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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링, 아버지의 눈물
남극에 10월이 오면 모든 생물들이 떠난다. 영하 50도의 극한의 추위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추위를 찾아 이동하는 이상한 생물들이 있다. 펭귄, 해안에서 100km나 떨어진 서식지 콜로니로 향하는 황제펭귄이다. 시속 0.5km의 기우뚱거리는 걸음으로, 때로는 배를 깔고 토보강을 미끄러져 가며 20일 동안의 강행군이 계속된다.

그렇게 해서 다다른 곳은 어느 생물도 존재하지 않는 오아모크 빙산이다. 오로지 추위와 얼음 그리고 차가운 극지방의 바람밖에는 없다. 그런데도 여기를 빙원의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맞다. 그곳이야말로 어떤 천적도 살 수 없기에 그들만이 마음 놓고 사랑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생명의 수호지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그 추위가 펭귄들에게는 생명을 번식하는 가장 안전한 축복의 땅이 된다. 나무로 치면 바위 절벽 위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와 같다. 활엽수를 비롯하여 어떤 종류의 나무도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이기에 소나무는 경쟁에서 벗어난 낙원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결코 약해서가 아니다. 경쟁에서 진 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구도 살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이 황무지를 차지한 것이다.

생명을 낳기 위해 얼음 절벽으로 몰려든 황제펭귄들이 그렇다. 서식지에 도착하자마자 몰아치는 한파 속에서 짝짓기를 한다. 무리 속에서 러브콜에 성공한 펭귄들의 영하 50도의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암컷은 알을 낳아 수컷의 발 위에 올려준다. 추위가 만들어 낸 부부 사랑의 협동이다.

발등의 털로 알을 품은 수컷들은 몇 초만 드러나도 얼음이 되어 버릴 알을 지키기 위해서 부동자세를 취한다. 알이 부화하면 먹일 것을 구하기 위해 암컷들이 먼 바다로 떠나면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몸무게가 15kg까지 줄어드는 굶주림과 긴 기다림의 부성애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새끼가 부화를 해도 먹이를 구하러 간 어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펭귄 아버지는 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굶주린 자신의 위벽이나 식도의 점막을 녹여 토해낸다. 이것이 바로 ‘펭귄 밀크’라 부르는 아버지의 젖이다.

대개 동물세계에서는 짝짓기를 하고 나면 수컷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만다. 암컷 혼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부성애는 인간사회 특유의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착각일 것이다. 대체 어떤 아버지가 펭귄처럼 자신의 살점을 저미는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는가. 그것은 오직 영하 50도의 추위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사랑의 기적이다.

보이지 않는 먼 바다를 향해 아내를 기다리고 서 있는 펭귄은 꼭 사람 모습처럼 생겼다. BBC 다큐 <황제펭귄의 눈물>을 보면서 정말 운 것은 펭귄이 아니라 나였다. 자식이 뭐길래, 생명이 뭐길래 저것들이 저리도 추운 얼음 위에서 부부의 사랑을 끊지 못하고 애태우는가. 개중에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 짝을 찾다가 망부석처럼 얼음 언덕에 붙박여 얼어 버린 펭귄도 있다. 이름만 화려한 황제펭귄의 일생이다.

황제펭귄들의 놀라운 사랑과 협동력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부일처의 부부애는 무리 전체의 공동체로 확산된다. 그것은 개체의 털과 지방피질만으론 도저히 몰아치는 블리자드를 견뎌 낼 수 없을 때 발휘된다. 환상적인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펭귄들의 허들링 전략이 시작되는 것이다. 경기장의 운동선수들이 어깨동무로 밀집하여 원을 만들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을 허들링이라고 부른다.

발에 알을 품은 수컷들은 몸을 맞대어 밀집된 커다란 똬리를 튼다. 먼저 몸으로 방풍벽을 친 펭귄들은 서로의 체온을 모아 바깥보다 10도나 높은 따뜻한 내부의 공간을 만든다. 하나하나의 체열로 만들어낸 동료애 필리아의 생명공간이다. 하지만 바깥 외벽을 친 펭귄들은 영하 50도의 추위에 노출되어 있다. 어떤 펭귄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얼어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밖에 있던 펭귄이 안으로, 안에 있던 펭귄들이 밖으로 조금씩 무리 전체가 소용돌이처럼 돌면서 교대를 하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자발적 공동체. 희랍 때부터 인간들이 희구해 온 공동선이란 게 바로 이런 거다.

남극의 블리자드, 그 냉혹한 추위가 오히려 서로의 생명을 부축하고 공감하고 포옹하는 삶의 양식을 만들어 준 것이다. 밖의 주변에서 일생 동안 떨다 죽는 인간사회와는 다르다. 남극의 빙산에는 너와 나가 없다. 리더가 없어도 법과 재판관이 없어도 공평한 필리아의 질서 속에서 살아간다.

- 『생명이 자본이다』 중에서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37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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