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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문이 열리던 날
소주 한 병을 혼자서 마시고 잠을 청했지만 괜히 아들에게 잔소리했다는 생각 때문에 편히 잠들지 못했다. 새벽까지 몸을 뒤척이고 있는데 딸애가 잠을 깨웠다.

“아빠, 새벽에 오빠가 나가고 쿵 소리가 크게 났어.” 입시 준비로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딸애가 오빠가 나갈 때 어디 가냐고 물으니까 오빠가 씩 웃고 나갔다고 한다. 나간 지 30분 후에 밖에서 ‘쿵’ 하는 큰소리가 났다는 것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가 오지 않자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설마, 아닐 것이다. 옷을 주워 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벌써 경찰이 출동해 천으로 뭔가를 덮어 놓았고 사람들이 주변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절대로’ 믿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 천을 들춰냈다. 내 아들이었다. 청바지에 한 손을 올리고 구겨진 한 팔과 얼굴이 내 아들이었다.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난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치고 그래도 설마 하며 다시 얼굴을 쳐다보았다. 뇌수가 흘러나와 내 왼팔을 적셨다. 아들의 몸은 참혹했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못 살 것 같았다. 나도 따라 죽어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이를 놔두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그런데 그때 딸애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나를 부둥켜안았다. 나도 같이 딸을 안았다. 비로소 울음이 나왔다. 울고 나니 좀 정신이 났다. 우선 화장실에 가서 피부터 닦았다. 피가 물을 타고 세면대로 흘러내렸다. 내 새끼의 피가…….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들 방에는 유서가 쓰인 창이 바탕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얼핏 읽어 봤는데 제목은 “고도를 기다리며”였다. 난 아들이 기다리는 고도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그 고도는 바로 나였고 아버지가 마음을 따뜻하게 열어 주기를 아들은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던 나는 아들을 죽게 만든 이 지구상의 가장 비극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며 “아이구 하나님” 하며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전날은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일을 하고 늦게 귀가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커피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다.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아 그날도 새벽같이 혼자서 일을 나가 밤 10시가 되어 돌아왔다. 하루 종일 무더위에 스트레스를 받아 피로를 풀어야 했다.

거의 소주 한 병을 다 비울 즈음 아들이 들어왔다. 내게 인사를 하고는 평소와 다르게 상의할 게 있다고 했다. 무슨 얘기냐고 했더니 그동안 독서실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너무도 악랄하게 굴어서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인터넷으로 고발했고 호출을 받은 상태인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녀석이 아빠랍시고 고민을 털어놓은 것도 처음이고 소위 상담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정말 아이로서는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주인아주머니와 대질심문하는 것이 겁도 났을 것이다. 그런데 내 반응은 어떠했던가. 나는 물었다. “네게 주어야 할 알바비를 떼먹었니?” “아뇨.” “그럼 중간에 인상을 해달라고 얘기해 봤니?” “아뇨.”

그때 내가 정말 신중했어야 했다. 사람이 하는 말이 언제나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신중치 못했다.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아들에게 욕을 하고 말았다. “이 비겁한 놈아, 아무리 그래도 그간 너를 보살펴 준 분인데 그럴 수 있냐? 그건 사람 뒤통수를 치는 거잖아? 그런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쓰니 성적이 그 모양 아니야!”

아이는 생각지도 못한 야단을 맞았는지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 말했다. “아버지, 제가 부담스러우세요?” 이것이 그 녀석이 내게 한 마지막 말이었던 것을 어찌 알았으랴? 사실 난 목이 메었다. 야단친 것도 미안하고 해서 “자식이 부담스러운 아버지가 세상 어디 있겠니? 난 너를 사랑하고 네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란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정작 입에서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늦었으니 잠이나 자라. 담에 얘기하자.”

장례를 치르면서 정말 많은 친구들이 와 주었고 같이 울어 주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바로 화장한 후에 그때 죽든지 살든지 결정하려 했으나 가까운 친구 한 명이 간곡하게 말려 치르게 된 장례였다. 몇 년간 끊었던 담배를 피워 무는 순간 한 갑을 줄줄이 피워댔다. 조금 있으니 각막이 터져서 눈이 팅팅 붓고 귀도 먹먹해 들리지 않았다. 그때 나를 포옹하고 눈물을 흘린 친구들이 있었다. 그 순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아, 나는 다른 친구들 슬픔에 얼마나 진정으로 울어 주었던가? 나는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화장터로 갔고, 아들 뼛가루를 하염없이 임진강 강물에 뿌렸다.

그날 이후, 시간은 멈췄고 나는 숨만 쉬고 있다. 분명 내 잘못인데도 집사람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평소에 귀가 그리 밝은 사람이 아이가 “엄마 그동안 사랑했어요”라는 문자를 남겼는데도 어찌 못 듣고 잘 수 있나? 아이는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 시간에 엄마와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살려 달라는 외침이 아니면 무엇이었단 말인가? 제발이지 누구라도 문자를 받고 응대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살아온 인생보다 길었을 그 30분 동안 누구도 답을 하지 않았다. 옥상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서 울면서 망설이면서 보낸 구조 신호에 아무도 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생 고도가 답을 하지 않았듯이…….

이후로 나는 몇 달 동안을 아이가 죽은 이유를 찾기 위해 헤매고 다녔다. 무슨 이유로, 어떤 이유로,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일까? 아들이 다니던 대학교에도 갔다. 그곳에서 아들 이야기를 듣고 아들이 남긴 기록을 읽으면서 아들이 살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는 자신이 우울증임을 알고 상담을 받고 있었다. 1년여간은 기독교 서클에도 가입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믿기지 않았던 것은 아이가 네 살 때부터 자살 욕구를 지니고 있었다고 자술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아버지인 나는 어떻게 그런 심각성을 모를 수 있었을까? 아이의 컴퓨터에서는 인터넷으로 정신병원 네 곳을 검색하여 예약을 시도했던 기록도 발견되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던 내 아들. 난 부모로서 무엇을 했는지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자성을 넘어 고통스러운 괴로움이 휘몰아쳤다.

아들이 어릴 적부터 우리 사이에는 갈등이 한 가지 있었다. 나는 아이가 목표가 없다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아이는 어릴 적부터 이상하게도 목표가 없었다. 돈 욕심도 없고, 근육 욕심도 없어서 운동도 싫어하고,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것도, 대학을 다녀야 한다는 것도, 여자를 사귀고자 하는 의욕도 없어서 여자 친구를 사귄다는 얘기도 못 들었다.

“너 목표가 뭐야?” 나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물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나 아이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목표를 못 정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아이를 강하게 키우기보다는 나처럼 만들려고 욕심을 냈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다. 아들에게 아버지의 질문은 격려나 용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질문을 할 때마다 아이는 질책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심지어는 아이가 자살한 그날 저녁에도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이라도 좋으니 목표를 정해라. 다만, 택시 기사 월급이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사실은 명심해야 한다.”

참으로 모질게 아이를 괴롭혔다. 아들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아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알고 있다. 아들은 비록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내가 살아온 모습과는 천양지차가 있기에 나하고는 달랐지만 그 나름의 삶이 있었다는 것을. 아들은 오페라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고 판타지 소설을 읽고 일본 음악을 듣는 아이였다. 엄마 힘들다며 설거지도 기꺼이 하던 페미니스트였다. 내가 보기엔 성이 차지 않았지만 아들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아들을 몰랐다.

장례식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가 제대한 지 1년이 지났건만 같은 부대원들이 중사, 상사 계급을 달고 15명 정도가 조문을 다녀갔다. 그건 정말 의외였다. 아들은 말이 없고 내성적이라 부대에서도 왕따 수준이었을 것으로만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교로 복무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병으로 복무하다 제대한 사람의 장례에 그 많은 부대원들이 조문을 왔다는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 아들이 평소에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는 성격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장례 이틀째에는 한 젊은 여자가 조문을 왔다. 아들이 다녔던 과의 조교로 있던 대학원생이었는데 여자 친구라고 했다. 아들은 몇 년간을 플라토닉으로 사귀었을 것이고 같이 전철을 타고 다니며 무수한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아버지로서 안 봐도 안다. 그래도 둘은 그런 방식으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했다. 얼마나 예쁘고 참하게 생겼는지, 나도 그랬지만 집사람의 안타까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 사냐면, 웃지요”라는 시 구절이 생각난다. 왜 사냐고 누군가 물으면 나는 죽지 못해 산다고 답한다. 이건 염세와는 다르다. 오히려 죽음을 관조하고 앞으로 다가올 이별에도 가을이면 낙엽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듯 담담한 마음과 영혼의 존재와 재회에 대한 자신감이다. 내가 죽어 저세상으로 가면 단연코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때 난 아들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들아, 이제는 손잡고 같이 가자. 목적지가 어디든.”

미친 사람처럼 한 해, 두 해를 보냈고 세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그날, 아들을 보내던 날 열렸던 지옥의 문은 이제 닫힌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아들을 만나는 그 순간까지 살아갈 뿐이다. 집사람과 나는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약속하고, 약속하고, 또 약속했다. 우리는 다른 건 몰라도 아들 앞에서 서로 약속한 것을 지켜야 했다. 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처음 한동안은 술을 계속 마셨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술을 계속 마시니 죽을 것만 같았다. 마침내 이대로 알코올 중독에 폐인이 되느냐 다시 남은 가족을 지키고 일어설 것이냐는 기로에 섰다. 나는 술을 끊기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정말 그 일을 할 때는 술 생각이 나질 않았다. 손가락을 에는 듯한 추위에 술 취한 사람들을 실어 나르며 나눈 얘기들이 많았다. 이런 것들이 고통을 이기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아들이 그렇게 떠난 후 집사람과 나, 딸은 ‘남겨진 자’가 되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집사람과 딸과 셋이서 아들 입관예배를 주관해 준 교회에 다닌다. 찬송가를 부르며 많이 울었다. 주일은 교회에 나가 아들의 영혼과 재회를 비는 기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셋은 저녁이면 모여 고스톱을 친다. 고스톱을 치면서 집사람이 처음으로 웃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아들이 살아 있을 때는 왜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을까? 왜 혼자서 게임만 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목표에 질식되었던 아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이런 여유로운 웃음을 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때늦은 후회지만 인생을 살면서 진지함과 목표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유머도 중요하다. 아마 아내나 딸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우리는 마음으로 울면서도 서로를 위해 웃었다.

오늘도 나는 내일은 있지만 내일을 의식하지 않는 삶을 치열하게 구하고 있다. 아들은 갔지만 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뺨을 스치는 바람에도 난 알고 있다.

-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네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
(자작나무 에세이 모임 지음 / 푸른역사 / 22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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