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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보다 좋았던 우리 형
어릴 적부터 나의 영웅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내게 슈퍼맨이었다. 가정에서건 밖에서건 모르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이 모든 걸 척척 해결하셨다. 보통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영웅이 바뀌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도 내 영웅은 아버지였다. 내 눈에 비친 아버지는 누구보다 자상하고, 헌신적이고, 완벽한, 그야말로 이상적인 아버지의 전형이었다. 난 커서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고, 우리 아버지는 평생 완벽할 줄만 알았다.

중앙대학교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음악 교사가 된 아버지는 교사 월급에 만족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셨다. 자신의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밴드 활동을 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버지는 당시 내로라하는 최고급 호텔의 밴드와 클럽의 밴드 마스터를 맡아 새벽까지 연주했고, 교직 생활을 하며 받던 월급의 몇 배가 넘는 돈을 벌어왔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서인지 아버지는 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가볍게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청력은 급속도로 악화됐고, 결국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너무 오랜 세월을 음악 속에서, 큰 소음 속에서 보낸 탓이라고 했다. 다른 한쪽 귀마저도 청력이 희미해진 상태라, 자칫하다간 양쪽 청력을 모두 잃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결국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음악을 포기하는 일뿐이었다.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아버지는 삶의 중심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예술과 삶을 즐길 줄 아는 섬세한 성격은 큰 좌절을 겪은 후 까다로운 성격으로 바뀌었다.

아버지가 일을 그만두면서 재즈 피아니스트로의 삶을 준비하고 있던 형도 음악 공부를 포기했다. 장남이었던 형은 돈을 벌기 위해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재능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듣던 형이기에, 더 많은 고민 끝에 현실적인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아버지는 극구 만류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형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두 살 터울의 형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맛있는 것이 있어도 늘 내게 양보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그 흔한 다툼조차 몇 번 해보지 않았다. 내가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도 형 덕분이었다. 어느 날 형은 내게 랩을 들려줬다. 나는 처음으로 랩이라는 걸 따라 해보았다. 그땐 랩이 그저 내가 좋아하는 우리 형이 들려준 또 하나의 음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훗날 내가 래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끊임없는 앨범 작업과 그로 인한 부담으로 내 안에서 아무것도 끄집어낼 수가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하지 않아도, 고민하지 않아도, 거짓말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노래가 <우리 형>이다. 가장 가깝고, 항상 함께였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들, 그리고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 늘 가지고 있던 미안함과 고마움의 말을 형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우리 형 - 아웃사이더 1집 〈Soliloquist〉

내 안에 숨을 쉬는 형의 피아노 소리가
이대로 계속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도 이렇게 잠이 들지
두 손을 잡고 어릴 적 우리가 함께 부르던 노래
두 눈을 감고 언제나 우리가 함께 그리던 미래
힘이 들면 기대
캄캄한 어둠을 비추는 등대
우린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비추고 서로를 지키는 존재


요즘 우리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함께했던 추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희미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다시 불러내 또 다른 추억들에 하나씩 끼워 맞추는 일은 작지만 소소한 행복이다. 이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은 언제가 될까.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이 될지, 아니면 영영 오지 않을지 모를 테지만, 잃어버린 기억의 한 조각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이 행복을 평생토록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우리 형과 함께.

이제는 한없이 작아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지금 아버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들을 통해 이루고 있다고 하신다. 아버지는 창작을 하고 노래를 하는 내 삶의 건강한 밑거름이었다. 그런 당신의 모습이 내 음악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을 때 나는 순간순간 아버지의 아들임을 감사하며 무대에 오른다.

- 『천만 명이 살아도 서울은 외롭다』 중에서
(신옥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48쪽 /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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