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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인 밀턴은 “어린 시절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썼다. 어른다움과 리더십에 대한 아이의 첫인상은 그의 삶 안에 걸어다니는 사람 혹은 삶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역할모델로서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그들이 누구인가, 그들이 어떻게 사는가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듣고 있으며, 또한 보고 있다. 우리 삶의 패턴을 관찰하고, 작은 불일치와 불신, 차별을 모두 알아차린다. 아이들은 우리가 그들의 어머니를 어떻게 대하는지, 우리가 서로 어떻게 대하는지 정확하게 꿰뚫어 본다.

낸시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딸 패티 데이비스는 출중한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수년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분투했다.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선거전 연설과 대통령 정견 발표에서 그토록 가족의 소중함을 부르짖던 사람이 패티를 비롯한 자식들과는 소원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명백한 위선의 근거로 들이대며 조롱했다. 하지만 삶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진실을 드러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딸의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레이건이 아버지로서 미친 영향은 울림이 있었다.

아버지가 오랜 기간 실천해 온 끈기 있고 현명한 리더십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에는 패티의 지혜와 덕성이 한껏 드러난다. “나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헌사에서 패티는 이렇게 말문을 연다. “아버지의 발자국은 그분이 남긴 정치적 유산의 무게 때문에 다른 부모님의 발자국보다 더 크고 깊어서 역사의 복도에서 지울 수 없는 자국이 되었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내 눈으로 과거를 돌아보면 거기에는 또 다른 발자국이 보입니다.”

그 발자국에는 퇴임 이후의 시기까지 포함된다. 거기에는 아버지가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파스타를 만들어 대접한 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접시에서 살짝 토마토를 골라내려고 애쓰는 레이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버지는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열심히 이야기하는 척하면서 골라내셨습니다. 아버지는 늘 예의 바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다정함이 오래도록 가슴속에 머무르곤 했습니다.”

패티는 삶에서 “그 발자국들을 잃어버렸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로 헌사를 마무리했다. “나는 나 자신을 그 자리에서 뽑아내기 위해 힘겨운 피투성이 싸움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해변에서도 오솔길에서도 아버지의 발자국을 찾습니다. 그 발자국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패티가 충실한 아버지에게 바친 헌사의 말처럼 성경에는 아버지가 어린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말씀이 가득하다. “젊어서 낳은 자식은 용사의 손에 쥐어 있는 화살과도 같으니 그런 화살이 화살통에 가득한 용사에게는 복이 있다. 그들은 성문에서 원수들과 담판할 때에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할 것이다.”(시편 127편 4-5절)

화살통이 화살로 가득한 아버지의 그림은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애쓰고 기도하는 아버지들에게 많은 지혜를 제공한다. 솜씨 좋은 궁수는 화살에 대해 많은 진실을 알고 있다. 첫째, 화살이 용사의 수중에서 소중한 도구라는 사실을 안다. 둘째, 화살은 한꺼번에 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개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아이들은 독특한 개성과 강점과 약점을 지닌 유일한 개체로서 특별한 보살핌과 대우가 필요하다. 셋째, 화살은 날카롭게 벼려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궁수가 전투를 위해 화살을 숫돌에 갈듯이 아버지는 아이들을 부지런히 가르쳐 날카로움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화살은 겨눈 방향으로만 날아가는 성질이 있음을 안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삶에서 나아가게 될 방향을 결정한다. 그들은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목소리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좋은 궁수는 어느 시점이 되면 화살통의 화살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일정 기간 동안 화살이 화살통에 들어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만 결국 활을 들어 그들을 날려 보내야 할 순간이 온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맡겨진 신성한 물건이고, 우리는 관리인이다. 생명을 주신 분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 그분의 목적을 위해 소중한 화살을 우리에게 선물하셨다.

책임을 등한시하던 방탕한 아버지건, 아이들 옆에 있으면서도 아이들 사이를 미끄러져 나가는 유령 아버지건 아버지라면 이제는 아이들의 리더라는 자신의 직분으로 돌아와야 한다. 목표를 향해 조준하고 그들을 날려 보내야 한다. 신뢰가 깨진 조직의 진정한 개혁은 방탕한 아비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유령이 돌아와 살과 피를 취할 때까지 시작되지 않는다.

- 『신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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