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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가 제일 좋아
(정지영 지음/정민미디어/280쪽/8,000원)

대학 2학년 때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를 해오던 친구를 따라 지금까지 제가 찾고 있는 이곳에 처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정신지체 장애인을 한 번도 대해 본 적이 없는 저는 이곳까지 오면서 내내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불쌍한 사람들이니 무조건 잘 해주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를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그 녀석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중학생 정도 되겠지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 나이 또래였죠. 그곳의 ‘낯선 사람’들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이 모두들 어리게만 보였습니다. 그들은 참 대책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사고 능력이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누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한 시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죠. 저는 ‘이곳에서 그리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착한 일 하는 셈치고 무조건 잘 해주자’ 하는 마음으로 그 녀석을 대했습니다.

녀석에겐 말버릇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 제일 좋아”라는 말이었죠. 처음 제가 그 말을 들은 것은 농구시합을 할 때였습니다. 어찌나 신나게 농구를 하던지! 그런데 시합을 하는 내내 연방 히죽거리며 중얼거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농구가 제일 좋아.” 저는 녀석이 농구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죠.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할 무렵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조를 짜서 돌아가며 설거지 당번을 했죠. 그때 제 옆에 바싹 붙어서 설거지를 하던 녀석이 제게 말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설거지가 제일 좋아.” 그때 저는 생각했죠. ‘저건 그냥 녀석의 말버릇이었구나’라고요.

녀석의 버릇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맑을 때는 “나는 세상에서 파란 하늘이 제일 좋아”라고 말했고, 날씨가 흐리면 “나는 세상에서 흐린 날이 제일 좋아”라고 했어요. 녀석은 뭔가 변화가 느껴질 때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상이 달라졌지요.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세상에서 …가 제일 좋아”라고 말할 때 녀석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죠. 그건 그냥 말버릇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녀석의 표정과 눈빛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죠.

그렇게 며칠에 걸친 저의 첫 봉사활동이 끝났습니다. 저는 뭔가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과 낯선 모습으로 살아가는 장애인들로부터 벗어나 정상인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해방감에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그때부터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똑같이 정상적인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걸 볼 때마다 ‘녀석’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실연을 당해서, 취직시험에 떨어져서, 또는 입사해서도 고민하고 낙담하는 친구들을 볼 때 ‘녀석’의 말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걸 보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너무 많던 녀석의 모습이 떠오르다가, 조금 지나고 나니 제 자신과 녀석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는 스스로를 자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뭐지?’ ‘지금까지 그런 게 있기나 했나? 앞으로는 생길까?’ ‘혹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생겼어도 녀석만큼 정말 행복해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그 답을 찾아보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삶이 참 허술하고 가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그에 비해 ‘녀석’은 정말 가진 것이 많았습니다. 순간순간 만나는 많은 것들이 그에게는 모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때 이후 저는 정상인이 장애인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그곳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장애인들을 대하지만 저는 결코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섣부른 연민과 희생정신으로 그들을 대하지 않고 그들을 우리와 약간 다른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다름’은 우리에게 많은 말을 건네기 시작할 것입니다. 저는 그들의 그러한 말을 듣기 위해 오랫동안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삶이란 불충분한 전제로부터 충분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기술이다.” - 새뮤얼 버틀러


* 따뜻한 행복 노트!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5분 안에 50번 이상 외칠 수 있는 사람이다."

- 『특별한 삶을 위한 행복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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