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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보다 욕구에 집중하라


크고 작은 기업을 막론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CEO는 매일 같이 수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고 매 순간 결코 쉽지 않은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 하나하나가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무한 경쟁에서 생존하고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시대의 CEO는 매일 현실을 파악하고, 조직이 올바로 돌아가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질문하며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매 순간마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필자 역시 최근에 쉽지 않은 문제로 고심한 적이 있다. 그동안 10년 넘게 같이 일해 왔던 K이사가 회사 업무와 연관된 좋은 아이템을 발견하고 이제 독립하여 스스로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K이사의 창업을 축하해주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창업이 그렇듯이 K이사 역시 어렵고 힘든 사업 초기의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K이사가 새로운 직원을 한 명 채용하려는데 비용절감을 위해 청년 인턴을 채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참고로 고용노동부가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미취업 청년에게 중소기업의 인턴십 과정을 통해 경력을 쌓아 정규직으로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고, 중소기업에게는 해당 직원의 급여를 최대 50%까지 1년간 지원하는 좋은 제도이다.

그런데 관련 법규상 중소기업 청년 인턴 채용 자격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주어진다. 그러자 K이사는 자신의 회사에서 채용할 직원을 우리 회사에서 청년 인턴으로 채용하여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게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나는 적은 자금으로 어렵게 창업을 한 K이사의 사정과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한 K이사가 분명 경력이 없는 청년을 채용해 훈련과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일꾼으로 키워낼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그렇게 해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아니, 요즘 같은 때 청년 한 명이라도 채용하겠다는데 왜 5인 이상 사업장이어야만 된다는 거지?’ 하고 관련 법규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5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제한이 없으면 이 제도를 악용해 온갖 편법으로 정부 돈을 축내려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며 이러한 제한을 둔 정부의 고충이 이해가 되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아무리 선한 의도이고 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K이사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분명 불법 내지는 탈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노무사에게 물어보니 이것은 부정수급에 해당하며 적발 시 수령액의 2배를 배상해야 하고 자칫 형사 처벌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부탁을 들어주자니 본의 아니게 불법을 저지르게 되고 ‘이건 불법이라서 해줄 수가 없다’고 말하면 K이사가 서운해할 것이 분명했다. 며칠 동안 끙끙대며 고민하던 중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을 읽다가 갑자기 해답을 발견했다.

‘요구’에만 집착하지 말고 ‘욕구’에 집중한다면 협상을 만족스럽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면 창조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내 요구만 고집할 게 아니라 나와 상대방이 모두 만족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욕구와 나의 욕구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새로운 대안을 협상에서는 ‘창조적 대안’ 또는 ‘크리에이티브 옵션’이라고 합니다.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한 대로 상대의 요구가 아니라 그 요구 이면에 있는 욕구 내지는 필요에 초점을 맞추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K이사가 나에게 청년 인턴 채용을 요구한 이면에는 그 직원의 급여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로 마음먹고 청년 인턴을 채용할 경우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을 우리 회사에서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 대신 그 대가로 K이사에게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우리 회사의 일부 취약한 분야의 영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K이사가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그동안 골칫거리로 안고 있던 문제가 양쪽 모두에게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자칫 오랫동안 소중하게 가꾸어온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이 일을 계기로 오히려 관계가 더욱 굳건해진 같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해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 내가 가진 지식과 그릇으로는 그나마 최선이 아닌가 생각한다. 혹자는 K이사가 정말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 아닐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대가로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좋은 해법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일을 어찌 알 수 있을까. 나는 K이사가 그동안 회사를 위해 성실히 일해 왔다는 것, 또한 그의 능력과 선한 마음을 알고 있기에 그 금액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그리고 10년 넘게 같이 해온 시간은 그보다 훨씬 값진 것이고 앞으로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한 법이기에.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
( IGM세계경영연구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480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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