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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된다는 것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배워야 할 것을 배워가는 각 단계에서 분명 차원을 달리하는 배움의 시작일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매우 무책임하고 무대책하고 무대포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많은 이 시대의 사내들이 그렇게 자기의 무책임으로 혹은 어쩔 수 없는 무책임으로 그렇게 무책임한 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 아이의 운명을 창조해 내었다! 하나님도 아닌 우리가 이러한 일을 해도 되는 것인가? 도대체 그 아이에게 아무런 의사도 물어보지 않은 채 이렇게 결정해버려도 되는 것일까? 다른 많은 것들을 다 핑계 댈 수 있을지라도 나는 도저히 이것만큼은 우리가 핑계치 못하고 책임을 져야 하리라고 보는 것인데, 우리가 한 사람의 운명을 창조해 내었다는 이 책임, 책임질 수 없는 책임, 그렇게 해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과 이 세상의 현실과 인류 전체의 운명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차원이 다른 헌신의 상태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나는 아내가 첫아이를 낳을 때 병원에 들어가서 보지도 못한 채 산국을 끓여 먹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서 누구랄 것도 없이 나 자신에게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연민을 느끼면서 속 깊이 울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그 연민과 슬픔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파악하기 시작했고, 내 아버지에 대해서 처음으로 육친의 그리움을 느끼게 되었고, 아버지와 나와 나의 아이로 이어지는 운명의 공통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의미와 능력을 새로 얻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살고 살아갈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반드시 죽고 죽어야 할 그런 세상이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고 마음껏 좋아할 수도 없었고, 오히려 한없이 슬퍼지고 괴로워지고 불쌍해지는, 반드시 어떤 구원이 거기로부터 나와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처음 아기를 목욕시키려고 그 알몸을 목욕통 위로 받들어 올렸을 때, 아기를 어떻게 얼마나 센 힘으로 잡아야 할지 몰라 하는 그 떨림으로 덜덜 떨면서 목욕을 시켰을 때, 나는 이것이 바로 나의 자세일 수밖에 없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대신 맡길 수 있을 정도의 그런 것도 아니고 자신감이나 부유함이 넘치는 그런 것도 아니다. 언제나 경건한 자세가 아니면 안 되고 간절한 자세가 아니면 안 되고 최선의 헌신의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좀 그런 면에서 감정적으로는 무디어졌다. 그러나 삶의 치열한 현실에서만큼은 그때처럼 슬픔과 연민으로 속으로 울어야 하는 그런 아빠가 아니라, 덜덜 떨면서 어찌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그런 아빠가 아니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하고 실행해야 하는 아빠라는, 약간은 스스로 대견하게 여겨도 될 만큼의 배움이 그동안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 아버지의 연륜으로 강해져온 나를 대면한다.

나는 이제 세 딸의 아버지이고 그 아이들의 운명에 대해 책임을 지는 강력하고 유일한 전사이다. 나는 단련되었고 앞으로도 더욱 단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나의 운명으로 그들의 운명을 책임져 보려고 한다. ‘해산을 함으로써 구원을 얻는다’는 여자를 향한 말씀은 다만 물리적인 고통에 대한 말이 아니라 운명으로 태어나 운명을 낳는 일을 가리킨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운명을 온몸으로 지켜내야 한다.

이제 갓 아버지 된 그 아버지들이 점점 더 강력한 아버지로 굳세어지기를. 이제 갓 어머니 된 그 어머니들이 점점 더 굳건한 어머니로 강력해지기를. 그들에게 그러한 진짜 성숙해가는 인생의 은혜가 넘치도록 허락되기를. 그 아기가 그 부모의 그늘 아래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놀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내가 아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서 덜덜 떨 때 읽었던 육아 책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아기는 스스로 강력하게 살아 있는 생명이기 때문에 두려워 말고 용기를 내서 기르시라’고. 부모를 부모 되게 하신 이가 또한 부모 될 능력과 용기를 주실 것이다. 인생의 신비여, 새 생명과 그 부모에게 넘치고 넘치시라.

아, 나의 섬기는 하나님이여!
실로 나의 소박한 마음과 심장의 그 간절함으로,
모든 인생에서의 좋은 것을 그 가족에게
그리고 그 아기에게 주고 싶다는 이 진실한 기원이
그들의 삶 가운데 생생하게 나타나게 하여 주옵소서.

- 『연민이 없다는 것』 중에서
(천정근 지음 / 케포이북스 / 37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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