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십 앙상블』(하비 세이프터 외 지음/세종서적) 중에서

팀파워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데서 비롯된다. 진정한 팀워크는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의 혁신과 성공에 대해 책임을 지게 만든다. 아울러 다양한 개인들로 구성된 팀에 결정을 내리고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할 경우 직원들의 열의와 기술 수준을 증폭할 수 있다.

1916년에 설립된 샌디에이고 동물원(San Diego Zoo)은 전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샌디에이고 발보아 공원 내의 메사(mesa : 주위가 절벽을 이루는 봉우리가 평평한 산), 구릉 지대, 협곡에 위치한 이 동물원은 쇠창살이 쳐진 콘크리트 우리에 갇힌 채 지루한 나날을 보내야 하는 동물들이 사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던 동물원은 천연 울타리와 동물들을 위한 놀이 공간, 인공 다우림으로 이루어진 환경 친화적인 동물원으로 바꾸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동물원의 연간 예산과 관광지로서의 세계적인 명성은 샌디에이고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어느 사업체나 힘든 시기였지만 198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샌디에이고 동물원도 중요한 조직적 변화를 겪어왔다. 수십 년 동안 이 동물원은 시설 보수, 동물 관리, 원예, 교육과 같이 기능에 따라 조직된 50개의 부서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러한 체계는 겉으로는 무리없이 작용되는 듯했지만, 융통성을 무시한 부서 배치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비능률을 낳았다. 공원 관리인으로 있다가 현재는 인력개발부 책임자로 자리를 옮겨앉은 데이비드 글라인스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가끔 숲에 떨어진 담배 꽁초를 치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원예사의 문제지 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수년 동안 그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들이 동물원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1987년, 원장직을 맡고 있는 더글러스 마이어스가 동물원 경영에 팀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현재 동물원은 책임을 분담하는 공식적인 팀들을 기반으로 조직되어 다양한 부서의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팀을 구성하여 일한다.

보잉과 같은 항공사가 팀별로 비행기 개발 프로젝트를 일임했듯이, 샌디에이고 동물원도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동물원의 각 구역을 관리하게 했다. 시설 보수에서 동식물 관리에 이르기까지 해당 구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각각의 팀이 책임을 지며 팀마다 양육사, 동물관리사, 원예사, 구조 관리자를 비롯해 전문 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대개 12명에서 15명을 넘지 않는 이들 팀은 스스로 예산을 집행할 뿐만 아니라 예산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수평적 팀은 고도의 융통성과 책임 공유를 통해 팀워크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어떤 업무를 언제, 어떻게, 누가 처리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팀원들이다. 팀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나 업무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예를 들어 조류 사육사가 전시실에 있는 식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원 관리인과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마이어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누군가가 어떤 구역 안으로 들어오면 팀원들 모두가 자기네 구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직원들은 할당받은 구역을 최고의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 협력한다. 힘든 일은 팀의 요구에 따라 돌아가며 맡는다. 동물원이 스스로 관리하는 팀을 가동시키자 맨 먼저 관람객들이 변화를 알아차렸다. 즉 팀이 관리하는 구역은 기존의 경영 체제 아래 있는 구역에 비해 훨씬 깨끗했으며, 도로표지판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게다가 직원들이 느끼는 자부심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났다.

이러한 차이는 더글러스 마이어스가 보기에도 명백했다. 업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팀 내의 다른 업무와 책임에 대한 학습 기회가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조직 기여도도 훨씬 높아졌다. 다음은 마이어스의 설명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자기 구역 안에서 모두가 함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름철 동안 야간에도 동물원을 열기 시작했을 때 고릴라팀은 한 가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고릴라는 사람과 비슷해서 저녁 때면 자기네 구역에 들어와서 먹이를 먹고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아침 5시 무렵이 되면 어슬렁거리며 밖으로 나갑니다. 고릴라팀은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마케팅 부서와 함께 낮 동안 고릴라들의 모습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고릴라들이 밤에 자는 대형 침실에다 비디오를 틀어 사람들이 배경 화면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고릴라팀 사람들은 자신들의 구역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실망하고 돌아가는 걸 원치 않았던 겁니다."

동물원의 행동 관리 큐레이터인 게리 프리스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익 분배나 스톡 옵션은 우리와 거리가 먼 얘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사명이 있습니다. 이 점은 식당에서 일하든 동물들과 함께 일하든 연구 파트에서 일을 하든 모든 직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깁니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말려야 할 때가 있을 정도니까요."

- 『리더십 앙상블』(하비 세이프터 외 지음/세종서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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