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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쌓기보다 허무는 것이 더 쉽다
(스티븐 스티븐스 지음 / 사랑플러스 / 278쪽 / 9,500원)

몇 년 전 나는 리처드 맥크레이가 쓴 매우 감동적인 시를 발견했다. 이 시는 한때 서로 사랑했던 부부가 멀어지는 모습을 매우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들의 결혼사진은 탁자에서 그들을 조롱하고 있다.
더 이상 서로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는 이 두 사람을.

그들은 첫아이가 처음 이가 나던 때와 막내딸이 졸업하던 때 사이의
어딘가에서 서로를 잃어 버렸다. 그리고 그 후로 오랫동안
각자 자아라고 부르는 엉킨 실타래를 조금씩 풀었지만
단단한 매듭에 부딪히면 서로를 찾는 노력을 감추었다.

때로 그녀는 밤의 어둠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 달라고 애원하곤 했다.
그는 겨울잠을 자는 곰마냥 그녀 옆에 누워 그녀의 겨울을 알지 못했다.

한 번은 사랑을 나눈 후에 그는 자신이 죽는 것에 대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벌거벗은 영혼을 보여 주는 것이 두려워
대신 그녀의 젖가슴이 아름답다고 말해 버렸다.

그녀가 현대 미술 강좌에 등록한 것은 캔버스 위를 가득 메운 색깔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무실’이라 부르는 무덤 속으로 기어 올라가 고객들 속에 자기 자신을 파묻었다.

서서히 둘 사이에 무관심이라는, 회반죽으로 발라진 벽돌담이 높아만 갔다.

어느 날 서로를 만지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 그들은 꿰뚫을 수 없는 장벽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둘 다 그 냉기에 몸서리를 치면서 반대편의 이방인에게서 물러섰다.

사랑이 시드는 때는 분노의 순간도 아니며
불타는 듯한 육체가 열기를 잃을 때도 아니다.
사랑은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담의 밑바닥에 숨을 헐떡이며 지쳐서 누워 있다.


이 시는 아름다운 시이긴 하지만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서글픈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가 ‘아내에게 바친 시’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결혼생활에는 회복의 희망이 있다. 상담사들은 이 지경에 이른 결혼생활을 ‘평행선 결혼생활’ 또는 ‘정서적 이혼’이라고 부른다. 한때 서로 사랑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 남편과 아내가 이제 가능한 한 서로를 피하고 쌓아 올린 담으로 인해 분리된다는 것은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담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려는 자기보호를 위해 쌓는 것이기 때문에 담을 허무는 일은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높아진 담의 문제에 있어서 기쁜 소식은 많은 면에서 담은 쌓기보다 허무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다. 나는 종종 부부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행동을 하면 감정이 따라온다고 조언한다. 담을 허물 만큼 용기가 생기지 않을지라도 담 너머로 몇 가지 다정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이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한 가지 만들고, 남편이 피곤해 보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일 때 등을 쓸어 줘라. 로맨틱한 영화를 보며 그의 낭만적인 태도에 호응해 줘라. 설사 그럴 기분이 안 나더라도 말이다. 이와 같은 조그마한 몸짓은 어색하거나 가식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친밀감을 재형성하게 해 주는 간단하고도 위협적이지 않은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불신과 두려움, 쓸데없는 자존심의 벽돌이 하나씩 제거되며, 비로소 대화가 가능해진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당신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의 모든 행동이 방법 면에서 서툴고 하찮게 느껴질지라도 용납해 주고 기뻐해 주라는 것이다. 사랑을 회복하는 것은 당신 부부 모두에게 시간과 수고와 희생이 따르는 과정임을 잊지 말라.

- 『나.. 그만할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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