에 이런 종류의 사랑은 자신감과 온화함으로 자신을 무장하는 능력을 길러 준다. "나는 나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마음에 든다."라는 바람직한 자신감이 아이에게 생길 때, 인생 여정의 일부인 삶의 기술 배우기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강한 동기의식을 가지게 된다. 엄마의 인정과 보호해 주는 사랑을 받아먹고 힘을 얻은 아이는 한 인격체가 되는 기쁨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인해 이와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면 태 속에서부터 형성된 신뢰 관계가 깨지고 낙오자라는 감정이 밀려와서 다른 행복한 친구들이 누리는 삶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취를 통해 인정과 자위를 얻으려고 추구하게 된다.

이 특별한 모델이 시사하는 바를 깨달았을 때, 나는 마치 살갗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고통을 맛보았다. 불쑥 엄습한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나는 앤을 찾아가 아픔을 호소했다. 그녀가 내 말을 경청해 주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이런 감정을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 엄마가 나를 낳으실 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몇 번 언급했던 한 가지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엄마가 난산을 해서, 내가 태어난 후 얼마 동안 엄마의 시력이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정체 모를 아픔의 근원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시력을 잃다니! 나는 프랭크 박사의 모델을 배울 때 그림으로 보았던, 엄마와 아기가 서로 즐겁게 눈을 마주치는 모습이 생각났다. 다시금 아픔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생명을 주는 엄마의 눈길은 내 인생의 가장 초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었는데…. 그 고통은 몇 년간 묻혀 있다가, 지금에서야 물속에 있는 부푼 공처럼 더 이상 밑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내 인생의 수면 위로 계속 떠올랐다. 치유가 절실하다고 느낀 앤은 현재와 과거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그 당시로 돌아가서 내가 당한 이 상처를 어루만져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이 어떤 일을 하실지 보려고 기다렸다.

조용히 기다리는 동안 나는 마치 다시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숲이 있는 들판에서 완전히 혼자 누워 있었다. 몸부림치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다. 그냥 어쩔 도리 없이 거기에 누워 있었다. 그 때 발자국 소리를 들었고 잠시 후 한 사람이 나타났다. 예수님이었다. 그분은 내가 있는 데까지 와서는 나한테 사랑스럽게 몸을 구부리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그 손길에 위로를 받았다. 그 손가락을 내 작은 주먹에 올려놓고 아기처럼 기뻐하면서 그것을 꽉 잡았다. 그러다 마침내 내가 그분의 얼굴을 쳐다본 순간, 거기서 나를 바라보는 환하게 빛나는 미소를 보았다.

"나를 보았다!" 그렇다. 그분은 눈길을 통해 엄마가 본의 아니게 할 수 없었던 그 모습으로 나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공허한 나에게 충만함을 부어 주고, 섬세한 능력으로 나의 무력함을 채워 주고, 그분의 임재를 통해 슬픔을 위로로 바꾸어 놓았을 때, 내게로 온화함의 능력과 소망과 기쁨이 흘러 들어왔다.

- 『경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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