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경제포털
뉴스  ·  증권  ·  부동산  ·  금융  ·  자동차  ·  창업  ·  교육  ·  세무  ·  헬스  ·  BOOK  ·  블로그   
등록예정 2024년 4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북다이제스트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회원가입
INFO BOOK
아버지, 그립습니다!
(닐 체틱 지음/랜덤하우스중앙/295쪽/12,000원)

아버지의 죽음은 아들에게 새로운 시작이다. 아버지는 죽는다. 하지만 그 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너무 익숙해서 그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아버지의 죽음이 주는 충격도 깊은 늪에 빠지듯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온몸을 삼킬 것이다.

이 세상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했을까? 프로이트는 그것을 "가장 지독한 상실"이라고 했고, 배우인 숀 코너리는 "모든 것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청천벽력"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맥아더 장군은 아버지가 죽은 지 50년도 더 지났지만 어디를 가든지 아버지의 사진을 가지고 다녔고, 아버지가 죽었을 때를 기억하며 "그날 밤, 온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잃는 경험은 그 시점과는 상관없이 아들의 강인함과 유연성을 시험한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아들은 극도의 절망감과 자기 파괴라는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은 때로 아들이 자신의 삶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나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6년 전, 아버지가 들려주셨던 인상적인 말씀 때문이었다.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나는 언론계를 기웃거리며 할아버지가 퇴직한 뒤에 혼자 사셨던 마이애미 해변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나는 할아버지의 추억 속으로 푹 빠져들곤 했다. 동유럽에서 보낸 비참한 어린 시절, 필사적인 이민생활, 세기에 걸친 감명 깊은 인생경험 등 할아버지의 얘깃거리는 정말 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유감스럽지만 할아버지께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다음날 아버지가 미시간 주에서 플로리다 주로 날아오셨고 나는 공항으로 나가 아버지를 마중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병원으로 가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 할아버지의 시계와 지갑을 챙긴 뒤에, 고인을 할머니가 묻혀 계신 묘지에 모셔드렸다.

장례를 모두 마치고 우리는 함께 할아버지 집으로 가서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열쇠고리, 수표책, 성냥갑, 동전, 쿠폰, 케케묵은 담뱃갑, 가장자리가 돌돌 말린 흑백사진…. 아버지와 나는 각기 다른 방에서 유품을 정리하면서 이따금씩 특별한 물건이 나오면 큰 소리로 서로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대부분 침묵 속에서 일을 처리해나갔다.

해가 진 뒤에야 간신히 정리가 끝났다. 그러자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하시던 대로 술을 한잔 따라서 들고 푹신한 거실의자에 몸을 맡겼다. 우리는 잠깐 할아버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거실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그때, 문득 옆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예전에 아버지는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잠시 뒤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란다. 나 때문이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건 내가 그분에게 언제나 듣고 싶은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거니까. 할아버지는 종종 내게 말씀하셨지. '난 네가 자랑스럽구나. 네가 이만큼 가정을 꾸려오다니 참 대견하구나' 라고 말이야."

그러고 나서 아버지는 나를 향해 계속 흐느끼며 말씀하셨다. "이제 다시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없겠지. 하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내 아버지에게 들어왔던 말을 너한테 들려주고 싶구나.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그 조용한 울림 한마디로 오랫동안 부자간에 쌓인 갈등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뒤 나는 좀더 강인해지고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아버지는 나의 변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이 확 바뀌었다. 성공한 대학교수이자 심리치료학자인 아버지는 과거에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일에 박차를 가했다. 마치 자기 슬픔의 깊이만큼이나 새로운 일에 매달리는 것 같았다.

그 뒤 내 나이가 30대로 접어들자 아버지를 잃기 시작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들에게 그 일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어떤 이는 몇 년이 지나도록 통곡을 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삶에 공포를 느꼈다. 어떤 이는 난생처음으로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고, 또 어떤 이는 그동안 하던 일을 갑자기 그만두었다. 내가 보기에 그들 모두는 자기 내면의 기어를 바꾼 것 같았다. 48세의 한 선배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깨달았어. 나는 평생을 안락한 집안에서만 살았더군. 큰 산이 내다보이는 그림 같은 창문이 있는 집에서 말이야. 그런데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니 그 산이 없어졌더라구."

저마다 달랐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허무감, 공허감, 허탈감이었다.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관에 누워 땅에 묻히거나 한 줌의 재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러나 그 체험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희한한 아이러니를 느꼈다.

-『아버지, 그립습니다』중에서
번호 | 제목 | 날짜
243 들꽃 진료소의 하루 2005년 06월 26일
242 아버지, 그립습니다! 2005년 05월 25일
241 우선 사랑하고 그 다음 가르쳐라 2005년 04월 25일
240 단 하루, 동심 즐기기 2005년 03월 23일
23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2005년 02월 24일
238 함께 사는 세상의 시작, 나눔 2005년 02월 02일
237 용서는 기적을 낳는다 2004년 12월 29일
236 무진에서 돌아와 사랑을 말하다 2004년 11월 29일
235 놀라운 삶의 역설 2004년 11월 02일
234 다시 하늘로 땅으로 2004년 10월 05일
단체회원가입안내
독서퀴즈이벤트
나도작가 신청안내
무료체험
1분독서영상
한국독서능력검정 신청
모바일 북다이제스트 이용안내

인재채용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서비스문의 이용문의:mkmaster@mk.co.kr
회원문의:usrmaster@mk.co.kr
매경닷컴은 회원의 허락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공개, 유출을 하지 않으며 회원정보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