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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주신 최고의 선물

오래 전 일이었다. 어두컴컴한 겨울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 잡지나 보면서 집을 독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쾌재를 불렀다. 아빠는 나가시고 여동생도 집에 없고 엄마가 새로 나가신 직장에서 퇴근해서 오시려면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나는 현관 계단을 뛰어 올라가 거실로 들어가서 불을 켰다.

그러나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광경에 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가 공처럼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두 손에 파묻고 소파의 한쪽 구석에 앉아 울고 계셨다. 엄마가 우시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엄마의 어깨를 만졌다. "엄마, 무슨 일 있었어요?"

한숨을 쉬시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신 엄마가 대답하셨다. "아무 일도 아니야. 정말이다. 타자를 빨리 칠 수 없어서 아무래도 새로 구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구나."

"새 직장에 나가신 지 겨우 사흘 됐잖아요? 차츰 나아지실 거예요."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힘들어할 때나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느라 애쓸 때마다 엄마가 내게 수백 번도 더 하신 말을 이번에는 내가 엄마에게 해 드렸다.

돌아보면 내게 반성할 점이 많이 있었다. 열여섯 살의 내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부모님께 나의 필요만 요구했지, 한 번도 부모님에게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사실 나는 내 자신에게 신경 쓰는 데 바빠서 부모님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 엄마는 결코 불가능이란 없는 철의 여인이었다. 엄마는 절대로 연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분이었다.

얼마 전 어느 날 엄마는 낡은 중고 타자기 한대를 집으로 가져오셨다. 자판 몇 개는 빠져 있는 낡은 타자기였다. 그 날부터 엄마는 설거지를 마치기가 무섭게 타자 연습을 하셨다. 어떤 날은 자정 늦게까지 엄마의 타자치는 소리가 탁 탁 탁 하고 들렸다. 그러다 드디어 사흘 전 방송국에 좋은 일자리가 하나 생긴 것이다. 엄마가 흥분해서 일을 하시게 됐다고 말씀하실 때도 내겐 별다른 놀람이나 감동이 없었다.

월요일, 새 직장에서 첫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에게서 전날의 그 기쁨은 사라지고 없었다. 엄마는 피곤하고 지쳐 보였다. 나는 모른 척하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빠가 저녁 준비와 설거지까지 하셨고 그동안 엄마는 타자 연습을 계속 하셨다. "타자가 너무 느려서 조금 고생하고 계신 것 같구나. 연습이 많이 필요하시니까 우리 모두 조금씩 도와 드리자." 아빠가 말했다. "저도 돕고 있잖아요." 나는 즉각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며 대꾸했다. "알고 있단다. 하지만 좀더 많이 도와 드리면 좋겠구나. 엄마가 일하시는 이유는 너희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해라."

솔직히 말해 나는 아빠 말씀에 좀 짜증이 나서 친구를 불러내 놀러 나갔다. 늦게 집으로 돌아왔을 땐 온 집안이 깜깜했다. 엄마가 계신 방에서만 불빛이 새어 나왔다. 엄마의 타자치는 속도는 더 느려진 것 같았다. 나는 엄마가 새 직장이며 타자 연습이며 전부 다 그만 집어 치웠으면 하고 바랬다.

엄마가 웅크리고 우시는 모습을 본 그 날의 충격과 당황스러움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그간 난 엄마의 가슴앓이와 부담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가만히 엄마 옆에 다가가 앉았다. 엄마의 아픔을 조금씩 느껴보려 했다. 그러자 마음이 열림과 동시에 팔을 뻗어 엄마를 포옹할 수 있었다. 그간 참았던 설움이 무너져 내리시는지 엄마는 얼굴을 내 어깨에 파묻고는 한동안 흐느끼셨다. 나는 엄마를 꼭 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전에 내가 엄마의 품에 안겨 울 때마다 엄마가 느꼈을 아픔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아들아, 나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이전보다 두 배는 더 힘들어하는 것 같구나."

엄마는 상사에게 사과한 뒤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은 채 회사를 그만 두셨고 옷 판매하는 일을 하기로 하셨다. 하지만 저녁 시간 엄마의 낡은 타자기 소리는 계속되었다. 늦은 시간 엄마 방 앞을 지나면서 그 소리를 들을 때면 난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한 여성이 타자 치는 법을 배우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이후로 엄마와 나는 그 수요일 오후의 일에 대해 한 번도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첫 번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나, 절망에 빠져 진정으로 원하던 것을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옷을 팔면서도 타자를 배우던 엄마를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의 연약함 속에서 엄마의 강함을 이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 자신도 엄마처럼 강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내가 힘겹게 대학을 마치고 신문사 기자로 일하게 되었을 때 엄마는 이미 신문사 기자가 되신 지 6개월째로 접어드셨다.

얼마 전 엄마는 예순두 번째 생신을 맞으셨다. 나는 부모님을 초대해서 저녁 식사를 했다. 나는 갑자기 그 옛날 엄마가 치시던 낡은 고물 타자기가 생각나 엄마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때 그 고물 타자기는 어떻게 됐어요?" 그러자 엄마가 눈을 찡끗하며 대답했다. "아직 가지고 있지. 그건 엄마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날의 기념품이거든. 자기도 사람이라는 것을 주위 사람이 알게 되면 모든 일이 훨씬 수월해진단다."

"나중에 그 타자기 저한테 물려주세요."
"그러마... 단, 조건이 하나 있어."
"그게 뭔데요?"
"누군가를 꼭 안아 주고 싶을 때 절대 미루지 말 것. 그 기회를 영원히 놓쳐버릴지도 모르니까."

엄마와 포옹하는 순간 나는 지난 세월 동안 엄마가 내게 주셨던 수많은 기쁨의 순간으로 인해 감사했다. "생신 축하드려요!"

이제 그 낡은 초록색 타자기는 고장 난 채로 내 사무실에 있다. 내가 써야 할 기사와 씨름하다가 포기하고 싶을 때 또는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인생이 힘들게 느껴질 때 나는 그 타자기에 종이를 한 장 끼우고 엄마가 그랬듯이 한 자 한 자 타자를 쳐본다. 그러면 엄마의 실패가 아니라 엄마의 용기, 실패를 딛고 앞으로 전진했던 그 용기가 떠오른다. 그 타자기야말로 내게 있어서 최고의 보물이다.


- 제랄드 무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25가지 이야기>(잭 캔필드, 빅터 한센 편저, 비전과 리더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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