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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다
얼마 전 일본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1Q84』의 로열티가 5억원이니 10억원이니 하는 소문이 돌면서 출판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토록 높은 액수의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던 차에 마침 국내에서 출간되자마자 회사로 책이 도착하여 곧바로 읽기 시작했다. 필자의 경우 평소에 역사서나 경제 경영서를 주로 읽고 소설은 자주 읽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도 빠른 속도로 읽으며 주로 스토리 전개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그런데 『1Q84』의 경우는 과연 그처럼 엄청난 금액의 로열티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보자 하는 마음으로 내용을 꼼꼼히 살피며 차분하게 정독을 해나갔다. 등장인물과 특정 상황들을 워낙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때로는 지루함마저 느껴지기도 했지만 꾹 참고 읽어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읽어나가다 보니 점차 인물이나 상황들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고 책장을 넘길수록 처음에는 별 의미가 없어 보였던 특정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들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그러한 퍼즐 조각들이 잘 맞추어져 빈틈없는 전체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 때 문득 내가 평소에 아무런 의미 없이 했던 행동들 하나하나도 뭔가 소중한 의미를 간직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아가 평소에 무관심하게 바라보았던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대해서도 뭔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 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나 자신의 행동과 심리 상태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마음을 갖게 되자 삶이 더욱 풍요롭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유익함이 있다면 그것은 삶의 지혜나 진리가 구체적인 사건이 되어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승자는 혼자다』에 나오는 한 우화는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는 삶의 진리를 구체적 사건으로 보여주고 있다.

헤라트의 황량한 산지에 한 도시국가가 있었다. 주민들은 부패한 왕들로 인해 오랫동안 힘겨운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통치자가 없는 국가는 혼란이 따르기 때문에 군주제를 폐지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주민들은 현인들의 평의회인 ‘로야 지르가’를 소집했고 로야 지르가는 이렇게 결정했다. 4년마다 왕을 선출할 것이며, 왕은 절대권력을 지닌다. 왕은 세금을 올릴 수도 있고, 매일 밤 다른 여자를 침대에 들일 수도 있으며, 그가 아무리 터무니없는 명을 내릴지라도 모두 복종해야 한다. 하지만 4년이 지나면 그는 왕좌에서 내려와, 빈손으로 가족과 함께 도시를 떠나야 한다. 이것이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분지에 위치한 도시 주위에는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는 까닭이었다. 로야 지르가의 현인들은 이렇게 하면 위험한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터이니, 과거의 민주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결정이 선포된 뒤 암에 걸린 한 노인에 이어 미치광이 한 명이 왕위에 올랐지만 모두 도중에 죽거나 실종되고 말았다. 그 후로는 아무도 왕위에 오르려하지 않았다. 로야 지르가는 자신들의 현명한 결정을 자축했다.

그때 한 젊은이가 나타났다. 그는 참한 여자와 결혼해서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었다. “제가 왕위에 오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왕위에 오른 청년은 훌륭한 통치자가 되었다. 그는 공의로웠다. 부를 공평하게 분배했고, 식료품값을 내렸고, 축제를 열고, 수공업과 음악을 발전시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밤마다 말들이 끄는 무거운 수레들이 왕궁을 떠났다. 수레 위에는 황포가 덮여 있어 뭘 싣고 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번 떠난 수레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로야 지르가의 현인들은 왕이 국고를 털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재물을 훔쳐간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도성을 나가 첫 번째 산만 넘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말들과 함께 시체가 될 텐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둡시다. 그의 통치기간이 끝나는 대로 우리는 말들과 마부들이 죽어 있을 장소를 찾아가 모든 것을 되찾아오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청년은 이제 왕좌에서 내려와 도시를 떠나야 했다. 주민들은 분개했다. 그는 그들이 실로 오랜만에 만난 현명하고 공의로운 통치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로야 지르가의 결정은 존중되었고 그의 운명은 바뀔 수 없었다. 로야 지르가는 만족했다. 이제 그 누구도 왕위에 오를 생각을 못할 테고, 마침내 민주적 전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젊은 왕이 빼돌린 보물들은 모두 회수해올 것이다. 기껏해야 사흘거리의 사막에 버려져 있을 테니까.

청년은 가족과 함께 묵묵히 죽음의 땅을 향해 나아갔다. 아내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청년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들은 하루 꼬박 걸려 거대한 평원을 건넜으며, 그다음에 만난 언덕 위에서 잠을 잤다. 아내는 새벽녘에 잠이 깼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사랑하는 고향의 산들을 한번 둘러보고 싶어졌다. 언덕 꼭대기에 올라간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그녀는 펄쩍 뛸 듯이 놀랐다. 지난 4년 동안, 밤마다 도성을 떠난 수레들이 실어 나른 것은 보석도 금화도 아니었다. 그것은 벽돌과 곡물, 목재와 기와와 천 그리고 우물을 파기 위한 기구들이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새로운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는, 훨씬 더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자, 이게 당신의 왕국이오.” 잠이 깨어 그녀를 뒤따라온 남편이 말했다. “로야 지르가의 법령을 들었을 때부터 난 알고 있었오. 수세기 동안 계속된 부패와 실정이 망쳐놓은 걸 불과 4년 만에 고치려드는 게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확신하고 있었지. 모든 걸 다시 시작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이오.”


- 『승자는 혼자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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