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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켑 이야기
(래리 크랩 지음/요단출판사/366쪽/10,000원)

강연을 마치고 강단을 내려왔다. 목요일 밤이었다. 일주일간 예정된 세미나는 이제 하루만 더하면 끝나게 되어 있었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뿌듯했던 기분을 지금도 기억한다. 내 강연은 성공적이었고 청중은 열심히 집중해서 들었다.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호텔 식당으로 향하려는데 동료 댄이 다가와 느닷없이 말했다. "오늘은 식당에 가지 마세." "아니, 왜? 나 지금 배고픈데, 뭘 좀 먹자구." "방에 가서 이유를 설명해 줌세." 비로소 나는 뭔가 일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앉게." 한참 말이 없던 댄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더니 한껏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가 강연하는 동안 부인한테서 전화가 왔었네. 켑이 퇴학을 맞았다는군. 부인은 지금 자네 전화를 기다릴 걸세."

딱 그 세 문장으로 나는 심장에 칼이 후비고 들어온 듯한 기분이 되었다. 켑은 테일러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스무 살 난 내 큰아들이다. 열일곱 살 난 둘째 아들 켄도 같은 대학 1학년이었다. 켑이 태어났을 때 나는 아버지로서 나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맹세했다. 이년 반 뒤에 켄이 생겼을 때도 그랬다. 어느 아버지라도 나처럼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고, 토요일은 아이들하고 수영하고 노는 데 썼으며, 매일 오후는 아이들 농구 시합이며 태권도 훈련에 동행했다. 생일이 되면 아들이 원하는 식당에 데려가 따로 부자지간만의 생일 파티를 가졌고 거기서 열두 가지 질문을 던져서 아들이 대답하면 그걸 녹음했다가 다음해 생일 때 틀면서 그 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토론했다. 열세 살이 되면 사춘기 돌입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특별 여행을 가서 새와 꿀벌을 관찰했고, 스물한 살이 되면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옛날에 갔던 곳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훈육은 일관성이 있었고, 볼기라도 때릴라 치면 그 다음에는 꼭 안아주었다. 그 녀석이 무슨 얘기든 하고 싶어하면 정성껏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관점을 신중히 고려한 다음 가급적 공평하게 결정을 내리되 모호하지 않게끔 했다. 좌우간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것이라도 있는 걸까? 그렇다고 즐거운 시간을 생략한 것도 아니었다. 한번은 켄이 원해서 가판대를 만들어 핫도그와 레모네이드를 50센트에 팔게 했다. 그래서 그 녀석이 번 돈은 21불이었다. 하지만 내가 쓴 돈은 37불이었다. 결국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했는데도 아무 것도 그 아이에게 가 닿지 않은 셈이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이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데도 무력하게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도대체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 이 이상 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켑이 처음으로 내게 심한 반항을 했을 때 하늘을 향해 소리치며 기도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한다. "도대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단 말입니다!" 나는 아내에게도 고함을 쳤다. 식품점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데 레이첼이 말했다. "내일 켑이 대학진학 시험 보는 날이에요. 그런데 걔가 지금 농구장 옆 주차장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나는 주먹으로 자동차 계기판을 내리치며 소리 질렀다. "그 놈 얘기 좀 그만 둘 수 없어?" 나중에 아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야단치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고 한다.

켑이 테일러대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학교 근처에 작은 집을 하나 사서 아들이 친구 몇 명과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했다. 레이첼과 나는 함께 가서 그 집 더러운 바닥도 닦아주고, 장식장도 청소해 줬으며, 비록 잡초지만 잘 깎아서 잔디처럼 보이게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중고 소파며 침대, 책상 등을 구해다 주었다.

나에겐 정말이지 꿈이 있었다. 내 아들이 점점 더 성숙해져서 학교 내에서 리더로 인정받고, 마침내 밝은 미래와 예쁜 약혼녀와 더불어 대학을 졸업하는 꿈이다. 어쩌면 애시당초 턱도 없는 꿈을 꾼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꿈은 그리 잘못된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다만 내가 아들을 전적으로 통제하여 내가 예측했던 대로 만들어 가고자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아들이 고교 졸업반이던 어느 날 잔뜩 화가 나서 나에게 "아버지는 내가 대학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으시군요!"하고 반발했던 순간 말이다.

켑이 문제를 일으킨 장소는 바로 내가 마련해 준 그 집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녀석은 퇴학을 당한 것이다. 나는 아내 레이첼에게 전화를 했다. 켑에게도 전화했다. 가장 빨리 잡아탈 수 있는 비행기편이라고 해도 다음날 오후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 어쨌든 내일 아침 강연은 마치리라고 결심했다. 공교롭게도 그 강연의 주제는 부모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지금 어떤 형편에 놓이게 되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일어났던 두 가지 희한한 경험 중 첫 번째 사건은 바로 그 침대에서였다. 문득 "이것은 기회다"라는 말이 내 생각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댄이 내 기분을 물었다. "평온하네. 뭔가 나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네만, 나 또한 그 한 부분이라는 기분이야." 내 대답이었다. 그리고 아주 잘 잤으며, 다음날 아침 예정대로 강연을 했고,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레이첼과 나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단순히 낙담의 눈물만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붙들기 원하시는 어떤 기회가 그 안에 담겨 있음을 우리는 느끼고 있었다. 우선 그 순간 우리가 느낀 친밀감으로 해서 그 동안 우리 부부에게 있었던 정서적 거리감이 상당히 메워졌다.

드디어 켑을 만났을 때 두 번째 희한한 경험을 했다. 분노가 일지 않았다.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성질을 누르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고 말이 어떻게 나가는지 주의할 필요도 없었다. 별로 신통할 것도 없는 평범한 말을 통해 내 안의 가장 깊은 데서 무엇인가가 내 아들에게 부어지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

그 며칠 후 탕자가 집으로 돌아왔다. 전에는 수도 없이 분노로, 또 교묘한 방식으로 혹은 자기 정당화의 수단으로 반성을 아들한테 요구하던 아버지가 이번에는 부드럽게 아버지의 품으로 초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들은 몇 년 동안 자신을 공허하게 만들던 쾌락에서 발을 돌려 더 나은 것, 그저 신경을 멍하게 해서 영혼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 영혼의 중심에 가 닿게 하는 것을 향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원하고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믿어주는 기쁨,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라는 기쁨을 발견한 것이다.

켑의 인생은 변화하였다. 그리고 켄의 인생도 달라졌다. 나 역시 달라졌다. 아내 레이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도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어떤 힘을 가진 실체가 있어 풀려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변화를 더 깊이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힘, 하나님의 마음까지 가 닿게 해주는 힘 말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타인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꿈을 꾸지 않았다. 이제는 그때가 되었다.

-『끊어진 관계 다시 잇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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