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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우리가 속한 상황을 최대로 압축한 행위이다
“섹스는 우리가 속한 상황을 최대로 압축한 행위이다. 그 충돌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위대한 극작가 아서 밀러의 말이다. 연인 사이의 성적 역학은 각자가 속한 상황을 압축한 것이어서 그 안에서 모든 문제가 충돌한다. 우리의 성적인 자아와 정신적·감정적 자아는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성관계가 차단되면 의식도 무감각해지거나 차단되고 만다. 그로 인해 내면에 생긴 팽팽한 긴장감은 일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영역에서 균형을 깨뜨린다.

지난해 나는 다국적 통신 회사의 고위직 중역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참석자의 대다수는 남성이었다. 강연 제목은 <열정을 품고 살고 사랑하자: 열정을 되살리는 방법>이었다. 내가 연단에 올라서자 참석자들은 호기심으로 웅성거렸다. 나는 매우 친밀하고 사적인 주제를 다뤘고, 참석자들이 예전에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화두를 꺼냈다.

“원하는 양만큼 비아그라를 복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삶이나 관계에서 진실을 차단했다면 비아그라로 일어서게 할 수 있는 것은 음경뿐입니다. 열정은 일으킬 수 없을 테니까요.”

강연장은 일순간 핀이 떨어져도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나는 현실적인 주제를 직설적으로 강의하는 사람이라고 정평이 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지나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거나 나는 강연을 계속했고 끝에 가서는 기립 박수까지 받았다. 하지만 책에 사인을 하고 소지품을 챙기고 있을 때 회사 대표의 비서가 다가왔다. “대표님께서 강사님을 잠시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비서를 따라 펜트하우스로 올라가는 동안 나는 그 신경질적이고 조급하기로 악명 높은 권력가와 어떤 대화가 오갈지 생각하며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바바라 씨. 오늘 같은 강연은 처음이었어요.” 대표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는 주제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만들었죠.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쁩니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사실 고백할 게 있습니다. 아내와 나는 결혼한 지 35년이 됐어요. 처음 10년은 정말 좋았는데 나머지 25년은 뭐랄까, 이상적인 수준에 한참 못 미쳐요. 보시다시피 나는 구식 남자예요.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바람을 피지도 않았죠. 하지만 우리 부부는 오랫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문제는 내게 있어요. 성욕을 잃어버렸거든요. 의사가 약을 처방해 주었지만 당신 말대로 약이 몸에는 영향을 주어도 마음에는 도통 효과가 없더군요. 차라리 아무 짓도 하지 않느니만 못했죠. 어쨌거나 감각을 잃고 단절됐다고는 느끼는데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오늘 당신 강연을 들을 때까지는 말입니다. 당신 말대로 나는 진실을 차단하고 나를 차단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지금 내가 소유한 것을 이루겠다고 평생 아등바등 애쓰지만 솔직히 나는 모두 지긋지긋해요. 이렇게 느낀 지 오래됐어요.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죠.”

“그렇다면 자동 조종 장치를 가동 중이군요?” 내가 운을 뗐다.

“맞아요. 기계적이고 무심하게 살고 있는 거죠. 나는 원래 열정이 넘치는 텍사스 남자예요. 내가 하는 일에도, 함께 사는 사람에게도 열정을 품어야 사는 사람이죠! 그런데 그동안 너무 지쳐서 축 늘어진 늙은 황소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겁니다. 우선 짬을 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해야겠어요. 아내가 유럽에 가고 싶어 하니까 정말 환상적인 여행을 시켜 줘야겠어요. 그러면 아내가 좋아하겠죠?”

대표의 열정이 내게도 전염되는 것 같았다. “물론 좋아하실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표님이 지금 하신 고백을 직접 들으신다면 훨씬 더 좋아하실 텐데요. 자존심 때문에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많거든요. 그렇게 솔직하게 말씀하시다니 정말 존경스럽네요.”

“잘못한 건 잘못한 거죠.” 대표가 밝게 웃었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죠. ‘시건방진 놈은 말안장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말이죠.”

몇 달 후 대표가 엽서를 보내왔다. 엽서의 뒷면에는 대표의 성격대로 간단하지만 의미심장한 글이 쓰여 있었다. “말안장에 다시 올랐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엽서를 보냅니다.”

엽서에는 프랑스 파리 소인이 찍혀 있었다. 당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내가 어쩌다 여기에 이르렀을까?”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고 그 질문에 대답하려 애썼던 대표의 감탄할 만한 용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중에서
(바바라 디 엔젤리스 지음 / 고즈윈 / 412쪽 /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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