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초, 코카콜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1997년 CEO 로베르토 고이주에타가 세상을 떠난 후 코카콜라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7년 동안 코카콜라의 주주총수익률은 마이너스 26퍼센트였다. 반면에 경쟁사인 펩시코는 46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다. 고이주에타 이후 코카콜라는 두 명의 CEO 가 부임했다가 떠났다. 두 사람 모두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직원들은 지치고 변화에 냉소적이 되었다. 유능한 직원들은 대거 회사를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코카콜라 헬레닉 보틀링 컴퍼니의 부회장이었던 네빌 이스델이 CEO 로 부임했다. 이스델은 코카콜라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스델은 오랜 경험을 통해 성과 향상에만 집중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사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과만이 아니라 조직의 ‘건강’도 중요하다. 그러나 당시 코카콜라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이었고, 역량은 부족했다. 보틀링 업체(원액을 구입하여 병에 담아 제공하는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은 껄끄러운 상태였고, 회사의 비전은 불분명했으며, 강력했던 성과 창출 문화는 희미해지고 있었다. CEO 자리에 오른 지 백 일 되던 날, 이스델은 2004년 3분기와 4분기에 수익 3퍼센트 성장이라는 소박한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얼마 후 코카콜라는 3분기 수익이 24퍼센트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코카콜라 역사상 최악의 분기별 수익 하락 중 하나였다.

성과 미달을 인정한 후 이스델은 그 스스로 ‘성장을 위한 선언(Manifesto for Growth)’이라고 명명한 작업에 착수했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곳에 도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를 제시함으로써 실질적인 성장의 길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 파악, 필요한 역량 선정 등 성과 관련 이슈들을 다루는 팀들이 꾸려졌다. 또한 조직의 건강 관련 이슈들을 고민한 팀들도 구성되었다. 이들은 어떻게 예전의 기업 문화를 회복할지, 어떻게 글로벌 무대에서 한 팀처럼 유기적으로 활동할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계획 수립 및 평가·보상·인재 개발 프로그램을 개선할지 등에 집중했다. 이스델이 설명한 것처럼 이 모든 과정은 협업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선언을 만들 때는 고위 관리자 중 400명이 참여했고 150명이 직접 세부 사항을 작성했습니다. 이 선언은 그들이 직접 만든 실행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지요.”

얼마 안 가서 성과와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한 이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단 2년 만에 코카콜라의 주주가치수익률이 손실에서 20퍼센트 이익으로 돌아선 것이다. 2007년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13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펩시보다 30퍼센트 큰 액수였다. 이런 성과와 함께 조직의 건강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향상이 이루어졌다. 먼저 미국 코카콜라의 직원 이직률이 25퍼센트 감소했으며, 직원들의 참여도도 크게 상승했다.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 커뮤니케이션과 목표 인식 등도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회사 복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2007년 인터뷰에서 이스델은 이렇게 지적했다. “처음 이 회사에 왔을 때는 직원들의 80퍼센트 정도가 바닥을 보며 걸어 다녔어요. 하지만 지금은 10퍼센트 정도만이 바닥을 보며 걸어요. 이제 직원들은 회사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네빌 이스델이 코카콜라에서 한 일들을 보면 그가 경영의 역설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데 승자가 되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성과 자체에 얼마나 덜 집중하는 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일반적으로 성과에 집중하는 리더들은 분기별 목표나 연간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일들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건강에 대한 투자는 간과하기 마련이다. 기업이 미래에도 살아남고 번성하려면 지금 건강에 투자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는 왜 부족할까? 심지어 그것이 역효과를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성과와 건강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성과(performance)’는 기업이 재무 및 운영 측면에서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으로, 순영업이익, 자본이익률, 총주주수익률, 순운전자금, 주당수익률 등의 기준을 통해 평가된다. 반면 ‘건강(health)’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경쟁자들보다 빨리 내부적으로 한 방향으로 정렬하고, 실행하고, 스스로 새로워지며, 탁월한 성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말한다.

결국 기업이 지속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올리려면 건강해야 한다. 이는 성과와 건강 모두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2010년에 변혁을 추진 중인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성과와 건강에 동시에 집중한 기업들은 건강에만 집중한 기업들보다 두 배 가까이 좋은 결과를 얻었고, 성과에만 집중한 기업들보다는 세 배 가깝게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기업이 성공하려면 높은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조직의 건강 역시 중요하다. 건강하지 못한 기업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재무적으로 너무 높은 성과를 올리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008년의 경제 위기가 찾아오기 몇 달 전, 대부분 은행들의 재무 상태는 최고를 기록했다. 원유가 배럴당 2백 달러 이상 치솟으며 최고가를 보이자 메이저 석유 업체들 역시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당시 은행들과 석유 업체들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음은 훗날 밝혀졌다.

조직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리더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거듭 증명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광업 회사 BHP 빌리턴의 전 회장 돈 아거스 역시 장기적 성공의 열쇠는 “직원들이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헌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직의 건강이 성과만큼 중요하다는 견해는 궁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조직이 아니라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사람들이 없으면 조직의 생명은 다하고, 건물이나 시스템·인프라 등 겉뼈대만이 남는다. 단기적 결과에만 집착하면 짧은 영광의 순간을 누릴 뿐 그 이상은 달성할 수 없게 된다.

- 『차이를 만드는 조직』 중에서
(스콧 켈러 외 지음 / 전략시티 / 447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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