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내 남편이 월등하게 잘나야 했고
자식도 최고여야 했으며
스스로 어디에 내놓아도 외모가 빠지지 않고
자랑할 수 있는 옷들이 가득 차야만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한 부분도 남보다 못한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 만들었고
자식들을 공부벌레로 만들었으며
스스로를 허영의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헛된 수고였음을 깨닫는 요즘
평범한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 앞에 머리를 숙입니다.
매사에 성실하고 건강하며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
일등은 못했어도 별 문제없이
길 찾기를 잘해 나가는 자녀
뛰어나게 아름답지 못해도
충만한 기쁨으로 무장된 몸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뼛속 깊이 깨닫습니다.

우리 존재의 울타리이신 주님.
내 자존감에 우쭐할 때는
이웃이 건네는 나물 한 접시의 소중함을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달은 요즘
거꾸로 나물 한 접시 정성껏 만들어
나눠 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우쭐한 자가 되려다 외롭고 고달팠으나
주님을 뒤따르는 자 되고 나니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평범함 속의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해 주신 주님.
감사와 찬미를 주님께 돌립니다.


극동방송 <김혜자와 차 한 잔을>에서 낭독되었던 기도 모음집
- 『이대로 감사합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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