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 버스터』(개리 린 외 지음/청림출판) 중에서

훌륭한 아이디어가 블록버스터 상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신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면 최초의 아이디어가 블록버스터로 거듭날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진다. 우리는 이런 기준을 프로젝트 기둥이라고 부른다. 프로젝트 기둥은 신상품 개발에 꼭 필요한 요소이자 팀의 방향을 제시하는 불변의 원칙으로서 상품의 특성에만 초점을 맞춘 시방서(specification - 설계, 제조, 시공 등 도면으로 나타낼 수 없는 일반총칙사항을 문서로 적어서 규정한 것)와는 또 다르다. 프로젝트 기둥의 경우에는 추구해야 할 장점뿐 아니라 제약 조건까지도 망라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둥은 이해하기 쉬워야 하며 고위 경영진과 팀원 모두가 동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상품을 출시할 때까지 변함없이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은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의심과 변덕은 자꾸 생기게 마련이다. IBM의 상반된 두 가지 프로젝트 -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 를 보면 일관된 비전의 중요성이 명백히 드러난다.

우선 엄청난 성공을 거둔 IBM PC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프로젝트 기둥("1년 안에 애플을 따돌린다.")이 매우 확고했기 때문에, 최초에 프로젝트 허가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용된 차트의 80%가 최종적인 출시 승인을 위한 모임에서 그대로 사용되었을 정도였다. PC 프로젝트의 기술 책임자였던 빌 신드네스는 당시의 상황을 "우리는 일정을 절대로 바꾸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이정표를 설정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최종 목적지를 설정했을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IBM PC는 출시되자마자 블록버스터가 되었다. 1981년 소매점들을 통해 출시된 후 그해 말까지 예상보다 5배나 많은 3만 5,000대가 팔려 나갔다. 결국 IBM은 선두 주자인 애플을 침몰시키고 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애플을 따돌린다.는 비전은 실현되었다.

반면 고위 경영진이 방향을 계속 바꾼 PC 주니어의 경우는 달랐다. 이 프로젝트는 PC를 출시하자마자 추진되었는데, 고위 경영진에서 팀원들까지 모두가 동의한 프로젝트 기둥이 없었기 때문에 비전과 표적시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PC 주니어의 비전은 여러 번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같은 상품군의 PC와 호환되지 않는 게임용 컴퓨터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후에 고위 경영진은 기존 PC 시장을 잠식시키지 않도록 몇 가지 기능을 없애기로 했다. 그러다가 개인 사용자와 기업 시장을 모두 공략하자는 쪽으로 또다시 방향을 전환했다. 결국 PC 주니어는 출시되자마자 창고에서 썩는 신세가 되었다.

- 『블록 버스터』(개리 린 외 지음/청림출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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