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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동그랗고 해맑은 얼굴에 귀여움이 가득한 25세. 꿈은 선생님. 대학 졸업 후 다시 교육대학에 들어가려고 대형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중이다. 밝은 에너지를 주변에 퍼뜨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름은 서영란.

서글서글한 눈매에 차분하고 조용한 34세. 꿈은 없다. 뭘 잘해서 이뤄보겠노라 생각해본 적 없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형 마트 생선 코너에서 일하며 홀로 살아가고 있다.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줄 알고 배려심이 깊다. 이름은 정창원.

두 사람은 그렇게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은 어느 때고 누구에게나 문득 찾아오기도 한다. 영란은 창원이 왠지 좋다. ‘이렇게 잘 맞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한 걸음씩 다가선다. 창원은 학벌로나 나이로나 과분한 여자라며 뒷걸음질 친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인생의 행복이 뭔지 알려주고 싶다. 세상을 사는 맛과 멋을 알려주고 싶다.

결국 한 마음이 다른 마음을 받아들인다. 여자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포기할 수 없는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고 다정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기로 서약한다. 이로써 그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다. 그녀에게 든든한 남편이 되고 싶다는 꿈.

그렇게 서로에게 삶의 빛이 되어준 2년이 흘렀다. 그런데 둘 앞에 다시 한 번 큰 벽이 가로놓였다. 간암 말기라는 갑작스런 선고. 그녀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암 병동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의 길목이 열렸다 닫힌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에 힘없이 수긍하게 되는 곳. 아무리 지극한 사랑이어도 기막힌 무게에 눌려서 못내 돌아서는 곳. 어떤 이들은 정을 떼야 한다며 부러 발걸음을 멀리하는 곳. 이곳에 한 쌍의 닭살 커플이 지내고 있다.

창원은 24시간 그녀의 곁에 있기 위해 병실에 아예 살림을 차렸다. 항암 치료를 받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삭발했다. 장모님이 가끔 오셔서 잠시 쉬라고 해도 혹시 그녀가 찾을까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잠을 청한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1분 대기조’라고 부른다. 그녀가 암과 사투를 벌인 지 2년이 흘렀지만 창원은 그녀 옆을 떠날 수 없다. 그녀의 손과 발이 되어 그녀와 함께 암과 싸워야 한다. “그녀는 내 목숨만큼 귀한 사람이니까요.”

영란은 암이 무섭지 않다. 곁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를 위해 웃고, 그를 위해 노래하고, 그를 위해 춤춘다. 그에게 애교도 부리고 얼굴 한가득 웃음을 전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웃음 바이러스’라 부른다. “너무 힘들면 가끔은 눈을 감고 이대로 고통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를 위해서 살아야 해요. 못 해준 게 너무 많으니까.”

창원은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 한다. 바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그녀를 보고 그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천사처럼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결혼식 전날 그녀의 몸에 마비가 왔다. 결혼식은 취소되었고, 하객들은 임종을 앞둔 그녀의 병실로 찾아온다. 딸에게 모질게 굴던 아버지는 엎드려 오열한다. 마비로 인해 발음이 잘되진 않지만 그녀가 아버지에게 한 마디씩 천천히 말한다. “미안해, 아빠. 사랑해.” 그날 저녁,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창원은 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떠나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녀가 원한 대로 그는 그녀와 함께 거닐던 지리산 오솔길에 그녀를 뿌린다. 한 줌 한 줌 바람결 따라 길 따라 흩뿌려지는 그녀. 내 아내 영란. 창원은 그녀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보고 또 본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내 생이 짧다 하더라도
남들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내 생애가 당신으로 인해
전혀 초라하지 않고 아름다울 수 있었다고…
당신이 아니었다면 볼품없이 사라졌을 꽃동이가
당신으로 인해 꽃이 피고 아름다워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당신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해요.
아주 뜨거운 가슴으로.


진짜 사랑이 뭘까 묻는 이들에게 그들이 답한다. 그건 나를 누군가에게 온전히 바치는 거라고. 그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거라고.

- 『지금, 사랑: MBC 휴먼다큐 <사랑> 10년의 기적』 중에서
(고정욱 지음 / 윌북 / 240쪽 /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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