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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위하여
(이미숙 지음/김영사/288쪽/13,900원)

얼마전 〈TV, 책을 말하다〉 코너에서 『불타는 세계』(에이미 추아 지음)를 소개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와 민주화의 물결이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부유한 소수집단과 가난한 다수집단이 존재하는 제3세계와 개발도상국에서는 부의 몰수로 인한 국가 경제의 황폐화, 부패한 측근자본주의의 등장, 대량 학살 등의 부작용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가진 자들이 가난한 자들에게 선을 베풀고, 자신들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함으로써 다수집단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즉 자유방임적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개인의 창의적 노력과 근면, 부의 세습 등 다양한 이유로 빈부의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격차로 인해 부유층과 빈곤층의 계층 간 갈등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초기 자본주의 국가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조세, 복지 제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부의 재분배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국가가 아무리 이상적인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한다해도 여전히 빈부 격차는 존재하고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으며 일부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업가들의 투자 의욕 감퇴로 인해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수반된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들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우리 사회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좌파 정권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현 정부가 분배에 아무리 역점을 둔다하더라도 결코 계층 간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 자칫 전체 파이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미국의 사례에서 이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와 문화가 일천한 미국이 20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부자는 부자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가진 것을 서로 나누고 기부하는 정신 덕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연봉 3만 달러 안팎의 일반 시민은 매년 1,000달러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고 부유층들도 5만 6,000여 개의 다양한 자선재단을 만들어 사회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재단들의 보유자산은 4,861억 달러에 이르고, 또한 미국에서 매년 걷히는 자선모금액은 2,000억 달러가 넘는데 이것은 세계무역 12위국인 한국의 총수출액에 버금가는 엄청난 액수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자선사업가의 활동에 대해서라면 주저없이 1면에 기사를 게재한다. 그리고 공영라디오 NPR에서는 개별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마다 “이 프로그램은 아넨버그재단, 존 D&캐서린 T 맥아더 재단, 포드재단의 지원으로 제작됐다.”라는 내용을 어김없이 반복한다.

자선사업가는 한 마디로 메마른 세상에 단비를 뿌려주는 레인메이커(rain maker)이다. 레인메이커는 말 그대로 비를 만드는 사람이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그리워질 때, 아니면 계속되는 가뭄 속에서 땅이 타들어갈 때 가장 필요한 비를 만들고 비를 뿌려주는 존재다.

앤드류 카네기는 자신이 저술한 『부의 복음』(Gospel of Wealth)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자는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육적·문화적 기관을 제공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 『존경받는 부자들』 중에서


그동안 우리는 부유한 소수집단과 가난한 다수집단이 존재하는 제3세계처럼 스스로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누어 상대를 질시하고 무시해왔다. 그리고 한편으로 언론 역시 이러한 태도들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갈등과 반목의 소리는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선과 나눔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책임은 소홀히 해왔다.

언젠가 TV 프로에 참석했던 한 패널의 말을 듣고 필자는 마음이 몹시 언짢았다. 그분은 우리 나라 부유층 소수집단의 예를 들며 외국인 투자기업의 임원들이 엄청난 스톡옵션을 챙겨 부자가 되었다고, 부자를 못마땅해하는 듯 말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엉터리가 아닌 다음에야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그와 같은 혜택을 주었을 리 없다. 그 임원의 능력을 평가하고 그 만큼 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 임원은 정당한 능력과 노력의 대가로 부자가 된 것이다. 무작정 부자를 질시하고 못마땅해하는 이런 태도는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고 결국 우리 사회를 파멸로 이끌고 만다.

이 모든 것이 그동안 우리 나라 부유층이 자기만을 생각하는 가진 자의 오만과 이기적인 태도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네기의 말처럼 부자로 죽는다는 것은 분명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형편을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돌보아야 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 역시 부자들이 부를 이룰 수 있었던 근검과 창의적 노력을 인정하고 그들이 주위를 위해 헌신할 때 존경과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언론들 역시 암울한 이야기를 내보내기 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자선과 나눔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얼마전 문화일보가 주관한 ‘1% 나눔이 세상을 바꾼다’ 기획을 통해,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가 이끄는 ‘아름다운 재단’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서서히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어 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자선과 기부를 통한 사회 변화는 결코 미국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도 분명 해낼 수 있다.

미움과 불신이라는 무거운 짐을 등에 걸머지고는 결코 우리가 당면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나갈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미움과 불신을 벗어 버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나눔을 통해 꿈과 사랑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 계층 간의 갈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에 모범을 보여주고 희망의 빛을 전해주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 북코스모스 대표, 최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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