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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유아기 어머니의 모태 사랑으로부터 아버지의 남근 사랑의 필요에 눈뜨는 시기로 접어들면 남자 아이가 추구하는 것이 있다. 제대로만 받는다면 그것은 아이의 영혼 깊숙이 내려가 아이에게 세상에서 남자로 기능하며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준다. 아이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며, 그것은 바로 아버지와 남자들만이 줄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남자간의 친밀함의 추구는 아들보다는 아버지 쪽에서 힘쓰던 것이었는데, 요즘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아들 쪽에서 아버지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아들은 자기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한다. 무엇보다도 아들은, 아버지한테 남자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알기 원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기를 아버지의 친구들 같은 ‘남자들’에게 소개해 주기 원한다. 이들은 명쾌한 최종 선언을 내려 줄 것이다. 너도 우리 중 하나다, 너도 남자다.

내 경우 기억에 남는 경험은 열두 살 때 찾아왔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이 콜로라도 동부 평원으로 한겨울 산토끼 사냥 여행을 계획했는데, 아버지는 그 여행에 나를 데리고 가셨다. 아버지가 소총을 내 손에 쥐어 주며 사용법을 설명해 주시던 일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는 나를 기꺼이 남자들 무리에 끼도록 해주셨고, 나는 그들과 똑같이 내 총을 들고 단독으로 사냥에 나섰다. 그 날처럼 간절히 해가 지지 않기를 바라던 날은 내 인생에 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날 처음으로 내가 남자임을 느꼈던 것이다.

아버지로서 남근 사랑을 찾아 나선 아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해 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아들을 넓은 세상 제가 있을 자리로 내보내는 일이다. 그러나 이 내보냄의 과정은 격한 감정이 따르는 힘겨운 작업이 될 때가 많다. 물론 한순간에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좀 더 시간이 걸리는 부자 관계도 있다.

나의 경우 이 내보냄의 드라마는 내 아들 마크가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매사추세츠에서 일리노이까지 차로 데려다 주던 그 날 찾아왔다. 마크에게는 중대한 순간이었다. 옛말대로 부모가 18년을 거둬 주었으니 이제 정식으로 제 밥값을 할 때가 온 것이다. 마크는 빨리 떠나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순간이 참으로 맞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꼭 아들을 잃는 것만 같아 못내 기분이 떨떠름했다.

그보다 몇 년 전 마크를 어느 좋은 고등학교로 멀리 보내라는 권유를 받은 일이 있었다. 당시 마크의 어머니와 나는 그 권유를 사양했다. 그 때 내 말은 이랬다. “우리는 지금 헤어지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사이입니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가 오기 전에는 마크와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마크가 십대를 보내는 동안 우리는 줄곧 너무나 좋은 관계를 누려 왔기 때문에, 일리노이 행 여행이 왜 초장부터 난데없이 잡음을 내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마크와 나는 차에 짐을 넣는 방식이며 출발 시기 등에 대해 입씨름을 벌였다. 여행이 시작되자 나는 마크의 운전 습관에 짜증이 났다. 나는 매번 회전이 너무 급해 차 지붕 위의 트렁크가 떨어지겠다고 말했다. 둘 사이의 어떤 화제도 불화가 없이는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사사건건 마크를 붙들고 늘어졌다. 한마디로, 그 끝없는 여행 동안 마크는 도무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크는 나를 떠나고 있었고, 나는 어딘지 모를 속 깊은 곳에서 화가 나 있었다.

이것은 아들을 그토록 사랑하는 아버지, 운동 시합 때마다 사이드라인 옆에 서서 동작 하나하나마다 환호를 아끼지 않던 아버지, 운전을 가르쳐 주던 아버지, 참으로 소중한 영혼의 깊은 대화로 끝없는 시간을 함께 보낸 아버지, 그 아버지가 늘 느끼던 감정이 아니었다. 이 끝도 없는 트집이 과연 집에 돌아가 아들의 빈 방을 지날 때마다 눈물 참으려 애써야 하는 바로 그 아버지로부터 나오는 것이란 말인가?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가? 어디가 달라진 것인가? 아들은 나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다른 영향력들과 선택들이 있는 넓은 세상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것은 아들에게는 시작이었으나 나에게는 끝이었다. 나에게는 이 변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어렵기만 했다. 입술로는 그 순간을 축하할지 모르나 마음은 사뭇 찢어질 수 있는 것이 아버지였다. 내면의 어지러운 고뇌 속에서 나는 내 기분을 마크에게 쏟아 붓고 있었다. 그렇게 트집을 잡으며 어쩌면 나는 아들에게 나 없이는 살 수 없음을 그렇게라도 입증해 보이려 했는지 모른다. 요리조리 똑똑하게 내 말에 반항한 마크도 어쩌면 이제 나도 능력이 있으니 내 방식대로 살 거라 말하려 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마크는 자기 방식대로 하려 했다.

우리는 그 끔찍한 시간을 빨리 극복했다. 곧 이어 관계의 적응이 찾아왔다. 지금 마크는 단지 내 아들만이 아니다. 마크는 내 친구다. 나도 단지 그의 아버지만이 아니다. 나도 그의 친구다. 그 때의 그 지독했던 여행은 어느 날 자기 아들 라이언을 넓은 세상으로 내보낼 때가 되면 마크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내가 겪었던 그 고통을 그도 겪을 테니까.

이렇게 묘한 부자 관계를 두고 시인들은 ‘신비’라 말할지 모른다. 나 역시 신비라 믿는다. 그것은 누구도 깨닫거나 밝혀낼 수 없는 내면의 저 깊은 차원에서 밀려오고 밀려가는 애정의 파도와도 같은 것이다. 이런 신비의 애착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이토록 애타게 그것을 갈망하지 않을 것이다. 있지도 않은 것에 어떻게 이런 감정 반응이 나오겠는가. ‘그런 것은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하는 남자야말로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남자일 것이다.


-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고든 맥도날드,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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