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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잃는다는 것
올해는 우리 민족이 일본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병조약의 공표로 망국의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매천야록』을 통해 흥선대원군의 집정에서부터 조선의 망국에 이르기까지의 47년의 과정을 담았던 황현 역시 그해 9월8일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음독 순사했다. 이 시의 마지막 2수에는 나라를 잃은 그의 비통함이 절절이 묻어난다.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산천도 찡그리니
무궁화 강산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아래 책을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구나

일찍이 나라를 지탱할 작은 공도 없었으니
단지 인(仁)을 이룰 뿐이요, 충(忠)은 아니로다
겨우 능히 윤곡을 따르는 데 그칠 뿐이요
그때 진동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구나

윤곡은 몽고군이 쳐들어와 나라가 망하게 되자 가족과 함께 순사를 했던 인물이고, 진동은 그보다 앞선 북송시대 선비로 간신배를 물리치고 나라를 바로 잡으려고 충언을 올리다 저잣거리에서 효수를 당한 충신이다. 매천은 스스로의 순사를 ‘단지 인을 이룰 뿐이요, 충은 아니로다’고 하면서 윤곡과 진동의 고사를 인용했다.

- 『죽어야 사는 나라 조선과 일본』 중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잃은 비통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편으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또는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졌다. 이처럼 나라는 민족 또는 국민 개개인이 기꺼이 자신의 목숨마저 초개처럼 내던져서라도 지키고자 하는 삶의 뿌리이자 소중한 공동운명체이다.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타국에 의해 영토와 주권을 잃고 이러한 삶의 터전과 뿌리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을 의미한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 하에서 우리 조상들이 느꼈던 한없는 절망과 2000년 동안 세계 도처를 떠돌며 온갖 박해를 받았던 유대인들의 처절한 삶을 통해 우리는 나라를 잃는다는 것이 실로 어떠한 의미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살고 있는 전후세대의 대다수는 전쟁의 참상이나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라의 소중함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진 지사와 영웅들의 업적을 지나치게 간과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투사들, 그리고 전쟁 중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수많은 호국 영웅들의 숭고한 업적들이 점점 잊혀져가고 때로는 조롱의 대상마저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안중근 의사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는 통계 발표를 비롯하여 6.26 전쟁 중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노병사에게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사람을 많이 죽였으면 저런 훈장을 받았겠느냐”고 비아냥거렸다는 언론 기사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오늘날과 같은 변화의 시대에는 다양한 시각과 자유분방한 사고가 필요하고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나라의 소중함과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선열들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통해 이들의 희생을 항상 마음 깊이 새겨야만 하는 것은 우리 후손들의 본분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이처럼 잘못된 역사의식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우리사회가 그동안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가르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등교육과정에서 국사 과목이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으로 채택되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의 역사의식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의 뿌리인 나라의 역사를 모르고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할 수 있을까?

최근 월드컵 경기에서 전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목이 터지도록 대한민국 팀을 응원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밤을 새워가며 열렬히 응원했다. 이들의 가슴은 분명 세계 어느 나라 젊은이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뜨거운 애국심으로 가득하다. 이들 젊은이들의 뜨거운 애국심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토대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현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안위와 이익에 눈이 멀어 나라를 팔아넘긴 친일매국노들의 행위를 본받지 않도록,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처럼 잘못된 애국심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가를 망치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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