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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아드
‘길리아드’는 구약성서에 언급되고 있는 지명으로,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있는 발삼나무가 서식하는 지역 ‘길르앗’이다.

처녀장편 『하우스키핑』 출간 후 24년의 침묵을 깨고 나온 『길리아드』는 마릴린 로빈스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고요하고 평범한 인간사의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에 대해 일깨워 주는 감동적이고도 아름다운 이 소설에서, 주인공 존 에임스 목사는 일찍이 아내와 갓난아이의 죽음을 목도하고 이후로 오랜 세월을 홀로 살아온 쓸쓸하고 고독한 사람이다. 그는 67세 때 운명처럼 찾아온 젊은 여성의 청혼을 받아들여 기적처럼 아들을 낳지만, 협심증으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죽은 후 홀로 남겨질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생각하며, 아이가 자라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편지글로 써내려간다. 그가 나직이 들려주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한평생을 살았던 삶의 모습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생하게 우리 가슴에 와 닿는다. 아들을 향한 애정 어린 말과 아내를 만났던 때를 회상하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서간체 소설의 첫머리를 여기에 옮겨본다.

어젯밤에 내가 떠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넌 “어디요?”라고 물었지. 내가 “하나님과 함께 있으러”라고 말하니까, 넌 왜냐고 묻더구나. 내가 “늙었으니까”라고 했더니, 넌 아버지가 늙은 것 같지 않다고 했지. 그러더니 내 손을 잡고, 아버지는 아주 많이 늙은 건 아니라고 다시 확인하듯 말했어. 난 네가 아주 멋진 인생을 살 거라고, 훌륭한 인생을 사는 길은 많다고 말했지. 너는 엄마한테 들어 알고 있다고 대답하더니, 내가 널 비웃는다고 생각했던지 “웃지 마세요!”라고 했지. 손을 뻗어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네 엄마 외에 다른 사람한테서는 보지 못한 예의 그 표정을 지었어. 대단한 자존심과 열정과 고집이 어린 표정이었지. 그 표정을 보면서 내 눈썹이 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란다. 그런 표정이 그리울 거야.

내 심장이 약해지고 있다는구나. 너와 네 어머니에게 남겨 줄 게 별로 없어 마음이 아프다. 난 돈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었단다. 더구나 아내와 자식에게 재산을 남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구나. 그런 걸 알았더라면 더 좋은 아버지가 되었으련만. 너와 네 어머니가 고생하는데도 난 기도 이외에 아무런 도움도 못 주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이곳 오하이오주 길리아드에서 내 아버지는 목사였고, 할아버지도 또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대대로 목사였어. 나처럼 그분들에게도 성직은 제2의 천성 같은 것이었지. 내 아버지는 항상 메모를 보며 설교했고, 나는 설교 원고를 한 마디 한 마디까지 적었지. 다락에는 평생 쓴 원고들이 들어 있는 상자가 여러 개 있단다. 네 어머니는 그것들을 사랑스러워하지.

소일거리를 만드느라 집필 작업을 계속했던 것 같아. 누군가 집에 왔다가 내가 집필중이면,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그냥 갔지. 왜 혼자 있는 것이 고독에 위안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의 내게는 늘 그게 위로가 되었단다. 물론 글쓰기에는 그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내게 글쓰기는 언제나 기도처럼 느껴졌어. 누군가와 같이 있는 느낌 있잖니. 지금 난 이 글을 쓰며 너와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낀다. 네가 지금은 어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이런 편지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이런 느낌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만, 나는 네가 이 글을 읽을 때까지 겪을 슬픔이 애처롭고, 또 네가 좋은 일들을 만끽할 것을 기대하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널 위해 기도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이지.

지금 돌이켜보면 길고 힘겨운 기도처럼 보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어두운 세월이 고맙다. 그 세월이 있어 네 어머니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게다.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설교하는데 네 어머니가 들어왔지. 비가 퍼붓고 있었으니 비를 피해서 들어왔을 거야. 어찌나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던지. 내가 그녀에게 설교한다는 게 당황스러웠지. 내 말의 빈곤함이 느껴지더구나. 난 오랜 세월, 죽은 내 딸이 저 문으로 들어온다면 어떨까, 그 아이가 듣는 가운데 설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단다. 그 아이가 내 모든 것, 곧 내 소망과 내 생각을 아는 곳에서 돌아오는 상상을 했거든. 모든 진실과 내가 모르는 것까지 훤히 아는 그런 곳에서 말이지. 난 그것을 이념과 논쟁에 너무 매달리지 않는 수법으로 이용했지.

어쩌면 언제든 그 아이가 예배당 문으로 들어올 것처럼 설교문을 썼기에, 네 어머니가 들어왔을 때도 준비가 되어 있었지. 네 어머니의 진지함은 분노와도 비슷한 데가 있었단다. 마치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상할 수 없는 먼 곳에서 당신의 설교를 들어주러 왔어요. 그러니 의미가 담긴 것을 말하도록 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 설교가 혀에서 재처럼 느껴지더구나. 내가 가끔 떠올리는 의문이 있지. 의미 있는 말을 했다는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리 생각하고 읽고 기도해도 그 신비에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아서 품는 의문이란다.

6개월 후 나는 그녀에게 세례를 주었지.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어. 사랑스러운 여인. 난 잊지 못할 게다. 축복에는 진실이 있고, 세례를 준다는 게 그런 것이지. 그것이 신성함을 이끌어내진 않지만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고, 거기에는 능력이 있지. 말하자면 내 안에 그것이 지나가는 느낌을 맛본단다. 피조물을 진정으로 아는 느낌이랄까. 그 사람의 신비로운 생명력과 나의 신비로운 생명력을 동시에 진정으로 느끼는 것 말이야. 너에게 목사가 되라고 채근하고 싶지는 않다만, 내가 말해 주지 않으면 네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목사직의 장점이 있단다. 축복해 주기 위해서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그저 그런 입장인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좋을 거란 뜻이지. 마을 사람들이 네게 기대하는 일이기도 하고.

내 보기엔 이곳 길리아드처럼 꾸밈없는 모습이 기독교다운 것 같아. 나는 이 고장을 사랑한단다. 너는 조만간 이곳을 떠나겠지. 아니 이 글을 읽을 때쯤은 이미 떠났거나, 떠날 의도라 해도 괜찮다. 네가 용감한 곳에서 용감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도하마. 네가 쓸모 있는 삶을 살 길을 찾도록 기도하련다. 기도하고, 그런 다음에는 잠들어야지.

- 『길리아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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