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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일본 도쿄올림픽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 되는 집을 헐게 되었다.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데 꼬리 쪽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가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3년 동안 도마뱀이 못 박힌 벽에서 움직이지 못했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까닭을 알기 위해 철거 공사를 중단하고 사흘 동안 도마뱀을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이 두 도마뱀은 어떤 사이였을까? 물론 우리는 알 수 없다. 부모와 새끼의 관계일 수도 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 수도 있고 그저 한곳에 모여 살던 동료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상상해 본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아오던 도마뱀 동네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들어와 땅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 내고 요란한 기계 소리를 내며 어마어마한 자기들의 집을 짓기 시작했을 것이다. 땅이 파헤쳐지고 숲이 무너지면서 죽어 간 도마뱀도 많았으리라. 도마뱀만이 아니라 다람쥐도, 지렁이와 개미도 그랬을 것이고, 밤낮없는 기계 소리에 놀라 멀리 떠나 버린 도마뱀들도, 둥지를 잃은 새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떠날 수 없는 도마뱀과 개구리와 잠자리들도 있었을 것이다. 돌아다녀 봐도 너무나 어마어마한 땅이 다 뒤집혀져서 어쩔 수 없이 그 근처 어디에 몸을 숨겨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 도마뱀도 그런 무리 중의 하나였으리라. 불안과 공포 속에서 그래도 숨어 살 데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그만 꼬리가 못에 박히는 끔찍한 경우를 당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도마뱀은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몸부림칠 때마다 살을 찔러오는 고통은 또 얼마나 컸을까. 그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다른 도마뱀은 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루, 이틀, 닷새… 꼬리가 못에 박힌 도마뱀은 오직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테고 옆에서 그 아픔을 다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도마뱀은 어쩌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었으리라. 말도 할 수 없는 이 미물들은 오직 눈짓과 표정과 몸짓만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마음을 나누었으리라.

도마뱀은 원래 사람 손에 꼬리가 잡히면 그 꼬리를 잘라 버리고 도망치는 파충류인데 아마 꼬리를 잘라 버릴 수 있는 상황도 못 되었던 게 분명하다.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훌륭한 것은 바로 곁에 있던 도마뱀이다. 사랑하는 도마뱀이 고통받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도마뱀이 살아 보려고 몸부림치다 절망할 때 어딘가로 가서 먹을 것을 물어 왔다. 그때 입으로 건네주면서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절망하지 말라고, 살아야 한다고 말은 할 수 없었겠지만 어떤 눈짓, 어떤 표정이었을까.

못에 꼬리가 박힌 도마뱀은 어쩌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처음엔 먹을 것을 거부하며 팽개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또 어딘가로 가서 먹을 것을 구해다 입에 넣어 주는 그 도마뱀을 보면서, 너를 버릴 수 없다는 그 표정, 나만 살기 위해 네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그 몸짓, 그걸 믿으면서, 운명과 생의 욕구를 받아들이면서 얼마나 가슴 저렸을까.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을 무릅쓰고 먹을 것을 구해다 주면서 함께 살아온 지 3년. 그 도마뱀은 못을 박았던 사람들에 의해서 다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어두운 지붕 밑에서 두 도마뱀은 함께 사랑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고통 속에서 서로 안고 잠이 들곤 하였을 것이다.

그 3년은 얼마나 길었을까.


- 『도종환의 삶 이야기』 중에서
(도종환 지음 / 사계절 / 245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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