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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늘로 땅으로
(임길택 지음/보리/267쪽/9,000원)

『강아지 똥』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새로이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산문집을 내셨다. 아픈 몸으로 한 글자 한 글자씩 써내려 이만큼 한 책을 묶어 내셨다니, 몸 성한 나는 선생님 앞에서 감히 시간이 없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변명을 거둬들여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은 우리가 곁에 두고 한 줄 한 줄 읽어 가야 할 것이지, 이렇다 저렇다고 토를 달 그런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이런 대목을 읽다 보면 누구라도 질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겨울이면 아랫목에 생쥐들이 와서 이불 속에 들어와 잤다. 자다 보면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옷 속으로 비집고 겨드랑이까지 파고 들어오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놀라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지만 지내다 보니 그것들과 정이 들어 버려 아예 발치에다 먹을 것을 놓아 두고 기다렸다. 개구리든 생쥐든 메뚜기든 굼뱅이든 같은 햇빛 아래 같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고통도 함께 겪으면서 살다 죽는 게 아닌가. 나는 그래서 황금덩이보다 강아지 똥이 더 귀한 것을 알았고 외롭지 않게 되었다."

선생님이 이런 삶을 누리면서 이런 생각을 해 나갈 때,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무얼 먹을까, 무얼 가질까, 무얼 하고 놀까만 생각해 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랬다! 나는 그동안 너무 누리고 살아 왔다.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차를 타고 나갈 수가 있었고, 아무 때라도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을 수가 있었다. 그러기에 좋은 것을 보아도 좋다는 걸 모르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있는지조차 모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대목을 곰곰 생각해 보니, 큰물이 나야 조금 물 흐르는 시늉을 하는 조그만 도랑과 풀과 참나무, 소나무 몇 그루 자라는 '빌뱅이' 언덕 곁 손바닥만한 집에서 개 '뺑덕이'와 살고 있지만, 선생님이야말로 늘 가장 좋은 것을 만나고, 가장 좋은 것을 보면서,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꼭 어디 가서 누구누구를 만나 봐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언제 내가 내 곁에 있는 강아지 똥이며, 풀쐐기, 개미, 민들레, 흙 속 지렁이며 밤나무 잎 같은 거 하나라도 눈여겨본 적이 있었던가. 바로 가까이 있는 것조차 만나지 못하고서 다시 무엇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선생님은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를 끊임없이 만나신다. 먼 발치로 만나기도 하고 찾아가거나 찾아오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만난다. 그러다가 언제부턴지 누가 당신에게 큰일을 했다고 주는 상을 부끄럽다고 여기게 되었다. 어느 책이, 또 어느 학자라 일컫는 분이 선생님께 이런 생각을 갖도록 해 주었단 말인가. 모두 글도 제대로 모르고, 남 앞에 나설 줄도 모르는 그야말로 당신들은 이 세상에 쓸모도 없고, 가진 거 배운 거 없는 무지랭이라 여기는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서다.

열아홉 나이부터 처녀 과부로 시집살이를 해 오신 영천댁이 군에서 주는 효부상을 한사코 마다면서, "나는 상 받을락고 이적제 고상하며 산 게 아이시더. 나는 상 같은 거 안 받을라니더."라 한 말을 어찌 남의 얘기로 돌려 버리실 수 있단 말인가. 늘 그이들의 동무로 살았고, 끝까지 그이들의 동무가 되겠다 다짐하신 선생님이 어찌 당신만 잘났다고 상을 받으면서 기뻐하실 수 있단 말인가! 자식한테조차 버림받은 그 동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농약을 먹거나 목매달아 숨을 거두는 걸 보고, 혼자 소리치다가 목이 메고 밤잠을 설쳐야 하는 선생님이 아니던가!

세상을 잿빛으로밖에 볼 수 없는 삶을 살아와 거칠 건 없지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게 "두렵고 떨리게 느껴지는" 소심한 선생님한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하나 있다고 하셨다. 이런 교회를 하나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었단다.

"이곳에 교회를 하나 짓고 싶다. 뾰족탑에 십자가도 없고 우리 정서에 맞는 오두막 같은 집으로. 물론 집안 넓이는 사람이 쉰 명에서 백 명쯤 앉을 수 있는 크기는 되어야겠지. 정면에 보이는 강단 같은 거추장스런 것도 없이 그냥 맨 마룻바닥이면 된다. 간판도 안 붙이고 꼭 무슨 이름이 필요하다면 '까치네 집'이라든가 '심청이네 집' 같은 걸로 하면 되겠지. 성경책도 배우고, 함께 모여 세상살이 얘기도 하고, 가끔씩은 가까운 절간의 스님을 모셔다가 부처님 말씀도 들어주고, 마을 훈장님 같은 분께 공자님 맹자님 말씀도 듣고, 단옷날에는 모여서 춤추고 놀기도 하고. 그래서 어려운 일, 궂은 일도 서로 도와 가면서 사는 그런 교회를 갖고 싶다."

선생님은 이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혼자 가슴 설레어 하느님께 기도도 했지만 그냥 생각만으로 그쳐 버리고 말았다고 하셨다. 그러나 내가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느낀 바로는 그렇지가 않다. 생각대로 선생님은 그런 교회를 한 개가 아니라 이미 헤아릴 수 없이 세워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어느 해 선생님은 내 마음 속에조차 그런 교회를 떡 하니 세워 놓으셨다. 딱히 내가 허락해 드린 것 같지 않은데도 말이다. 언제 선생님을 뵈면 나는 허가 없이 집을 지은 벌금을 내라 떼를 써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언제쯤 선생님한테, "오래 오래 사셔야 돼요."하고 부탁 한번 드려 볼 수 있을까? 그러면 또 화를 내실 텐데… …

-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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