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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
(편집부 엮음 / 가이드포스트 / 414쪽 / 11,000원)

남편과 나는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 11시였다. 우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가게에 있던 장난감을 몽땅 다 팔았고, 예약된 상품들도 전부 팔려 나갔다. 단 한 개만 빼놓고. 이 선물꾸러미에 1달러의 예약금을 걸어 놓은 사람은 끝내 다시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아침 일찍부터 열두 살 난 아들 탐과 남편 그리고 나는 함께 트리 아래에서 선물을 풀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왠지 너무 무미건조한 것 같았다. 탐은 다 커버려서, 바라는 것은 오직 게임기뿐이었다. 지난날 천진난만했던 때, 각양각색의 선물을 기다리던 아이의 모습이 그리웠다. 아침식사가 끝나자마자 탐은 옆집 친구네로 놀러 갔고, 남편은 무료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잠이나 자야겠네. 도대체 할 일이 없잖아.”

결국 나는 혼자 남아 울적한 기분으로 설거지를 했다. 아침 9시나 됐을까, 밖에는 눈과 뒤섞인 진눈깨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바람결에 창문이 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나는 아파트 안의 따스함이 정말 감사했다. ‘오늘 같은 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아.’

그런데 바로 그 순간부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집요한 권유였다. 누군가 내게 가게로 가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이다. 나는 얼음같이 차가운 바깥 거리를 내다 봤다. ‘바보 같은 생각이야.’ 가게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크리스마스에 가게를 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떨쳐 버리려고 애쓸수록 그 생각은 더 집요하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 시간 동안 그 묘한 느낌과 싸우던 나는 마침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여보, 가게에 가 봐야겠어요.”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잠을 자던 남편이 깜짝 놀라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가게에 가서 뭘 하려고?” “나도 모르겠어요.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냥 한번 둘러보려는 거예요.” 나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남편이 만류했지만 나는 곧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과 진눈깨비가 양 볼을 때렸다. 나는 미끄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며 가게를 향해 한 발 한 발 더듬어 내려갔다. 이런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혹독한 추위 속으로 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에 가게가 보였다. 그런데 우리 가게 앞에 흑인 소년 두 명이 서 있는 것이었다. 한 아이는 아홉 살, 다른 아이는 여섯 살쯤 되어 보였다. ‘원, 세상에!’ 그 아이들은 거의 반쯤은 얼어 있는 상태였다. 나이 어린 소년은 눈물로 얼굴이 온통 젖어 있었지만, 나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울음을 멈췄다. “거봐, 형이 아줌마는 꼭 오실 거라고 했잖아.” 큰아이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뭘 하고 있는 거니?” 나는 애들을 나무라며 황급히 가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난로를 지폈다. 그 애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모자도 장갑도 없었고, 다 뚫어진 신발만 간신히 신고 있었다. 나는 그 애들의 작고 차가운 손을 잡고 비벼 주며 난로 가까이로 데려갔다.

“우리는 아줌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애들은 가게 문이 열리는 9시부터 문밖에 서 있었다고 했다. “왜 아줌마를 기다리고 있었니?” 나는 놀라서 물었다. “내 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았어요. 그래서 스케이트를 사러 온 거예요. 동생이 제일 갖고 싶어 하는 거였거든요.” 형이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나는 소년의 손 위에 있는 돈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기대에 찬 얼굴도 보았다. 그러고 나서 가게를 한번 둘러보았다. “그런데 어쩌지? 다 팔리고 남은 물건이 없으니…”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예약 상품 진열대에 외롭게 남아 있는 선물꾸러미에 눈길이 닿았다. “잠깐만 기다려 봐라.” 나는 꾸러미를 가져다가 포장을 풀었다. 그랬더니, 기적 중의 기적처럼 스케이트 한 켤레가 그 안에 들어있었다!

아이가 스케이트를 집어 들었다.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부디 아이의 발에 맞기를…’ 그리고 기적에 기적이 더해져서, 스케이트는 아이의 발에 ‘꼭’ 맞았다. 형이 동생의 오른발 스케이트 끈을 매 주고 일어나더니 내게 돈을 주었다. “아니야, 돈은 받지 않으마. 스케이트는 그냥 가져가고 대신 그 돈으로 장갑을 사렴.” 두 소년은 눈이 접시만큼이나 휘둥그레지면서 활짝 웃었다.

내가 그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발견한 것은 일종의 축복과 같았다. 그건 순수한 기쁨이자 아름다움이었다. 내 마음도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아이들이 몸을 다 녹인 후 난로를 끄고 함께 밖으로 나왔다. 나는 가게 문을 잠그면서 물었다. “내가 가게에 온 게 얼마나 다행이니. 조금 더 밖에 서 있었더라면 너희들은 얼어 버렸을 거야.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내가 올 줄 알았지?” 그러자 형이 천천히 나를 쳐다보면서 뜻밖의 말을 했다. “제발 아줌마를 보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거든요.”

등골을 타고 오싹한 전율이 흘러 내렸다. 결코 추위 때문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았다. 하나님께서 이 모든 일을 계획하신 것이었다. 그 애들과 헤어진 후, 나는 집을 나설 때보다 훨씬 더 상쾌한 크리스마스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 『삶을 너무도 사랑했기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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