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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못 참겠습니다!
몇 년 전, 선물을 사기 위해 미술 재료상에 들른 적이 있다. 그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주인 혼자 힘겹게 꾸려 가는 가게가 확실했다. 주인은 내가 누구이며 직업이 무엇인지 이것저것을 물었다. 나는 그가 말동무가 없어서 외로우며 말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신출내기 작가라는 것과 출판사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하늘나라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는 것 등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천국이라고 말하는 순간, 노인은 미소를 일그러뜨리며 못마땅하다는 듯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천국… 신이라, 좋지, 암. 그런데 이봐요, 천국은 없소이다. 신도 존재하지 않아요. 신이 있다면 내 한번 만나보리다. 내 그 얼굴에 침을 뱉어줄 거요.”

노인은 자기 인생에서 일어난 몇 가지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내게 들려주었다. 한마디로 질곡의 인생이었다. 그는 조실부모했다. 형제자매도 이른 나이에 암으로 죽었다. 몇 가지 사업에 손대봤으나 죄다 날렸다. 이전 해에는 아내가 세상을 떴다. 그는 말 그대로 홀로 남겨졌다. 아들이 있기는 했으나 아버지에게는 전화 한 통 없었다. 골칫거리이자 인생에 짐만 안겨준 자식이었다. 25년 전 세상을 뜬 딸의 일은 가장 최악의 사건으로 남아 있다. 당시 딸아이는 여덟 살이었다. 아이는 어느 날, 집 앞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푹 쓰러졌는데 병원으로 가던 중 구급차 안에서 눈을 감았다. 의사들은 심부정맥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으나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딸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희미한 믿음마저 다시는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

노인이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나는 무엇인가 해줄 말을 생각해 보았으나,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상심이 크셨겠습니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말이란 것이 무익하게 느껴졌다.

“왜 사람들은 고통을 당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짧고 근사하게 답한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불가능하다. 고난은 마치 벌어져 피가 흐르고 점점 더 커지는 상처와 같다. 이런 큰 부상을 입었을 때, 왜 조직이 상했는지, 왜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는지 미주알고주알 말만 늘어놓고 있다면 어떨까? 이런 때는 유능한 의사가 지혈하고 상처에 붕대를 감아서 낫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한밤중에 차를 몰고 가다가 거친 폭풍우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늘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든데, 이런 상황에서 먹구름이 어디서 왔는지, 번개가 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악천후에 걸려들게 되었는지를 생각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때 해야 할 일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침착하게 운전대를 잡고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 점을 잘 알고 계신다. 우리가 고통을 당할 때 그분은 고통의 이유를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그분은 훨씬 더 나중을 위해 그것을 남겨두신다. 대신에 그분이 늘 하시는 일은 벌어진 상처의 참기 힘든 아픔을 견뎌내도록 우리를 도와주신다. 그분은 우리가 폭우를 뚫고 나가도록 길을 열어주신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하나님은 “이 고난을 통과하게 해주십시오”라는 기도에 언제나 응답해주신다.

석가는 인생을 고해라 했다. 치통에서 신장결석, 편두통에서 우울증까지, 직장에서 맛보는 좌절, 집에서 느끼는 불안감, 젊은 사람의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죽음, 엄마를 잃고 비통해하는 아이들과 자식을 잃고 애통해하는 부모의 찢어지는 아픔까지가 다 그렇다. 그뿐이랴. 세상에는 온갖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다. 괴질이 돌고, 허리케인으로 인해 도시가 황폐화되며, 살인자들과 강간범들이 지역사회를 경악에 떨게 한다. 수많은 아이들이 나치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죽어간다.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잔인무도하게 처형한 일은 또 어떤가. 그러나 우리가 견뎌야 할 고난이 어떤 것이든, 하나님은 고난 그 자체가 아니라, 고난이 발목을 잡고 끌어들일 수 있는 아마득한 절망에서, 희망의 불씨가 모두 꺼진 깜깜한 암흑으로부터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을 주시는 것이다.

한번쯤은 <모래 위에 새긴 발자국>이라는 시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시가 전하는 단순한 메시지를 기억하는가? 하나님과 함께 해변에 서 있는 꿈을 꾼다. 그가 살아온 생애의 모든 장면이 하늘 위로 펼쳐져 지나간다. 화면이 지나갈 때마다 해변에 나 있는 두 사람의 발자국을 본다. 하나는 그의 발자국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발자국이다. 그는 자기 삶 전체를 살펴보던 가운데 곤혹스러운 장면을 보게 된다. 가장 슬프고 가장 아픈 삶의 순간에는 한 사람의 발자국만 있는 것이다. 결국 그가 하나님께 여쭌다. “주님, 이해가 안 갑니다. 주님은 사람들이 고난 받을 때 도와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제가 주님을 가장 많이 찾은 순간들마다, 주님은 저를 잊으시고 제가 혼자 걸어가도록 하셨습니다. 왜입니까?” 이때 주님은 사랑스런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씀하신다. “얘야, 그 끔찍한 비탄의 시간에 오직 하나의 발자국만 나 있는 것은, 그때 내가 너를 안고 갔기 때문이란다.”

이 시가 사람들에게 섬광 같은 깨달음을 준 데에는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그 안에 든 진리를 보기 때문이다. 고통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올 때, 슬픔에 파묻히고 압도당해버릴 것 같을 때, 바로 이런 때에도 아무튼 그 순간을 뚫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때, 우리 자신의 힘이 아니라 다른 힘에 의해 업혀온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 『즉답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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