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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도시락
(한국기독여성문인회 편집/홍성사/284쪽/7,500원)

25년 전,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은 4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누구 한 사람 의지할 곳 없는 고아가 되었습니다. 슬픈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허세를 부려가며 다녔지만,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갈수록 경제적인 어려움이 심해져 용돈은 물론 도시락을 챙기지 못하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면 학급 친구들보다 먼저 일어나서 슬며시 과학실이나 음악실 같은 빈 교실로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결식아동이 된 것입니다.

내가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동생이 굶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지 못한 하루는 참으로 길었습니다. 더러 수돗물로 배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오후 수업을 마치고 휘청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면 나보다 더 지쳐 보이는 동생이 숙제를 펴놓은 채 기운 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우리는 라면 한 개를 끓여서 허겁지겁 먹고는 쓰러져 잠이 들곤 했습니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갔을 때, 라면마저 떨어지고 돈은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다가 혹시나 하고 부엌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시들어버린 파가 반 단 정도, 그리고 밀가루가 조금 있기에 그것을 버무려서 파전을 부쳤습니다. 동생은 맨 간장에 그것을 찍어 먹으면서도 맛이 있어서 못 견디겠다는 듯 좋아했습니다. 그때 옆집 아주머니가 부엌을 들여다보시며, "무엇을 그리 맛나게 먹노?" 하시다가 우리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셨습니다. 나는 공연히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했고, 아주머니는 한동안 말없이 서 계시다가 가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주머니는 양철 도시락 두 개를 싸 들고 오셨습니다. "동생하고 하나씩 갖고 가거라." 그 날로부터 우리는 아주머니께서 싸주시는 도시락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학교엘 갔습니다. 보리밥에 단무지 무침, 또는 김치 볶음, 콩자반, 두부조림 등 가난한 반찬이었지만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도시락이었습니다. 아침을 못 먹기 일쑤였던 우리에게 그 도시락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도시락을 먹는 옆에서 나도 의젓하게 도시락을 열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했습니다. 동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아침마다 도시락을 들고 찾아오시는 아주머니는 정말 천사 같았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내주신 천사였을 거예요. 아주머니는 "도시락은 씻지 않아도 된다. 내가 우리 설거지하고 같이 할 테니까."하셨지만 나는 도시락을 늘 깨끗하게 씻어서 부뚜막에 두었고 아주머니는 아무 말씀 없이 가져다가 다음날 아침에 어김없이 따끈한 도시락 두개를 가져오셨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도시락 뚜껑 위에 은박지로 싼 백 원짜리 동전 두 닢이 얹혀 있었습니다. 아주머니 살림도 넉넉지 못하다는 것을 눈치로 알고 있던 나는 눈물이 났습니다.

그 후 우리는 실업계학교로 진학하면서 그 동네를 떠났습니다. 아주머니와 헤어지면서 나는 눈물만 흘렸을 뿐, 그동안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에 대하여 드릴 말씀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 주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혹시 같은 반 친구 중에 도시락을 못 싸오는 친구가 없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런 친구를 위해서 도시락 두 개를 장만해서 보냅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친구들이 눈치를 채지 않게 하라고 당부를 해서 보냅니다. 큰아들은 심지가 깊어서 잘하고 있는 듯합니다. 도시락과 함께 은박지에 200원씩을 싸서 넣어주던 그 분은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실까. 그 사랑의 도시락이 이렇게 나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까... 날로 각박해지는 세상, 지금 그 분이 계신 곳에는 또 하나의 천국이 이루어지고 있으리라.

* 김지숙 님의 글

- 『주부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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