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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도와주는 과외 선생님 없나요?
그야말로 젊은 날에는 피 터지게 싸웠습니다. 마치 싸우기 위해 결혼한 것처럼 사흘이 멀다 하고 큰소리가 나곤 했는데, 저는 늘 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남편이 집을 나가면 혼자 넋 나간 듯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결혼할 때 부부싸움에 대해 가르쳐 주는 과외 선생도 없고, 결혼할 때는 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았으니, 싸움이란 아예 생각도 못했는지 모릅니다. 뒤늦게야 결혼 생활에는 밥하는 요령만큼이나 싸움하는 기술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무릎을 치며 깨달은 일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주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싸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둘 다 미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 앞에선 절대 싸우지 말았어야 하는 일인데, 아마도 어머니는 아이들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급박한 심정이 되어,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요, 결혼을 하면 그렇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부부싸움에 있어 늘 패잔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막힌, 아니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던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부부싸움은 보잘것없는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처음엔 간단할 줄 알았던 싸움이 서서히 골이 깊어지면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급기야 뱉어서는 안 될 말까지 튀어나왔습니다. 싸움이라도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해선 안 되었지만, 인간인지라 참지 못하고 막말을 내뱉게 되었지요. 그때 남편이 갑자기 하늘을 찢는 벼락같은 소리를 내지르는 바람에, 저는 입은 옷 그대로 집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일대일 부부만의 이야기로 싸워야 하는데 ‘너 보니까 네 에미 애비가 어떻더라’까지 들먹이게 되면 그 싸움은 끝난 것입니다. 그런 싸움은 회복이 어렵습니다.

저는 입은 옷 그대로 돈 한 푼 없이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머리가 휑하니 벗겨진 채, 점퍼 입은 남자 하나가 제 앞을 걸어가는 것이었어요. 그 뒷모습이 어찌나 남편 같았던지…… 왜 그 모습이 그렇게 불쌍해 보였는지…… 제 꼴 불쌍한 건 모르고 그 인간이 혼자 끙끙 앓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에게 ‘다신 그 얼굴 죽기 전에 보고 싶지 않다’고 큰소리치고 나와서는 자꾸 남편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갈 곳도 없고 돈도 없고, 그 꼴로 누굴 찾아갈 수도 없고 해서 한심한 일이었지만 제 발로 다시 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정말 제 인생이 확 구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어요. 그는 마음으로나마 제가 돌아온 것이 다행이었고, 저는 저대로 모든 게 편해져 버렸습니다. 집 안에 할 일도 많고 뭐, 어쩌겠어요. 그렇게 그냥 살았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물도 자주 베면 맛이 없어집니다. 무조건 ‘내가 지겠다’라고 생각하면 부부싸움은 양념 정도로 끝나는 것입니다. 아니, 부부싸움은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남편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제가 돌아온 것이 어여삐 보이지 않겠습니까. 악을 품고 끝내 돌아가지 않았다면 우리 두 사람 다 불행했을 것이고, 아이들도 꼴사납게 되어 버렸겠지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요즘은 만사가 다 귀찮고 힘도 없어 싸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저 안돼 보인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한국식 ‘부부의 정’ 아니겠습니까.

건강한 부부싸움을 위해서는 원칙을 세운 후, 철저히 지켜 나가는 기본 예의가 필요합니다. 싸움의 시작인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이상은 나가지 않는다든가, 지난 일을 들추어 서로 피흘리는 일은 없기로 하기, 24시간 경과한 싸움은 공소 시효가 지난 것으로 치고 패스해 버리기, 상대의 약점이나 지역적인 문제를 찌르지 말아야 하며, 두 사람 외의 존재들을 들먹이지 말고, 절대로 아이들 앞에선 큰소리 내지 않기, 식사 시간이나 출근 시간에는 서로 참을 것, 물론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은 금물이라는 등등 …… 부부싸움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일 것입니다.

순간의 싸움으로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만드는 것, 그것만은 피해야 합니다. 제 친구는 큰소리가 나고 서로 증오심이 일어날 때쯤이면, 얼른 커피 한 잔을 타서 남편 앞에 놓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누워 버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숨을 고르고 나서 일어나 보니 남편이 식탁 위에 ‘커피 맛있었어’라고 써 놓고 사라졌더라는 이야기입니다. 더 진전시키는 것은 서로의 힘만 빼고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아는 고수들입니다. 좀 어렵겠지만 ‘당신 힘들다는 것 다 알아’라는 식으로 싸움을 마무리하면 어떨까요? 싸움도 이제 애교 있게 합시다.

-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중에서
(신달자 지음 / 문학의문학 / 352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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