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경제포털
뉴스  ·  증권  ·  부동산  ·  금융  ·  자동차  ·  창업  ·  교육  ·  세무  ·  헬스  ·  BOOK  ·  블로그   
등록예정 2024년 4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북다이제스트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회원가입
INFO BOOK
무릎을 굽히면 사랑이 보인다
스페셜올림픽의 ‘얼짱’ 선수 현인아. 열다섯 살의 이 앳된 소녀는 쇼트트랙 3관왕을 차지한, 스페셜올림픽의 간판스타다. 뽀얀 피부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돋보일 뿐 아니라, 170센티미터의 큰 키 덕분에 또래 친구들에 비해 제법 성숙한 분위기도 난다.

지금은 훌쩍 자라 멋진 쇼트트랙 선수가 됐지만, 어렸을 적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말 없는 아이였다. 생후 28개월에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는 오래도록 세상에 발을 내디딜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인아의 엄마는 아이를 바깥세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엄마의 오랜 노력은 작은 계기를 통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현장학습을 간 실내 빙상장에서 인아는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그리고 그 사소한 경험은 이후 인아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얼음판 위에서 인아는 한없이 자유로웠다. 세상에 거칠 것 없다는 듯 마음껏 내달리며 스케이팅을 즐겼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서 마음의 문도 함께 열린 것일까. 마음속에 단단히 벽을 쳐 놓았던 아이가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터득해 갔다.

내가 현인아 선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여름, 히딩크 감독의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에서였다. 하얀 원피스를 차려입고 온 그녀는 얼짱 선수라는 별명답게 참 예뻤다. 그녀는 TV 캠페인 광고와 신문 광고에 출연하면서,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연예인 같은 끼를 발휘하는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어색해하지 않았고 표정 연기도 곧잘 해냈다.

문제는 변덕이었다. 조금 촬영을 하다 보면 금세 산만해져서 그만하겠다고 떼를 썼다. 다음 촬영을 위해 의상을 갈아입을 때,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벗으려 해서 주변 사람들을 당황시킨 적도 있다. 겉보기엔 제법 숙녀 티가 나지만, 아직은 주위의 관심과 손길이 많이 필요한 어린아이였다. 매니저처럼 항상 곁을 지키고 있는 엄마는 그런 딸이 얼마나 조심되고 걱정스러울까. 그런데 엄마는 정반대의 말을 했다.

“욕심을 버리는 순간, 인아를 키우는 게 훨씬 행복해졌어요.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요. 인아는 걱정도 고민도 없는 아이에요. 정작 문제는 저였어요. 당사자인 인아는 행복한데, 저는 인아가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걱정하고 있었으니까요.”

자폐를 앓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할 것이라고 인아를 가엾게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아가 아닌 나 자신의 시선으로 인아의 세상을 바라보았던 것이 문제였음을, 인아의 시선으로 인아의 세상을 바라보니 한없이 행복으로 가득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깨달음이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이 오기까지 엄마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주 야단쳤다. 인아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는커녕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여유도 부족했던 때였다. 게다가 더 힘든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 때문에 엄마는 인아에게 자주 화를 내고 큰소리로 나무랐다. “안 돼”, “하지 마”란 말이 늘 입에 붙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겐 결국 심각한 갑상선 질환이 찾아왔다. 화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주는지, 이래서는 아이에게도, 스스로에게도 결국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엄마는 그 일을 계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조급함을 버리고, 길게 내다보기로 한 것이다. 물 흐르듯 생각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말 잘 듣던 아이가 갑자기 변덕을 부릴 때면 “인아가 지금 뭔가 맘에 안 드는구나” 하고 다시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러면 아이는 곧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세월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아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기다려 줄 여유가 생겼다. 인아가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려도,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려 애썼다. 엄마가 변하자 아이도 달라졌다. 무턱대고 징징대거나 투정을 부리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다.

스케이트를 탄 시간만큼 모녀는 부쩍 성장했다. 7년 전 인아에게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변화였다. 인아가 이렇게 스스로의 틀을 깨고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엄마는 말한다.

- 『무릎을 굽히면 사랑이 보인다』 중에서
(나경원 지음 / 샘터 / 223쪽 / 13,000원)
번호 | 제목 | 날짜
187 부부여, 상처가 아닌 사랑을 키워라! 2014년 07월 30일
186 무릎을 굽히면 사랑이 보인다 2014년 06월 30일
185 한 말씀만 하소서 - 박완서의 딸 호원숙 2014년 06월 02일
184 우리 집으로 올래? 2014년 04월 29일
183 동인재 이야기 2014년 03월 31일
182 존재의 가려움 2014년 02월 28일
181 어머니의 힘 2014년 02월 03일
180 내 인생의 가장 특별했던 순간 2014년 01월 03일
179 남자 고르는 법에 대하여, 사랑에 빠진 L에게 2013년 12월 09일
178 존경할 수 있는 사랑 2013년 11월 01일
단체회원가입안내
독서퀴즈이벤트
나도작가 신청안내
무료체험
1분독서영상
한국독서능력검정 신청
모바일 북다이제스트 이용안내

인재채용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서비스문의 이용문의:mkmaster@mk.co.kr
회원문의:usrmaster@mk.co.kr
매경닷컴은 회원의 허락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공개, 유출을 하지 않으며 회원정보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