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경제포털
뉴스  ·  증권  ·  부동산  ·  금융  ·  자동차  ·  창업  ·  교육  ·  세무  ·  헬스  ·  BOOK  ·  블로그   
등록예정 2024년 4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북다이제스트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회원가입
INFO BOOK
고단하고 외로운 아버지의 길
과거 필자의 직장 동료였던 한 사람이 최근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는 대기업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지난 달 55세로 정년이 되어 퇴직을 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여 아직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이, 그리고 가장으로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늦둥이 딸아이를 위해 한창 일해야만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년이라는 인위적인 한계에 의해 자신이 30년 동안 해오던 일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놓은 것이 있냐고 묻자 우선 8개월 동안은 실업급여가 나오니까 좀 쉬면서 찾아볼 생각이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대란으로 우리 사회에는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년에 떠밀려 일터를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최근 읽었던 『아버지니까』를 통해서도 이처럼 나이 들어 직장을 잃은 아버지의 삶이 얼마나 힘겹고 고단한 것인지를 가슴으로 절절이 느낄 수 있었다. 30년 동안 기자로서 성실하게 일해오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던 저자가 단 한 번의 실패로 곧바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 사회의 외롭고도 고단한 아버지의 길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한 가정의 역사다.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라도 뛰어드는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걷는 길은 참으로 고단하고 외로운 길이다.

나는 오로지 ‘정직과 성실’을 신조로 살았다. 그래선지 하고자 하는 일들이 비교적 무난하게 이루어지곤 했다. 그것은 어쩌면 운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나의 노력’의 결과라고 자부하고 싶다. 나는 사실 ‘부단한 노력파’였으니까. 하지만 그 노력의 양이 최대치였는가 하는 점은 의문이 간다. 왜냐하면 과연 내가 처절하리만큼 노력을 다하고 삶을 유지해 왔는가 하는 점에서이다. 한편으론 내 나름대로 아내와 아이들을 극진히도 사랑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과는 거리낌 없이 소통하며, 그들에게 무한사랑을 쏟았노라 자부한다. 아이들은 마법사다. 게을러빠진 아버지를 뛰게 하고 춤추게 한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 미친 듯이 달리고 춤추는 순간이 있어 이 세상은 비로소 살 만한 것이 된다.

살다 보면 행복과 불행은 늘 겹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빛과 어둠, 그리고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큰 슬픔으로 비탄에 빠진다 해도, 영원히 그 슬픔이 계속될 것 같아도 슬픔은 언젠간 끝이 나게 마련이다. 또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특성을 지녔다. 이제야말로 끝이겠지 하고 한숨 돌리는 순간 또 다른 불행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아무 일도 없어 보이던 내게 불행이 잇따라 닥쳐온 건 빚을 얻어 시작한 아내의 사업 실패가 신호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30년 가까이 일한 일터의 명예퇴직 강권에 따라 일자리를 잃었다. ‘노동 뒤에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 이라는 칸트의 말을 기억한다. 퇴사 이후 나는 그런 의미의 진정한 휴식을 한 번도 맛보지 못했다. 나 자신의 삶을 유지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을 위해 쉼 없이 일자리를 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면을 무릅쓰고 어렵게 구한 일자리들은 늘 실망만 안겨주고 금전적으로 정당한 보상도 해주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사랑하는 아들까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났다. 그때 나는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파산자였다. 실낱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남겨진 두 아이였다. 내가 아직 아버지인 이상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의무가 내게 있다는 것, 더 이상 나로 인해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소망 한 가지를 붙들고 일어섰다.

먹고살기 위해 신새벽에 지하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노가다 현장으로 가면서 나는 이 세상 아버지들의 진면목을 보았다.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일터로 달려가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을. 땅에서는 더 이상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 나이 예순이 다 되어 나갔던 바다. 그 시퍼런 바다 위에서 고기잡이배를 타고 인생의 격랑과 사투를 벌이는 무수한 아버지들을 만났다.

아버지, 소리 내어 울 수도 없고, 울고 있어도 눈물을 보일 수 없는 고독한 자리! 눈곱만 한 개인적 이로움도 고집할 수 없는 이 땅의 아버지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대란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각국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4년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고 55세 이상의 중고령자가 재취업을 할 경우 사업주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이미 1986년에 정년제도를 폐지했다.

우리나라도 뒤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국회에서 현재 권고사항으로 돼 있는 만 60세 정년 기준을 의무사항으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년 연장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물론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자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적어도 자녀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부양해야 할 책임을 맡고 있는, 고단하고 외로운 이 땅의 아버지들을 위해서도 정년 연장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아버지니까』
(송동선 지음 / 함께 / 272쪽 / 13,000원)
번호 | 제목 | 날짜
107 타인의 기쁨을 통해 더 큰 기쁨을 얻는다 2012년 12월 26일
106 100세 시대, 건강한 취미를 갖자 2012년 11월 28일
105 프로보노, 공공선을 위하여 2012년 10월 30일
104 고단하고 외로운 아버지의 길 2012년 09월 26일
103 일본의 양심 회복을 기대하며 2012년 08월 30일
102 도전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2012년 07월 31일
101 딱 벽돌 두 장만 놓자 2012년 06월 26일
100 평온한 일상에 감사와 행복을! 2012년 05월 30일
99 요구보다 욕구에 집중하라 2012년 04월 27일
98 사회적 공황을 부르는 ‘이유 없는 두려움’ 2012년 03월 27일
단체회원가입안내
독서퀴즈이벤트
나도작가 신청안내
무료체험
1분독서영상
한국독서능력검정 신청
모바일 북다이제스트 이용안내

인재채용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서비스문의 이용문의:mkmaster@mk.co.kr
회원문의:usrmaster@mk.co.kr
매경닷컴은 회원의 허락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공개, 유출을 하지 않으며 회원정보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