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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꽃으로 피고 춤추는 태백산 설경
눈 풍경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수필가 김진섭이 말하듯이 눈이 내리면 누구나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그게 얼굴에 드러난다. 그러니 눈 오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얼굴이다. 눈 덮인 태백산을 오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역시 하나같이 천진한 웃음을 가득 담은 아이들 얼굴을 하고 있다.


태백산의 눈은 그 질감이 고운 것이 특징이다. 태백 지방 등 동해안은 설이 지나면서 습기를 머금은 함박눈이 내리는데 그런 습설(濕雪)은 보기에 탐스럽지만 이렇게 눈 속에서 설경을 즐기려는 풍경의 순례자에게는 습기가 적은 건설(乾雪)이 좋다.

천제단에서 나와 장군봉 사이는 갈아낸 옥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고원에 키 작은 관목이 군식하고 있다. 시계가 좋으면 동해 바다가 보인다는 능선이지만 시계를 가리는 운무가 낀 날의 경치는 타자의 눈에 띄지 않는 낙원 같은 느낌을 준다. 관목 사이로 난 작은 길을 천천히 걸어 나아가다 보면 설화가 가득한 숲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곳에는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고목의 풍모로 눈발을 맞으며 거기에 서서 이곳이 신의 나라라는 것을 가만히 설득한다. 나는 이곳이 일찍이 망제(望祭)의 명소라는 것과 저명한 기도처라는 것을 이 능선의 신비로운 풍경을 보면서 납득했다.

설경의 아름다움은 현란한 색조와 자기를 주장하는 윤곽선으로 현시되는 일상의 풍경을 타성(惰性)의 풍경으로 각성하고 이런 풍경의 부정태로서 설경을 자리매김하는 데서 절경으로 치환된다. 다시 말해서 파조(破調)의 아름다움이다. 우리가 이런 파조의 풍경미에 동의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 속에 있는 혁명의 욕구를 풍경이 대신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일상생활과 쳇바퀴를 돌리듯 타성에 젖어 있는 자신을 본인이 스스로 혁신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그 생활의 배경인 풍경을 하루아침에 일신(一新)해 버리는 눈에 대리 만족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폭설이 내리는 밤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혁명의 전야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 눈을 뜨기만 하면 볼 수 있는 게 풍경이기도 하지만, 풍경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눈으로 봐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보는 이의 개성이나 감수성, 지적 능력, 기호 등 주관적인 상상력이 개입하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집단적 풍경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또 인류가 살아오며 새겨진 원초적 기억, 본능이 작동한다.

『풍경의 발견』은 풍경을 체험하는 조건에 따라 조망(바라보기)의 즐거움, 풍경의 표정, 사람의 풍경, 풍경의 노래, 풍경의 탄생에 따라 다섯 장으로 나누어 그 주제를 글머리에 해설해 풍경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고, 주제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명풍경 31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 풍경이 어디가 좋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조망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순서대로 서술한 글은 풍경이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문장은 평이하되 감성은 섬세해 절정에 다다른 제철풍경 사진과 함께 현장에서 저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풍경 속에 빠져드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해준다.


-『풍경의 발견』중에서
(강영조 지음/효형출판/31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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