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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
스위스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각국의 제도와 인프라, 효율성 증진, 기업혁신 및 성숙도의 3대 분야에 걸쳐 110개 항목을 평가하여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에는 11위에 올랐고 작년에는 19위로 내려앉았다. 국가경쟁력이란 ‘세계 경제 환경에서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국가의 능력’이라고 한다. 실제로 대다수 국민의 삶의 수준은 국가의 정책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언론 및 정부기관을 비롯하여 다양한 집단들이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를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이고 계층 간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복지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나아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수년 동안 국가경쟁력 1위를 지켜오고 최근까지도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는 북유럽의 복지선진국 핀란드의 사례를 보면 국민들이 골고루 잘 사는 이상적인 나라로 나아가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의 1.5배의 영토에 약 530만 명의 인구를 가진 핀란드는 빈약한 천연자원에 반해 훌륭한 인적자원과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고, 부가가치가 큰 IT산업이 발달해 있으며,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생존을 위해 그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핀란드는 오랜 외세의 침탈과 빈약한 천연자원으로 인해 2차 대전 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고 1991년에는 핀란드 수출의 20%를 차지했던 구소련의 붕괴로 국가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다. 그러나 핀란드는 불과 10년 만에 국가경쟁력 1위에 올라섰다.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사람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핀란드는 온갖 장애 요인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높은 교육열로 훌륭한 인적자원을 육성하고, 다양한 사회적 창안을 통해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음으로써 오늘날 분배와 성장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최고의 복지국가로 우뚝 섰다.

핀란드의 국가행정, 사회정책, 문화와 교육, 그리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이루어져온 100가지의 크고 작은 창안들을 모아서 소개하고 있는 『핀란드 경쟁력 100』을 보면 핀란드가 성장과 복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든 비결이 무상교육을 포함하여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다양한 사회적 창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 국가에서 의회는 입법권과 예산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핀란드 의회는 ‘비전 제시 권한’이라는 독특한 권한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핀란드 의회의 미래위원회는 정부에 ‘미래의 발전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심의한다. 이 미래위원회야말로 핀란드 의회가 생산한,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사회적 창안이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국가가 모든 산모에게 ‘산모 육아용품 세트’를 선물한다. 1940년대 전쟁 직후 물자 부족으로 시작되었던 이 제도는 점차 품목이 확대되어 유모차와 장난감, 그림책까지도 지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모와 신생아의 사망률이 크게 줄었다. 교육에 있어서도 핀란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원까지 학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무상교육제도는 핀란드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국가 부도 위기 상황을 맞아 복지를 강조하는 좌파 정권이 퇴진하고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우파 정권이 들어서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이 원칙에는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이밖에도 모든 사회계층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고용연금제도, 각 가정의 경제적 독립성을 지켜주기 위한 사회신용대출제도 등 다양한 사회적 창안들이 핀란드를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잘 사는 복지국가로 만들고 있다.

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핀란드 정부는 소득에 따라 최대 60%까지 세금을 부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사람들은 핀란드를 떠나지 않는다. 무상교육으로 배출되는 고급두뇌들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 데모를 하고 융자 받은 학자금 때문에 장차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많은 사람들이 실직이나 사업 실패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에 따라 마음껏 공부할 수 있고 한편으로 실패하더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견실한 핀란드가 참으로 부러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처럼 백만장자는 없지만 모두 골고루 잘 사는 나라 핀란드는 경제 성장과 복지 사이에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우리 사회에 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 『핀란드가 말하는 핀란드 경쟁력 100』 중에서
(일까 따이팔레 지음 / 비아북 / 39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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