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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아버지로서의 삶이여!
이 세상에 자식 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을까? 나보다 더 사랑하는 나의 분신이기에 부모와 자식 간은 필연적으로 애증의 관계가 된다. 자식만은 잘 키워보리라 마음먹었지만 게임중독에 빠져 경찰서까지 들락거리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함을 느꼈던 아픈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그때 절망 속에 내린 최후의 선택은 ‘같이 걸어보자’는 것이었다.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아들과의 180km 도보여행은 5박 6일의 고달픈 여행이었다! 그러나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는 아버지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 함께 고생했던 추억은 서로에게 정신적 자양분이 되어 5년의 세월과 함께 숙성이 되어갔다.

제대로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는 아빠와 마음을 토닥거려주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요즘 아이들에겐 행복한 시간의 추억이 없다. 행복한 추억이 없는 인간의 삶은 메마른 사막과 다르지 않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산다. 그 추억 속에 행복한 부모와의 시간이 힘이 되고 에너지가 된다. 그 무렵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해지던 아들은 자라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다. 대견하게 잘 자라준 아들! 한의대 본과에 올라가던 겨울 방학, 아들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아빠 책을 제 친구가 읽었대요. 그래서 저도 다시 한 번 읽었어요. 그리고 오늘의 제가 있게 된 것은 아빠와 같이 걸었던 시간 때문임을 깨달았어요! 고마워요!”

당시 그 절박했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책을 냈고 제법 많은 양이 팔려 2007년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청소년추천도서’로 선정되어 각급 학교에 배정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덕분에 지금은 아버지학교에 단골강사로 봉사하고 있기도 하다. 아버지학교에서 만난 많은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고민은 자녀와의 소통문제였다. 한번은 일흔이 넘어 정년퇴직한 어르신이 아버지학교에서 강의를 들으신 적이 있었다.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봉직하셨고 자녀들도 다들 전문직으로 사회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그 연세에 아버지학교에 등록했느냐고 물었더니, 마흔이 넘은 아들들이 자신을 왕따 시킨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녀들과의 유친을 통해 소통이 깊지 않으면 자녀들에게 깊은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자녀들은 이자의 이자를 붙여 부모들에게 역습을 가한다.

나도 그때는 잘 모르고 이렇게 하면 잘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계획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이제 확실히 깨달은 것은, 아들이 가야 할 인생의 길에 아버지가 동행이 되어 주지 못하면 그 아들은 영원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가지지 못한 채 힘든 인생의 싸움을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 2012년 7월 세종시로 가는 길목에서, 아버지.


잠이 오지 않는 밤, 책장을 뒤적이다가 본 지 오래된 책 한 권이 툭 떨어졌다. 어떤 이들에게는 무심코 지나치는 흔한 책 한 권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책이다. 책을 펴 드니 2006년 여름, 장마철의 그때 그 길이 눈에 선하다. 출발하던 날, 쏟아지는 빗길을 우비를 쓰고 말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십 대의 아들과 사십 대 중반의 아버지. 비슷한 체구에 똑같은 우비를 써서 뒤에서 누군가 봤다면 마치 친구 같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은 같은 목적지로 가는 고속버스에 타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속으로 어색함을 감추고 걷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5년 전의 나. 막 17살이 된 나는 주변에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고, 완전한 내 편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것이 ‘아버지’는 절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그리 되었을까. 내가 철들 무렵부터 이런저런 일로 늘 바쁘셨던 아버지는 가끔 나타나 잔소리나 할 뿐, 나에게는 관심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속의 아버지라는 존재의 자리는 그만큼이나 작아져 있었다. ‘아빠가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어!’ 이런 흔한 드라마의 대사들처럼 불만만 쌓여갔었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는 조금은 뜬금없는 여행을 제안하셨다. 당연히 반발심이 먼저 나왔다. 그 먼 거리를 쉬지 않고 걸으면서 여행한다고? 그것도 몇 마디 대화하는 것조차 어색한 아버지와……. 본능적으로 갖가지 핑계가 나왔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반가움도 있었다. 지금껏 아버지가 나한테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벽을 만들고 있던 나에게 아버지가 먼저 다가와 주셔서 기뻤던 것이다.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건 숨기고 있던, 나조차 알지 못했던 그리움이었다. 아버지니까, 우리 아빠니까 하는…….

뜨겁던 여름의 그 길은 언제나 나를 향하고 있던, 그러나 내가 스스로 멀리하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다가가는 길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길을 부축해가며 함께 걷던 우리는 비록 다른 길을 걷지만 하나의 길을 걷고 있음을 믿는다. 부자의 인연으로, 정으로 이어져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계속 함께 걸을 것이다.
- 2012년 한의대 본과 입학을 하고 나서, 아들.

- 『아버지와 아들』 중에서
(김재헌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31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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