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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공황을 부르는 ‘이유 없는 두려움’
4.11 총선에 이어 대선을 앞두고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북풍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의 권력 승계에 이어 최근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보도까지 북한은 여전히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대상이다. 비단 북한뿐만이 아니다. 9.11사태와 같은 국제적인 테러행위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 재해는 물론 심지어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묻지마 살인과 학교 폭력, 보이스피싱 등 수많은 요소들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두려움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하고 최선을 다해 대처하는 것이 마땅하나 북한의 도발이나 핵 위협 등은 개인으로서 우리가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에 떨고 이는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은 선거 때마다 또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들의 자유와 권익을 유보하거나 국민들을 억압하고자 할 때마다 어김없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해왔고, 일부 언론은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그러한 두려움을 증폭시켜왔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에 비해 보다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두려움을 직시하고 상황을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다가올 미래에 대해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만 한다. ‘의심 많은’ 칼럼니스트로 잘 알려진 댄 가드너는 자신이 저술한 『이유 없는 두려움』에서 실체가 막연한 두려움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한다.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손을 들어 미국 32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할 당시, 미국 전역에는 두려움이 짙은 안개처럼 내려 앉아 있었다. 두려움이야말로 대공황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였다. 은행들이 줄도산하고 산업 생산량이 반 토막 났다. 4명 중 한 명이 실업자였고 200만 명이 노숙자였다. 그런 나라의 통치권을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 그것도 고작 한 달 전에 간신히 암살을 면한 사람이 쥐게 되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되고 처음 한 연설에서 그런 국민들의 염려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친애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현 상황에서 제게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솔직하고 소신 있게 이야기해주기를 바라시는 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용기를 내어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할 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직시한다고 해서 결코 주눅이 들 필요는 없습니다. 위대한 미국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 위기를 견뎌내고 다시 일어나 번영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고 확실히 믿습니다. 우리의 의지를 마비시키는, 이름도 이유도 근거도 없는 두려움만 극복한다면 후퇴를 전진으로 뒤바꿀 수 있습니다.”

국가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이유 없는 두려움까지 날뛰면, 미국인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고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광기 어린 꿈을 받아들여 상황이 훨씬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공황은 기껏해야 미국을 흠집 내는 정도였지만 두려움은 미국은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물론 두려움도 사회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감정이 될 수 있다. 위험을 두려워하면 위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인류가 지금껏 존재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두려움’은 다르다. 이유 없는 두려움 때문에 미국은 대공황 속에서 무너질 뻔했다. 9.11테러의 현장을 TV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목격한 미국인들은 비행기를 버리고 자동차를 선택했다. 이로 인해 항공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고 정부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나 진실은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민간항공여행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자동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순간이라고까지 말하겠는가. 결국 비행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동차를 택함으로써 생명을 잃은 사람은 두려움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우리가 위험에 직면하여 내리는 결정이 갈수록 어리석어지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이유 없는 두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평균 수명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역사상 가장 안전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겁에 질려 사는 까닭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원인은 세 가지로 첫째는 두뇌, 둘째는 대중 매체, 셋째는 두려움을 부채질해서 이득을 얻는 개인과 조직이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이어지면 두려움 회로가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면 루스벨트가 경고한 ‘이유 없는 두려움’이 일상에 자리를 잡는다. 어떻게 보면 이는 현대사회의 필연적인 현상이다. 인간의 두뇌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시기는 구석기 시대였다. 구석기 시대의 연약한 인간에게 뱀을 비롯하여 자연의 모든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구석기 시대의 강렬한 각인효과는 여전히 우리의 뇌를 지배하고 있고 언론을 비롯한 대중 매체는 날마다 새롭고 무시무시한 위협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한다. 그리고 두려움을 이용한 장사는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블랙 스완(Black Swan)에 이어 네온 스완(Neon Swan)이란 개념까지 등장했다. 블랙 스완은 검은 백조처럼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킨다. 그런데 네온 스완은 말 그대로 스스로 빛을 내는 백조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온 스완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원시적 두려움으로 인해 그리고 언론의 확대 재생산과 두려움 장사꾼들의 농간에 넘어가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당하고 사회 전체는 공황 상태로 치닫는다. 기우(杞憂)로 가득한 정신 상태로는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힘들다. 이제부터라도 두려움의 회로를 차단하고 신중하게 생각하여 이성적으로 판단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더욱 유익할 것 같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이유 없는 두려움』
(댄 가드너 지음 / 지식갤러리 / 23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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