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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깨달음을 소망하며
최근 들어 일본의 혐한(嫌韓) 시위가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욕설과 광기가 가득한 혐한 시위는 지난 4년간 총 349건으로 나흘에 한 번꼴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극단적인 혐한 주장을 펴고 있는 일본의 극우단체 재특회[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는 온갖 악성 루머로 일본인들을 선동하고 있고, 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는 일본의 젊은 극우들에게 ‘영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혐한 시위를 보면서 참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리고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한국을 그토록 싫어하는 것일까? 일찍부터 선진문물을 그들에게 전해주었던 우리 한민족의 은혜를 원수로 갚았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왜구들의 준동을 비롯하여 임진왜란, 동학농민군의 탄압,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등을 통해 한민족을 약탈하고 살육했으며 끝내는 나라마저 빼앗았다. 더욱이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 커다란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1950년 일본은 태평양 전쟁의 패전으로 온 나라가 잿더미가 되어 끼니 걱정과 물자 부족 그리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길거리마다 배급을 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났다. 그런데 1950년 6월 26일 새벽, 일본 수상 관저에서 잠결에 수화기를 들었던 당시 수상 기시 노부스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앞뜰로 뛰쳐나가 황성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천황폐하, 신의 선물이 내렸습니다.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터졌습니다. 덴노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 만세)!” 그리고 일본 경제는 기적처럼 소생했다. 멈췄던 공장들이 다시 힘차게 돌아가고, 소니와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상당수가 혐한 서적을 읽고 난 후 한국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가졌다면 일본인들이 한국을 싫어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혐한 서적들은 도대체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한국을 싫어하도록 일본인들을 선동한단 말인가?

일본의 혐한 시위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베트남을 떠올린다. 1964년 월남전이 발발하자 미국의 요청으로 우리나라는 월남에 군대를 파병했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 동안 총 31만여 명의 병력이 파견되었고 그로 인해 벌어들인 달러와 미국의 지원은 1970년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베트남 국민들이 희생당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왠지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다행히도 베트남과의 수교 이후 정부 및 민간차원에서 베트남과 우호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쳐지고 있어 서로에게 아픈 역사의 상처를 조금씩이나마 치유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진정으로 역사를 두려워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고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서야 한다. 진실을 외면하고 역사를 왜곡할수록 일본은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결국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최근 지인들과의 독서 모임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 저렇게 역사를 왜곡하고 망언을 일삼는 게 우리한테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아시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 일본은 중국과도 원한을 쌓아가고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으며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으니 우리가 너무 열 받을 필요 없다. 만일 일본이 독일처럼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갖고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다면 오히려 우리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자 모인 사람들 모두 정말 그렇겠다며 한바탕 웃었다. 나 역시 그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결국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결과를 낳는다 하더라도 그동안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것인가 그리고 또다시 선량한 일본인들이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역사는 되풀이될 뿐이다’라고 했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도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거나 남을 핍박하는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무엇보다도 사랑이 필요하다. 식민지 백성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고통스러워했던 시인 윤동주는 그의 시 「서시」에서 일제의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된 독립국가에서 ‘자유’를 누리며 평등하게 사랑을 나누는 세상을 간절히 염원했다. 그리고 이러한 염원을 안은 채 29세의 꽃다운 나이에 차가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일본은 오늘날 세계가 상생과 화합, 평등과 사랑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처럼 패권주의와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협력하는 가운데 진정한 세계 평화와 발전이 있음을 부디 이제부터라도 가슴에 새기기를 바란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지음 / 비타민북 / 163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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