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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효도는 부모님과 떨어지는 것
“잘 지내나, 작은딸?”

평소 전화 같은 건 잘 안 하시는 아빠가 어쩐 일인지 먼저 전화를 걸어오셨다. 내내 바빠서 집에 들르기는커녕 전화도 제대로 걸 틈 없이 지냈더니 어디가 아파서 그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셨다고 했다. 평소와는 다른 아빠의 모습에 감동하면서도 나는 그저 무뚝뚝한 대답만 던지는 ‘아직 먼’ 딸. 그러면서도 내일은 무리를 해서라도 집에 들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나 원 참, 언제부터 이렇게 효심이 깊었다고.

친구들과 아무 생각 없이 수다를 떨다가도 ‘몸에 좋다!’는 무언가가 화제에 오르면 부모님 얼굴을 먼저 떠올리고, 쇼핑을 가서 내 것을 바리바리 사다가도 엄마 아빠에게 좋은 건 뭐가 있을지를 생각한다. 예상외의 수입이 생기면 부모님 댁에서 바꿔드리고 싶은 가전제품을 주문하거나, 조만간 목돈이 모이면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기특한 꿈도 꾼다. 참 낯설다. 나 먹고 나 사고 나 좋은 일만 하기 바빴던 사람이 말이다.

부모님과 따로 살고 나서부터 부모님에 대해 떠올리는 시간이 늘었다. 이따금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힘없는 목소리엔 행여 편찮은 건 아닌지 걱정되고, 병원에 다녀왔다는 얘기엔 아무 일 없었냐, 그러기에 미리미리 검사 좀 받으라고 잔소리를 하게 된다. 혹시 내가 철이 든 건가? 하는 생각에 불쑥 멋쩍어진다.

더는 부모님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걱정하고 챙겨야 할 존재라는 걸 느끼는 순간 늘 주변머리 없던 자식들도 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 그랬다. 거울을 마주할 때마다 늘어난 주름과 잡티를 세어보고 연말이 다가올 때마다 제대로 한 건 없는데 한 살 더 먹었다며 한숨을 쉬면서도, 내가 한 살 먹을 때 부모님도 한 살 더 늙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문득 부모님이 매일같이 챙겨 드셔야 하는 약이 늘고,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고, 집에 계실 때면 누워 있는 시간이 늘었구나, 라는 걸 깨닫고 보니 두 분은 어느새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이 훌쩍 넘은 딸에게 밥 먹었냐, 감기 안 걸리게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라는 잔소리를 하시는 분들. 내가 늘 당연하게 생각했거나 귀찮다고 신경질 내 왔던 일들을 의무처럼 계속해 오신 분들. 그 모습에 이따금 울컥한다. 그 잔소리를 들을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는 불경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결혼을 하든, 독립을 하든, 장기여행이나 유학을 떠나든 부모님과 떨어져봐야 애틋함이 생긴다는 말은 맞다. 매일 아침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쓴소리를 주고받거나, 그저 눈빛만으로도 숨 막힘이 느껴진다는 지인들의 이야기에 나도 얼마 전엔 격하게 공감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엄마 아빠 얘기만 나오면 눈물짓는 사람들을 이해 못 했으며, 하루라도 빨리 집을 나가고 말 거라는 자작곡을 부르고 다녔다. 부모님의 관심은 곧 참견이었고, 조언은 구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부모님을 참견하고 구속하려 들다니, 혼자 나서 혼자 큰 사람처럼 건방을 떨던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속을 알게 된다고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 일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줄곧 붙어사느라 서로에게 좋은 모습보다는 안 좋은 모습을 더 보여주게 되는 만큼 여건이 허락된다면 잠시라도 떨어져 살아보는 건 어떨까. 물론 본인에게도 좋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결혼을 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아니면 독립이라도, 아니면 장기여행이라도 시도해보는 거다.

자꾸 어딜 그렇게 나가려고 하냐는 부모님의 역정에는 이게 다 효녀 되려고 그러는 거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같이 살면서는 대체 왜 효도를 못하는 거냐고 치고 나오실지도 모른다. 참고로 그때 나는, 그런 게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떨어져 살아보니 진짜 그런 게 있더라. 나밖에 모르던 내 마음에도 실낱같은 효심이 자리하고 있더라. 진정한 효자 효녀는 부모님 댁 먼 곳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중에서
(김신회 지음 / 미호 / 239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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