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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했던 ‘그때’를 떠올려라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끝날 수는 있지만 끝난다고 해서 그것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완성으로 가고자 했지만 안타깝게도 불발로 끝난 미완성일 경우가 많다. 우리는 완성된 관계 속에서 화목함과 평온함을 느낀다.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가 없을 만큼 완전함을 느끼는 것은 못한 일도, 못 다한 말도 없어서 아무 미련이 없을 때일 것이다. 죽기 전에 마지막 말을 하는 일은 삶의 완전함을 느끼게 하고,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도록 도와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삶의 원동력이 되는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이스라엘인 폴란스키 부부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호스피스 일을 하는 린에게서 60대 중반에 쓰라린 고통을 당한 그 부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자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금이 간 부부관계 때문에 괴로워할 때 서로의 마음을 말로 주고받는 일이 강력한 치유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입증해준 부부였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부인은 자궁암 말기여서 심한 통증으로 상담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로 폴란스키 씨와 상담을 했다. 린이 마지막 말을 나누는 것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아내가 죽기 전에 용서와 감사, 사랑과 작별의 말을 전하도록 권했을 때, 폴란스키 씨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래요, 나를 용서하라는 말은 할 수 있어요. 아내가 죽어가고 있는 마당이니, 용서하겠다는 말인들 못할 게 없겠죠. 고맙다는 말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러나 이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절대 못합니다.”

린이 자세한 내막을 듣고 싶다고 청하자 어렵게 운을 뗀 폴란스키 씨는 거실 벽에 걸린 아내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을 시작했다. “이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야말로 아내에게 홀딱 반했어요. 그런데 결혼한 뒤로 끊임없이 나를 배신하고 다른 사내를 만나더군요. 은밀히 만나는 것도 모자라 공공연하게 불륜을 일삼았어요. 한 남자와 관계가 끝나면 또 다른 남자와 만나기를 몇 해 동안 거듭했죠. 오래전 일이고 하니, 이제는 그냥저냥 용서는 되는데 도저히 사랑만은 줄 수 없군요. 아내 때문에 내 사랑이 말라붙었으니까요. 믿음을 끊임없이 저버린 여자에게 어떻게 사랑한단 말을 하겠습니까?”
린이 요즘 잠을 잘 땐 한 침대에서 자느냐고 묻자, 폴란스키 씨는 무척 못마땅한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물론 등 돌리고 잡니다.” 린은 그에게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옆에서 잠자는 아내를 보면서 당신이 예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그 여자를 떠올려보세요. 머릿속에서 아내와 재결합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고, 가능하면 마음으로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아내의 등에 대고 속삭이듯 아주 작은 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 보세요.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아마 어이없게 들리겠지만 한 번쯤 해봄직한 방법이죠.”

폴란스키 씨는 죽었다 다시 깨어나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내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린은 살날이 몇 주밖에 남지 않은 아내의 마음이 말 한마디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해도, 폴란스키 씨에게는 지난 결혼 생활을 완전히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얻을 게 많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깊이 생각해 보겠노라고 대답했다.

얼마 후 폴란스키 부인은 사망했고, 린은 폴란스키 씨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폴란스키 씨가 린의 상담실을 찾아왔다.

“일러주신 대로 했지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어요. 눈을 감고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 본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지요. 그러고는 아내의 등에 대고 사랑한다고 속삭였습니다. 등 돌리고 자는 아내에게 한 말이었지만, 내 곁에서 자고 있는 아내에게서 오래 전 젊은 신부가 보였어요. 조금 지나니까 내가 한때 아내에게 품었던 사랑을 정말로 느끼기 시작했지요. 서른 이후로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잠시 후 나는 아내를 깨워서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결혼 생활 내내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놀라운 말을 하더군요. ‘당신은 정말로 멋진 남자예요. 바위처럼 든든한 내 남편!’이라고요. 아내는 내 뺨을 어루만졌어요.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나를 보면서 ‘당신이 나를 구원해 주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키스를 하면서 깨달았죠. 아내가 속으로는 항상 나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내와의 마지막 몇 주가 우리 결혼 생활 20년 중에서 가장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상처와 슬픔으로 얼룩져 있던 아내와의 결혼 생활을 완전하게 마무리한 것이다. 오래 전에 사그라졌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자기 안에서 잠자고 있던 아내를 향한 사랑을 새로이 깨달은 탓이다. 이들 부부에게 완성은 곧 끊어진 원을 다시 이어 끝매듭을 잘 짓는 것이었다. 불화가 깊어 사이가 멀어진 사람들에게 완성이란 벌어진 틈을 인정하고, 서로가 위기상태임을 깨달아 화해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중에서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 물푸레 / 281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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