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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뱀에 물렸어!
(박철 지음/뜨인돌출판사/256쪽/9,000원)

요즘 자꾸 옛날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만큼 옛이야기에는 아련한 서정과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18년 전 얘기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각 지역마다 데모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나도 그 틈바구니에 끼어 친구들과 함께 같은 정선 지역 내에 있는 사북읍 광부들의 성명서를 대신 써 주고 선평교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친구 몇 명이 비분강개하며 앞으로 전개될 시국의 양상에 대해, 또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밤 10시쯤이었던가, 서재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아내는 한참 뜸을 들이며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여보! 나, 오늘 뱀에 물렸어! 묵은 논에서 돌미나리 뜯다가 손등이 뜨끔해서 보니까 뱀이잖아!"

처음에는 그 소리를 듣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아내는 시골에서 살면서 뱀과 쥐를 제일 무서워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지금 괜찮아?"

"수건으로 손목을 묶고, 동네 사람 오토바이 얻어 타고 읍내 병원에 가서 치료받았어요. 손목이 붓고 손등에 뱀 이빨자국이 남았는데 괜찮은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화도 나고 눈물이 났다. 친구 전도사들도 함께 걱정해 주었다. 서울서 고생 한번 안 해본 여자를 강원도 첩첩산중 두메에 갖다놓은 것도 미안한데, 한 달 5만원 전도사 사례비로는 반찬 살 돈이 없어 땡볕에 나물을 뜯고 있었을 아내를 생각하니 측은지심이 들었다. 교회 예배당에 들어가 아내를 위해 기도를 하는데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던지...... 차편이 없으니 한밤중에 달려갈 수도 없었다. 밤을 꼬박 세웠다.

날이 밝자 첫 버스를 타고 정선으로 가는데 버스가 엄청나게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정선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이십 리 길을 내처 달리기 시작했다. 정선에서 내가 살던 덕송리까지는 버스가 없었다. 숨이 턱턱 막혔지만 아내가 걱정되어 달렸다.

많은 생각이 흑백영화처럼 지나갔다. 결혼 전 아내를 만나게 된 일, 아기를 가져서 좋아했다 몸이 약해 유산했던 일, 남편만 믿고 시골에 내려왔는데 발도 온전히 펼 수 없는 작은 집에서 살며 밤마다 쥐 때문에 소동을 피우는 일, 서울 친정에 다녀오고 싶어도 여비가 없어 가지 못했던 일 등등......

동네가 거의 먼발치에서 보일 만큼 가까워지자 누군가가 동구 밖에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아내가 동구 밖 느티나무 서낭당 앞까지 나와 환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는 다행히 독사에게 물린 것 같지는 않았다. 손목에 뱀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아내의 건강한 모습을 보자 모든 근심이 물러가고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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