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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맞아, 너는 틀렸어!”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논쟁거리들이 터지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드 배치, 백남기 농민의 죽음,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국회의장의 중립성 훼손 논란, 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과 정유라, 차은택,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송민순 회고록 파문 등등.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이전투구는 가히 점입가경이다. 경기 불황과 실업 그리고 지진과 홍수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은 지금 그들의 안중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무조건 내 말이 맞고 상대방이 틀리다며 온갖 논리를 앞세워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설득은 절대 불가다. 남들은 편견에 물들어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을 심리학에서는 ‘자기본위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한다. 강준만 교수의 최근 저서 『생각과 착각』을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미국 심리학자 리 로스와 에밀리 프로닌은 이러한 태도의 원인을 가리켜 ‘소박실재론(naive realism)’이라고 했다. “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잘못된 가정, 즉 “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내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왜곡도 없다”고 믿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보는 사실은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야 한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들이 관련 사실을 접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사적인 이익이나 이데올로기에 눈이 멀어 있기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해 버린다. 따라서 소박실재론에 사로잡힌 사람은 이 세상을 선과 악으로 가득한 세계로 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쉽게 ‘우리’로 바뀔 수 있다. 소박실재론자에게 어떤 말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게 누구에게서 나왔느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스라엘 협상가들이 제시한 평화안을 팔레스타인의 제안이라고 속이고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평가를 요청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이 제시한 것이라고 속인 이스라엘 평화안보다 이스라엘이 제시한 것이라고 속인 팔레스타인의 평화안을 더 좋아했다. 자신의 제안을 상대편에서 내놓는다 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상대편의 제안이 실제로 상대편에서 나올 때 그것이 마음에 들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제프리 코언의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민주당원들은 민주당이 제안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는 공화당원들이나 좋아할 극히 제한적인 복지 정책도 지지하고, 공화당원들은 공화당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생각할 때는 넉넉한 복지 정책도 지지하더라는 게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 비극적인 것은 자신의 맹점, 즉 자신이 자기 당의 입장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음을 깨닫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모두가 자신의 견해는 그 정책을 자신의 전반적인 정치철학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한 끝에 나온 논리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정치는 그런 사례들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여당일 때 자기들이 했던 주장들을 야당이 되면 180도 뒤집는다든가, 반대로 야당일 때 했던 주장들 역시 집권하면 180도 뒤집는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런 작태들에 대해 모든 유권자가 크게 분노하거나 응징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들 역시 자신의 당파성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일 게다. 우리 인간의 원초적 속성으로 받아들이기엔 그로 인한 비용과 희생이 너무 크니, 그게 문제다.


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각종 논쟁거리들 역시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자신들이 야당이거나 여당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상대를 이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쳇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혀 절박한 민생 현안을 내팽개친 채 서로 상대를 물어뜯으며 극한상황으로까지 몰아가고 있는 작금의 정치가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절망하며 분노하고 있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어느 쪽의 논리가 옳고 그른가를 떠나 여야 정치꾼들 모두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목청 높여 외치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계산된 자신들의 잇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만일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모르고 있다면 그들은 바보이거나 아니면 국민들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만일 그들 자신이 바보라면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일 그들이 국민들을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지난 4·13 총선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오늘날 모든 국민들이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진실을 왜곡하거나 감출 수 없고 아울러 이러한 국민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음을 정치가들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모든 문제에 대해 항상 투명하고 공정하게 임해야 한다. 과거처럼 목소리 높이고 억지를 쓰면 통할 것이라는 헛된 꿈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가들이 부디 이제부터라도 미몽에서 깨어나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보다는 진심으로 민생을 걱정하는 참된 국민의 일꾼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생각과 착각』 중에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92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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