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경제포털
뉴스  ·  증권  ·  부동산  ·  금융  ·  자동차  ·  창업  ·  교육  ·  세무  ·  헬스  ·  BOOK  ·  블로그   
등록예정 2024년 4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북다이제스트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회원가입
INFO BOOK
하늘에 보내는 상자
혹시 당신에게는 깊은 속마음까지 편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나에게 그런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엄마는 언제나 나의 손을 잡고 눈을 들여다보며,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엄마는 매번 적절한 조언을 해주시곤 했지만, 단순한 조언 이상의 약속을 해주었다. 바로 “내가 갓 박스(God Box)에 네 고민을 넣어줄게”라고 말해주었던 것이다. 한순간이었지만 고민거리와 함께 작은 기도가 적힌 종이쪽지들이 갓 박스에 담길 때마다 내 걱정과 두려움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곤 했다.

엄마는 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매력이 있었다. 엄마를 보내는 장례식 때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엄마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노라고 털어놓았다. 엄마의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알 수 있던 날이었다. 엄마의 공감대에는 경계선이 없었다. 미용실 직원부터 수리공까지, 시무룩한 십 대 아이들부터 은퇴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노인들까지 엄마는 ‘만인의 어머니’였다.

한 번은 아빠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네 엄마는 마치 모든 사람들과 공감하는 법을 아는 것 같구나.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빠는 아마도 내가 여러모로 엄마를 닮도록 가르치려 했던 것 같다. 나도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었지만, 엄마는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사람들을 도우려고 했다. 친구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심부름을 해주고, 매일 밤마다 전화를 걸어 걱정을 덜어주셨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엄마가 갓 박스 속에 남긴 쪽지를 읽으면서 나는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갓 박스 안에는 친구, 친구의 친구, 누군가의 손자와 손녀 같은,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을 위한 기도가 담겨 있었다.

“마리의 심장병을 꼭 낫게 해주세요. 이제 겨우 작은 아기인걸요.”
“제 친구 부부가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낸 지 며칠이 지났다고 하네요. 다시 금실 좋은 부부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웃집 남편의 혈액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판명되기를 빕니다.”

남을 도우려는 엄마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엄마에게 고민을 상담해오고, 엄마 역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도우려고 애썼다. 그러나 사람들은 엄마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마음의 짐을 덜지 몰라도, 엄마는 언제나 그만큼 어깨에 늘어난 짐을 지고 사셔야 했다. 이런 엄마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와 넘치는 의지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바로 갓 박스였다. 엄마는 갓 박스를 통해 비로소 이런 문제들을 더 높으신 분께 의탁할 수 있으셨던 것이다. 나는 이 상자가 분명 어머니에게 필요했던 위안과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위안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으며, 엄마는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이 언제나 감사해 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감사합니다, 하느님!”이라는 구절을 적은 쪽지가 가장 많았으니 말이다.

엄마와 나, 우리 둘 사이에는 굳이 어떤 고민거리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쓸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일을 서로에게 솔직히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가 엄마에게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문제가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 문제였다. 엄마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굳게 입을 다무셨다. 이는 어쩌면 엄마 자신이 아이 낳는 일의 불확실성과 고통에 대해 더 잘 아셨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결혼 전 심각한 감염으로 인해 신장을 하나 잃었기 때문에 의사는 임신을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으셨고,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결국 4년 뒤 나를 낳으셨다. 나를 낳으려고 목숨을 거셨던 것이다. 엄마가 순산을 위해 얼마나 기도하셨을지는 상상에 맡기려고 한다.

나도 10년 이상 불임치료와 여러 시술을 받았지만 누구에게도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살아생전 말하지 않으셨던 것을 이제야 비로소 나에게 이야기하고 계셨다. 장례식 전날 엄마의 침실에서 찾아낸 열 개의 갓 박스 안에는 20년 동안이나 써 오신 쪽지들로 가득했는데, 그중 새와 꽃이 그려진 편지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예전에 부모님께 썼던 감사 편지로 아마도 그 쪽지가 엄마를 기분 좋게 만들어 상자에 넣으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편지를 더 자세히 보자, 한쪽 구석에 엄마의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느님, 만약 괜찮다면, 메리 로우와 조를 위해 아이를 주세요.” 이 쪽지에 적힌 1990년은, 정확히 조와 내가 치료를 포기한 해였다. 이번에도 엄마의 탐지기에 여지없이 걸려든 것이다.

엄마는 얼마나 많은 밤을 나의 임신 여부를 궁금해하며 잠이 드셨을까? 분명 엄마는 실망하셨을지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남긴 쪽지를 읽고 나서, 나는 엄마가 모든 걸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이처럼 엄마는 언제 경청하고, 언제 기도하고, 언제 행동으로 도와야 할지를 잘 아는 분이었다.

- 『하늘에 보내는 상자』 중에서
(메리 로우 퀸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157쪽 / 12,000원)
번호 | 제목 | 날짜
167 당신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 2012년 10월 30일
166 아름답다, 아버지로서의 삶이여! 2012년 09월 26일
165 섹스는 우리가 속한 상황을 최대로 압축한 행위이다 2012년 08월 30일
164 하늘에 보내는 상자 2012년 07월 31일
163 아버지와 아들의 5가지 약속 2012년 06월 26일
162 사랑의 기도 - 유정자 48세 2012년 05월 30일
161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2012년 04월 27일
160 사랑하니까 2012년 03월 27일
159 딸 그리고 엄마 2012년 02월 29일
158 완전한 사랑의 내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2012년 01월 26일
단체회원가입안내
독서퀴즈이벤트
나도작가 신청안내
무료체험
1분독서영상
한국독서능력검정 신청
모바일 북다이제스트 이용안내

인재채용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서비스문의 이용문의:mkmaster@mk.co.kr
회원문의:usrmaster@mk.co.kr
매경닷컴은 회원의 허락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공개, 유출을 하지 않으며 회원정보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